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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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른새벽, 검푸른 밤하늘에서 새별이 마지막 빛을 뿜으며 유난히 반짝였다.

멀리 동녘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왔다. 쌀쌀하고 상쾌한 새벽 들바람이 금방 깨여나서 밖으로 나온 동익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는 작업반선전실을 나와 기지개를 한껏 켰다.

먼곳에서 닭이 홰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고요한 농촌의 새벽대기를 깨뜨리며 작업반선전실앞에서 탕탕탕탕… 뜨락또르의 발동소리가 울리였다. 이처럼 일찌기 새벽의 정적을 깨뜨리는 뜨락또르의 동음을 들어보지 못했던 마을사람들이 놀라서 잠에서 깨여났다.

뜨락또르는 무한궤도를 절그덕거리면서 마을을 나와 큰길을 건느고 최뚝을 넘어 논에 들어섰다. 뜨락또르는 크지 않은 포전에 들어서며 보습날을 내리고 갈아나가기 시작했다.

귀때기에 이르러서는 후진시켜 구석에다 보습날을 박아가지고 다시 나오며 깨끗하게 갈아치웠다.

이어 낮은 논뚝을 무너뜨리고 뙈기논에 들어가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며 그 포전도 말끔히 갈았다.

논뚝에 작업반장이 어느새 나왔는지 까딱하지 않고 서서 그 모습을 이윽히 바라보고있었다.

그는 묵묵히 담배를 태우고 또 태웠다. 파란 담배연기가 들바람에 날려 흩날리고 또 흩날린다.

그는 해가 들판우에 떠오를 때까지 그렇게 서있다가 돌아서서 마을로 들어갔다.

이윽하여 보자기에 아침밥을 싸든 어제 저녁의 그 처녀가 나타났다. 그 처녀는 작업반장인 영준의 딸이였다. 봄바람에 머리에 쓴 파란 머리수건과 검정치마자락을 펄럭이며 포전에 다달은 처녀는 뜨락또르를 향하여 소리쳤다.

《세우세요! 세우라니까요.》

뜨락또르를 세운 동익이가 머리를 내밀었다.

《왜 그러오? 처녀동무.》

《내려오세요. 아침식사를 하셔야지요, 예? 반장이 나를 보냈어요.》

동익은 뜨락또르에서 내려 장갑을 벗고 논뚝으로 나왔다. 논뚝에서는 지난해의 묵은 풀대들이 들바람에 흔들리고있었다.

어느덧 하늘의 해가 높아지면서 들에는 찬란하고 청신한 기운이 넘쳐났다.

처녀의 발그레한 얼굴에는 따뜻한 빛이 감돌고있다.

연유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동익이는 처녀의 옆에 앉았다.

《배고프던 참인데 마침 가지고 나왔구만, 고맙소.》

처녀는 보자기를 풀고 밥과 찬을 꺼내놓으며 《고맙다는 인사는 제가 해야지요.》 하였다.

《할일을 하는데 무슨…》

처녀는 수저를 집어 동익의 손에 쥐여주었다.

《어서 들어요. 이 물부터 마시구요. 그래야 체하지 않아요.》

처녀는 물병에서 고뿌에 물을 따라 내밀었다. 동익이 고뿌를 받으며 물었다.

《이름이 뭐요?》

《미순이예요, 박미순이.》

《나는 최동익이라구 하오.》

《원래 그렇게 뚝해요?》

처녀는 동익을 할낏 쳐다보았다.

《원래 그렇소. 이 두부찌개가 맛있구만.》

처녀는 살짝 웃었다.

《그건 내가 된장을 두고 끓인거예요.》

《솜씨가 있군. 우리 작업소 합숙식모가 된장국을 참 맛있게 끓이오. 별명이 〈뚱보〉인데 마음씨가 얼마나 고운지 모르오.》

미순이는 재미나서 방싯방싯 웃었다.

《운전수동무는 재미난 사람이였군요. 뚝하긴 뭐… 》처녀는 밥을 달게 먹고있는 동익이에게 다시 물 한고뿌를 내밀었다.

《어제 저녁에 작업소로 가겠다고 한건 진심이 아니였지요?》

《미순동무가 나보고 가겠으면 가라고 한것도 진심이 아니였지.》

《음- 남의 속을 다 들여다보구있었네.》

미순이는 눈을 곱게 흘겼다. 그는 무릎에 턱을 고이고 맛있게 먹는 동익을 재미나서 바라보았다.

동익은 맛스럽게 그러면서도 서둘러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끝낸 동익은 미순이에게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이미 갈아번진 거무스름한 논흙을 밟으며 뜨락또르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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