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3 장

3

(1)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러웠다. 오전까지만도 잠풍한것이 따스하기 그지없더니 저녁무렵이 되자 하늬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30련대에 나갔던 길에 후방부에 가서 겨울나이준비에 동원된 전기련을 만나보고 늦게야 돌아온 안동수는 식당에 들려 저녁식사를 하다가 생각되는것이 있어 취사장쪽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반달형으로 된 밥내주는 곳 저쪽으로 취사장에서 한창 그릇들을 가시는 두 녀자가 들여다보였다.

로복실이라는 30대의 아주머니와 20대의 처녀 리금실이다. 로복실은 더펄더펄하며 좀 수다스럽지만 금실은 말이 없고 암팡진 처녀였다. 늘 눈을 새침하게 내리깔고 일을 해제끼는데 일솜씨는 여무지지만 남자들이 범접을 못하게 차겁기 그지없다.

언제인가 일요일 느지막해서 안동수는 개울가로 나간적이 있었다. 남들의 눈에 뜨일세라 개울웃쪽 으슥진 곳으로 가서 빨래를 하려는데 뜻밖에도 그 처녀가 빨래감이 든 소랭이를 옆에 끼고 바로 안동수가 빨래를 하는 그 찔레나무덩굴뒤로 오는것이였다.

안동수는 처녀에게 들킨것이 무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처녀는 놀란듯 오똑 서서 안동수와 빨래감을 번갈아보다가 입술을 꼭 깨물며 다가왔다.

《주십시오.》

그는 안동수가 더 말을 못하게 빨래감을 뺏어쥐더니 담차게 빨래를 해댔다. 저고리고름을 어깨뒤로 넘기고 방치질을 해대는 처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안동수는 허거프게 웃었다.

처녀는 잠간새에 군복을 빨아 찔레덤불우에 널어놓았다.

《금실동무는 늘 그렇게 말이 없소?》

안동수는 소곳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피하려는 금실에게 정색해서 물었다.

금실은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내리깐채 알릴락말락 어줍은 미소를 띄울뿐 대답을 안했다.

《앞으로 빨래할것이 있으면… 저희들께 맡기십시오.》

금실은 겨우 이렇게만 말하고는 수집은듯 고개를 외로 돌리고 달아나고말았다.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처녀였다.

(참, 성격두…)

안동수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는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참모장과 만나 전기련의 문제를 토의해보려고 전화를 거니 마침 방에 있었다.

안동수는 옆채에 있는 참모장을 찾아갔다.

참모장 리영복은 책상에 마주앉아 무슨 책을 보고있었다.

《이거 학습을 하는데 방해를 해서 안됐습니다.》

안동수가 서글서글 웃으며 맞은편에 있는 걸상에 가앉았다.

《괜찮습니다. 내 군관학교때 보던 전술책들을 뒤적거려보던중입니다. 날씨가 춥지요?》

리영복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전자에서 물을 한고뿌 따라주었다.

《방금 식당에서 떠온것입니다. 따끈합니다.》

아닌게아니라 하얀 사기고뿌에서는 김이 몰몰 피여올랐다.

《고맙습니다.》

안동수는 물고뿌를 받아 후후 불며 조금 마시고는 옆탁에 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자기 자리에 가앉는 리영복을 쳐다보았다.

《동기훈련이 박두해서 참모부일이 바쁘겠습니다.》

리영복은 시무룩이 웃었다.

《바쁘기야 문화부도 마찬가지겠지요. 려단이 되여 첫 동기훈련에 진입하는데…》

《우리야 군사지휘관들의 뒤시중이나 드는건데 뭐가 바쁘겠습니까.

그런데 참모장동무는 집에도 좀 들어가보군 해야겠습니다. 엊그제 지나가다보니 아주머니가 나무를 패고있더군요.》

《허허허… 가족과 함께 있는 우리야 뭐랍니까. 부려단장동무가 혼자 불편할텐데… 빨래감이랑 서슴지 말고 맡기십시오.》

《그건 념려마십시오. 난 내 손으로 빨지 않은건 원래 탐탁치 않게 보는 고약한 성미여서… 허허허.》

《무슨 그런 말씀을… 남들한테 부담을 줄가봐 그런다는걸 모를줄 압니까? 그건 다 동지들을 믿지 않는다는 표현입니다. 더우기 우리야 이국에서 같이 고생한 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럼 좋습니다. 내 이제부터는 빨래감을 한아름씩 가져다 맡기지요.》

《이제야 제대로군요.》

둘은 마주보며 즐겁게 웃었다.

《그런데 내가 빨래감을 들고 자꾸 찾아가면 사람들이 세대주를 헛갈릴가봐 야단입니다.》

안동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리영복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비판같은데… 언제 벌써 말을 들었군요.》

《물론 참모장사업이 무척 바쁘다는건 압니다. 하지만 집일에도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리영복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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