(제 10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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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뜨락또르운전수들은 그에게 《뚱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생긴것처럼 마음도 푸짐하고 후더분한 식모였다.

《새벽에 떠난다지? 내의 덞은게 있으면 내놔요. 내 밤새 말리워주지.》

《괜찮습니다. 조합에서 옷을 빨아줍니다.》

《누가 빨아주오?》

《그런 처녀가 있습니다.》

《아니 벌써 체네가 생겼나?》

식모아주머니는 손벽을 딱 쳤다.

《하기야 동익동무같이 잘생기고 성격은 남자싼데다 인정까지 후한 총각한테 어떤 처년들 반하지 않겠나?》

동익은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 가지를 치자 웃고말았다.

동익이와 창원이가 빨간 동체를 유난히 빛내이는 《천리마》호를 끌고 마을에 들어섰을 때 미순이는 창원이에게 품었던 이전의 고까운 생각을 천리만리로 내던지고 환성을 올리였다.

저녁녘에 처녀는 과수반에 가서 움에 저장한 겨울난 사과를 한광주리 가지고 운전수들을 찾아왔다.

영준반장은 작업반선전실을 림시 숙소로 정하고있는 동익이네의 침식을 돌보아주고 그들의 뒤바라지를 하는 책임을 딸에게 맡기였다.

작업반에서는 이미 관리위원장의 지시로 암적에 차고들을 짓기 시작했고 운전수들의 합숙도 짓고 재식이네 가족이 들 집도 장만하는 중이였다.

작업반선전실에 모인 운전수들은 미순이가 가져온 사과를 먹으며 흐아흐아 웃어들댔다.

《암적에 예쁜 처녀가 있다는 말도 들었고 멀리서 보기도 했지만 오늘 가까이에서 보니까 과연 절색이군.》

재식이가 사과를 먹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50살이 다된 오랜 운전수였다.

《제가 무슨… 저보다 더한 처녀들이 많아요. 향옥이, 혜영이…

원화리의 물이 좋아서 그렇대요. 농촌처녀들은 다 못생긴줄 알지요?》

미순이가 이렇게 대꾸하자 다시 웃음이 터졌다.

《야, 이 처녀 보통이 아니다.》

《주의하라구요. 미순동무가 성이 나서 쏘아볼 때면 심장이 녹아나지요. 그때 눈이 참으로 매혹적이여서 얼이 나가니까요.》

창원이가 이렇게 말하자 그의 옆에 앉아 사과를 깎고있던 미순이는 얼굴을 활딱 붉히며 주먹으로 그의 잔등을 두들겨댔다.

또다시 터지는 웃음소리… 껄껄대는 남자들의 거무스름한 얼굴, 그 얼굴에서 하얗게 번뜩이는 이발, 연유냄새, 담배연기…

뜨락또르들을 동반하고 밀려드는 청신한 새 기류를 느끼게 하였다.

 

×

 

미순이는 속마음에 그 어떤 꿈을 안고있는 정열적인 처녀였다. 그 꿈이 어떤것인지 그 자신도 딱히 알수 없었지만 어쨌든 현재의 농촌생활에 머무를수 없는 미래지향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랑만적인 희망을 가슴에 안고있었다.

동익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한 미순이를 차츰 알게 되였다.

어느날 하루의 논갈이를 끝내고 뜨락또르를 청소하고있는데 이날도 다른 때처럼 미순이는 운전수들을 도와 같이 청소를 하고있었다.

미순이는 머리수건으로 머리카락을 감싸고 팔소매를 걷어올리고서 열심히 차를 닦았다. 우리 로동계급이 생산한 《천리마》호인데다가 차체가 빨갛고 맵시있는 새 차여서 더욱 흥이 났던것이다.

처녀는 걸레로 닦고 손으로 쓸어보기를 거듭하면서 《천리마》호곁을 떠날줄 몰랐다.

재식이와 그의 교대운전수가 정비를 끝내고 동익을 향해 《뭘 꾸물거리나, 식사하러 가자구.》 하고 재촉했다.

동익은 뜨락또르곁을 떠날줄 모르는 미순이를 두고 혼자 저녁식사하러 갈수 없어 창원이를 먼저 보내였다. 그리고 미순이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했다.

《종일 들에서 일하고도 이렇게 우리 일까지 도와주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오.》

어둠속에서 미순이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이였다.

《아이 무슨 소리를… 뭐가 고맙고 미안해할게 있겠나요?》

미순이는 수건을 벗어 옷의 먼지를 털며 명랑하게 말했다. 처녀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다는 동익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일, 너희 일 하고 편을 가르는것이 마음에 안들어요.》

동익은 차고마당이자 합숙앞인 평탄한 곳에 운전수들이 걸터앉아 휴식하려고 만들어놓은 긴나무걸상으로 처녀를 데리고갔다.

《여기 앉읍시다.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이 저녁이 좋구만.》

그들은 나무걸상에 나란히 앉았다.

《하긴 미순동무의 말이 옳소. 우린 다같이 조합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지.》

담배연기를 내불며 동익이가 말했다.

《그렇지만 같이 농사를 짓는다 해도 뜨락또르운전수들을 우리 조합원들은 존경하고 미더워합니다.》

미순이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올리며 말했다.

《나는 동익동무가 뜨락또르를 가지고 우리 암적마을에 나타난 그날밤 작업반에서 자기를 박대한다면서 작업소로 도루 가겠다는 동무의 말에 몹시 노여웠댔어요. 하지만 동무가 타고온 뜨락또르만은 너무 반갑게 여겨져서 그 옆을 이내 떠나지 못했어요.

우리 농민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합니까!

등짐으로 두엄을 날라 논밭에 내고, 손으로 모를 내고, 김을 매고 가을을 합니다. 종일 그렇게 허리굽히고 일하고나면 해저문 저녁에는 밥먹고 잠을 잘 생각밖에 없어요. 그러니 어떻게 도시에서처럼 영화관에 가고 군중무용을 할 생각을 하겠어요. 이따금 이동영사기가 와서 영화를 돌리면 우린 젊었으니 늦게까지 앉아서 재미나게 본답니다. 그런데 우리 조합에도 뜨락또르들이 달려와 두엄을 나르고 논을 갈아엎으니 얼마나 고맙고 대견했던지, 우리 처녀들은 환성을 올리였습니다. 우리 나라 뜨락또르가 아니예요. 우리 로동계급이 만든 〈천리마〉호 말이예요.》

처녀의 열정적인 이야기는 동익을 감동시켰고 한편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끼게 하였다. 미순이는 령리하고 정열적인 처녀이다. 그의 말이 옳다. 첫술에 배가 부르겠는가. 그러나 첫걸음을 잘 떼야 한다. 동익은 자신들이 원화협동조합에서 농촌기계화의 첫걸음을 걷고있다고 생각했다. 기계화의 그 길에서 앞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종일 들에서 허리를 굽히고 해야 하는 농사일을 다 기계로 하자면 먼길을 가야 할것이다. 그 먼 래일에 가서야 이 처녀의 희망과 꿈이 실현될것이다. 아직은 첫걸음이다.

동익이도 처녀의 열정에 끌려 흥분되여 말했다.

《미순동무, 우리 뜨락또르운전수들의 책임과 사명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예로운가 하는것은 일전에 내가 수상님을 만나뵈운 이야기를 할 때 말했지. 그날 나는 수상님께서 농민들의 소원을 풀어주시려고 뜨락또르와 농기계들을 농촌에 더 많이 보내주기 위하여 마음쓰고계시는것을 가슴뜨겁게 느꼈소. 그이께서 뜨락또르운전수들에게 주신 귀중하고 간곡한 가르치심을 나는 뜨겁게 받아안았소. 이자 미순동무의 절절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수상님의 간곡한 가르치심대로 일하고있는지 돌이켜보게 되오.》

《저는 정말 뜨락또르운전수동무들이 한없이 고맙기만 하여 머리를 숙일뿐입니다.》

미순이가 격동되여 말했다.

이때 합숙식당의 문이 열렸다.

밖에 환한 불빛이 쏟아져나오고 《동익동지, 국이 다 식습니다.》 하는 창원이의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검푸른 밤하늘에 보석같은 별들이 하나 둘 돋았다. 달이 뜨려는지 캄캄한 동녘하늘이 차츰 붉으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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