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3 장
3
(2)
안동수는 생각깊은 눈길로 그를 건너다보았다.
리영복의 안해는 결혼생활 10년이 지나도록 임신을 못했다고 한다.
리영복이 붉은군대 군관학교를 나오고 쏘도전쟁에 참가하고… 조국에 나와 군건설에 분투하느라 동거생활을 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그러지 않는가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때문만도 아닌듯 했다. 사람들은 얌전하기 그지없는 그의 안해가 자식을 낳아주지 못해 밤에는 홀로 조용히 베개잇을 적시고있으리라 하는 동정심으로 더욱 그에 대해 왼심을 쓰군 했다.
이런 때에는 남편이 들어가 안해의 마음을 풀어주었으면 좋으련만 리영복은 바쁘다면서 사무실에서 자기가 일쑤였다.
려단장이 추궁을 하며 데리고 들어가면 그밤뿐이지 다음날은 또 도루메기가 된다고 했다.
그때문에 려단지휘부 일부 군관들속에서는 수군수군 말들이 있었다고 한다. 려단일이 바쁜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혹시 안해에 대한 사랑이 식어진것은 아닐가. 자식을 낳지 못한다고?… 아니, 참모장은 그런 편협한 인간은 아니다. 그의 집 벽에는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찍었다는, 안해를 꼭 껴안고 활짝 웃는 사진이 걸려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듯한 련인들의 사진이다. 그의 안해는 밤마다 그 사진을 쳐다보면서 눈물을 짓군 할것이다…
류경수며 황순희들은 올해 여름에 그들부부를 료양소로 억지로 떠밀어보냈다고 한다. 불임증치료에 특효가 있다는 온천료양소였다.
결국 참모장의 안해는 임신을 하게 되였다고 한다.
하지만 부대로 돌아오자 또 이렇게 사무실생활을 한다는것이다.
안동수는 마음이 무거워지는것을 느끼며 말머리를 돌렸다.
《오늘 30련대에 나가서 그 전기련이라는 운전수를 만나보았습니다.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더군요.》
리영복은 놀라운 눈길로 안동수를 쳐다보더니 씁쓸히 웃었다.
《전형적인 덤베북청이지요. 벌써 두번째 사고입니다.》
《그 동문 지금 후방부 겨울나이준비조에서 일하고있더군요. 그 동물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참모장이 직접 처벌을 준 동무인데…》
리영복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그 동문 땅크운전을 못합니다.》
안동수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건너다보았다. 리영복은 자기말에 다시한번 동을 달았다.
《그 동무에게 땅크를 또 맡겼다가 무슨 재구를 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렇게 귀한 땅크인데…》
안동수는 눈을 내리깔며 서운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물론 그 동무가 좀 덤비군 한다는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를 친것은…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더군요. … 그 동무도 이번 사고의 엄중성에 대해 잘 알고있고… 어떻습니까. 우리가 잘 도와주면… 훌륭한 땅크병이 되지 않을가요?》
리영복은 물끄러미 안동수를 쳐다보다가 입을 쩝 다셨다.
《하긴 땅크를 구경도 못했던 사람들이 여섯달만에 그렇게 운전하는것만도 상당하지요. 부려단장동무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그 동무 문젠 좀 두고봅시다.》
《고맙습니다.》
안동수는 시원시원한 참모장의 말에 가슴이 후련해옴을 느끼며 다시 물고뿌를 들었다.
리영복은 퍼릿퍼릿한 수염턱을 어루쓸며 감심어린 소리를 했다.
《우리 전사들이 정말 용킨 용습니다. 다른 나라에선 몇삼년이 걸려도 힘들다는 땅크운전기술을 석달동안에 터득했으니… 그래서 훈련강도를 높이긴 하지만… 너무 높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습니다. 전사들속에서 의견들이 많지요?》
안동수는 물을 한모금 넘기고나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훈련강도야 높을수록 좋은거지요. 전사들은 다 리해할겁니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판에… 참모장동지는 그저 냅다미십시오. 따라서기 힘들어도 죽으나사나 따라서야지요.》
리영복은 의자등받이에 몸을 실으며 껄껄 웃었다.
《모든 전사들이 다 부려단장동무같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고무줄도 너무 세게 당기면 끊어지는 법이지요. 아무것이나 한계점이 있는 법입니다. 사람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고…》
안동수는 왜서인지 서운한 생각이 드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35련대에 갔다가 느꼈던 감정이 또다시 머리를 들었다. 우리 수준에서는 이만해도 다행이라는 관점… 참모장에게도 그런것이 작용하는것같다.
요구성을 높이면서도 그에 따라서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목표를 높이 세우고 훈련강도를 높이기는 하지만…
왜? 왜 그러는가. 혹시 참모장이 쏘련붉은군대 군관학교에 있었다더니 그 학생들과 우리 병사들을 대비하면서 그러는것이 아닐가. 쏘련사람들은 사회주의제도하에서 마음껏 배우며 자랐기때문에 복잡한 기술문제도 쉽게 배우고 리해할수 있을것이다. 분명 참모장은 군관학교에서 배운대로 그 높이에서 목표를 설정했을것이다. 흔히 목표란 높이 세우는 법이다. 쏘련사람들도 힘들어하는 그런 목표를 세워놓고 훈련강도를 높이면서 따라서면 좋은것이고 따라서지 못하면 할수 없다는, 그래도 상당하다는 관점일것이다. 하기는 그 과정에 전투력이 다져지는것만은 사실일것이다.
안동수는 이미 체질화되였을 참모장의 그 사고방식을 이 밤에 한두마디 말로 바꾸어줄수는 없다는것을 절감하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전기련의 문제를 그쯤 푼것만도 성과라고 생각하면서 안동수는 자리를 일었다.
밖에서는 여전히 하늬바람이 윙윙 소리치며 짚검불이며 락엽들을 하늘공중으로 말아올리기도 하고 저쪽 산모퉁이로 휘몰아가기도 했다.
안동수는 침실로 돌아오면서도, 자리에 누워서도 참모장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릴수가 없었다.
무엇인가 선명치 않은 구석이 있는것같았다.
그것이 무엇일가?
그의 안해는 생기기도 곱거니와 마음씨도 무척 곱고 어진 녀자라고 군관가족들은 누구나 다 칭찬한다. 황순희의 말에 의하면 총각때 참모장은 죽을둥살둥 모르고 그 녀자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오늘에 와서는 집에도 잘 들어가지 않는가? 지금은 임신도 하였다고 하지 않는가. 안해에 대한 태도가 왜 그럴가? 전사들에 대한 그의 태도는? 그의 립장은?… 안동수는 한참 모대기다가야 겨우 풋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