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회)

서 장

(1)

 

1960년 3월초.

우불구불한 소나무들이 서있는 야산기슭을 따라 승용차들이 달리고있었다. 그 기슭을 돌아서자 넓은 골안이 들여다보이고 등성이의 과수원을 등진 농가들이 해볕을 받으며 오붓하게 모여앉은 농촌마을이 나타났다.

《저 마을에 좀 들려봅시다.》

앞의 승용차에서 시창밖을 살펴보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임부관에게 그 농촌마을을 가리키시였다.

승용차들은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들었다.

며칠전에 내린 봄눈이 아직 희슥희슥 남아있는 논벌가운데를 꿰지른 좁은 길로 한동안 달리던 승용차행렬은 마을앞에서 멈추어섰다.

진회색 중절모자에 검은 봄외투를 입으신 김일성동지께서 차에서 내리시였다. 등성이를 넘어오는 바람에 봄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아직 날씨는 찼다. 며칠전에는 유리창문에 성에가 허옇게 얼어붙기까지 했다. 올해 봄날씨는 유난히 변덕스러웠다. 오늘도 바람은 잦지 않고 마을을 지나 개울을 거쳐 들을 향해 불어쳤다.

논벌에서는 봄갈이를 앞두고 농민들이 두엄을 소달구지로 마을에서 실어오기도 하고 지게로 날라다 논에 펴고있었다. 녀인들이 대다수이고 늙은이와 허리가 가느다란 애젊은 총각도 보였다.

조합원들의 차림새가 다 제각기였다. 남자들이 쓰고있는 방한모는 털모자, 군대솜모자 등이였고 녀인들은 목도리를 두르거나 머리수건을 겹으로 쓰고있었다. 그들이 입고있는 겉옷들은 솜을 댄 덧옷, 누빈솜옷, 두루마기 등이였으며 치마와 바지, 신발들도 여러가지였다. 국가에서 아직 농촌에 작업복과 신발, 솜옷을 공급해주지 못하고있었다.

그래도 새해농사에 떨쳐나선 농민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농업협동화가 끝난 해의 농사작황이 훌륭했으나 그 다음해인 작년에는 더 오르지 못했다. 원인을 분석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올해 2월 청산리를 현지지도하시면서 사회주의적농촌경리의 정확한 운영을 위한 방도를 밝혀주시였다. 그 정신을 받들고 지금 협동벌이 끓고있는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손으로 허리를 짚으시고 농민들을 바라보시다가 그들을 만나보려고 피창린과 같이 논뚝으로 걸어가시였다.

얼굴이 갱핏하고 단단해보이는 농민이 지고있던 지게를 급히 벗어놓고 다가와 인사를 드리였다.

《예, 수고합니다. 여기는 무슨 리입니까?》

그이의 물으심에 농민은 선도리라고 대답드리였다.

《이아래 부락도 선도리요?》

《그렇습니다.》

《여기는 몇작업반이요? 2작업반? 작업반장동무가 어디 있소?》

《제가 2작업반장입니다.》

수령님께서는 그의 옷차림과 멀리서 다가오지 못하고 서있는 조합원들의 모습, 그리고 문화주택은 얼마 없고 대개가 허술한 초가집들인 마을을 살펴보시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이 조합이 잘살지 못하는것 같구만.》

작업반장은 얼굴이 추위에 퍼렇게 되였지만 눈빛만은 반짝였다.

수상님, 우리 조합원들은 잘삽니다.》 하면서도 그는 좀 창피스러움을 느끼는듯 눈길을 허둥댔다.

수령님께서는 마을의 행길로 학교에서 돌아오고있는 학생들을 가리키시였다.

《아이들도 교복을 입지 못했소.》

반장은 황급히 수일내로 다 해결된다고 말씀드리였다.

《수일내로 해결된다?》

장업반장은 갱핏한 얼굴이 더 퍼래지면서 어쩔줄 몰라했다.

피창린도당위원장은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하는 그의 심정이 리해되였으나 못마땅해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머뭇거리며 다가오지 못하고있는 조합원들을 가까이 오라고 부르시였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엎어질듯 달려와 인사들을 드리였다.

그이께서는 추운 들판에서 수고들을 한다고 하시며 한 로인에게 지게를 지기 힘들지 않는가, 아침에 무엇을 잡수시였는가, 집에서 몇식구가 사는가 하는것들을 알아보시고 소년티를 채 벗지 못한 허리가 가느다란 총각에게 물으시였다.

《고급중학교를 졸업했소?》

총각은 솜모자가 없는지 모표를 뗀 학생모자를 쓰고있었다.

《고중을 졸업했습니다.》

애된 목소리였다.

《부모들도 조합에서 일하오?》

《예, 조합원입니다.》

어른스럽게 대답하느라 애된 목소리를 굵게 내려고 하는데 얼굴이 온통 빨개졌다. 어른들이 입던 기운자리가 보이는 덧옷을 후렁후렁하게 입고있지만 그에게서는 젊음의 열기가 풍기고있었다

《귀가 시리지 않소?》

《시리지 않습니다. 추위가 풀리고있습니다. 이제는 봄입니다.》

학교물을 먹은 청년의 씩씩한 대답을 들으시며 수령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이처럼 학교를 나온 새시대의 청년들과 제대군인들이 앞으로 협동벌에 계속 진출하게 되면 농촌의 로력조성이 새로워지고 농촌이 젊어지게 될것이다.

《부모님들의 뒤를 이어 협동벌에 진출한것은 잘한 일이요.》

청년이 기특했다.

그이께서는 통통한 두뺨이 익은 사과같은 처녀조합원과도 이야기를 나누신 다음 그옆에 있는 키가 늘씬한 중년의 녀인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얼굴이 볕에 타고 들바람에 그슬리긴 했어도 예쁜 모습이 엿보이는 녀인은 머리수건을 벗어 손에 쥐고있는데 헌덧옷에 까만치마를 입고 솜버선에 흙투성이의 낡은 솜신을 신고있었다.

《집에 로력자가 몇이나 되오?》

그이께서 물으시자 녀인은 《저 혼자입니다.》하고 대답을 드리였다.

《남편은 뭘하오?》

순간 눈길을 떨군 녀인은 머뭇머뭇 대답을 드리였다.

《전쟁때… 원쑤놈들에게 학살당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심장을 찌르는듯한 아픔을 느끼시며 눈길을 돌려 먼 하늘을 잠시 바라보시였다.

《아이들은 있습니까?》

《예…》 녀인은 들릭락말락하게 대답을 드리였다.

《아이들이 몇이요?》

《둘입니다.》

《아이들도 키울래 농사도 지울래 힘들겠소.》

녀인은 숙이고있던 머리를 드는데 커다란 검은 눈에서 감사의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피살자가족이라고 나라에서 보살펴주어 애로없이 살고있습니다. 아이들은 다 공부를 합니다. 리에서는 우리 마을에 문화주택을 짓자 맨처음으로 저에게 배정해주었습니다.》

그이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는데 마을쪽에서 키가 알맞춤하게 큰 중년의 농민이 급히 다가왔다. 그는 군대솜모자를 벗고 인사를 드리는데 군모가 아직 깨끗했다.

수상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기 선도협동조합관리위원장입니다.》

《수고하오.》

그의 손을 잡아주시고 제대군인가고 물으시였다. 그는 제대군관이라고 말씀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벌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에게 봄이 오고있지만 아직 추운데 수고들을 하겠다고 인사하시고 그들과 헤여지시였다. 조합원들은 떠들썩하며 논벌로 흩어져갔다.

《여기 뜨락또르가 몇대요?》

달구지길로 들어서시면서 관리위원장에게 물으시였다.

《지금 한대가 저기 6반에서 일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가슴이 무거워지시였다. 농민들이 등짐을 지지 않게 되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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