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2 장

3

(2)

 

그때 황대걸은 마이클의 지시에 따라 기자의 신분으로 체육선수단을 따라 첩자를 만나러 평양에 갔었다.

경기마감날이 거의 되였을 때 시경기장에서 조선인민군축구팀과 남조선축구팀과의 준결승경기가 있었는데 그때 주석단가까이에 있던 기자들은 서로 통성을 했었다.

《내가 인민군신문사 책임주필 안초산입니다.》 하고 시원시원하게 자기 소개를 하는 그를 쳐다보던 황대걸은 깜짝 놀랐었다. 그가 자기를 알아볼가봐 얼른 고개를 돌리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고말았다. 가슴은 별로 활랑거렸다.

저자가 인민군신문사 책임주필이라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따슈껜뜨에 있을 때 아버지, 어머니가 늘 골골거리며 앓고있어 제 손으로 터밭김을 매고 울타리를 손질하고 쌀을 타오고 하는 집일들을 도맡아하던 그였다. 아버지, 어머니를 업고 병원을 찾아오는 그를 본적도 몇번인지 모른다. 그러던 그가 어떻게…

중학교때 학교공청비서를 하기는 했다지만… 황대걸은 축구경기가 끝날 때까지 멀리 사람들뒤에 숨어있으면서도 그의 일거일동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였었다.

그런데 그가 이제는 북조선에 하나밖에 없는 땅크려단의 문화부려단장이 된것이다.

문득 은파산에서 본 그 총창을 비껴들고 돌격해내려오던 인민군고급군관이 별로 낯익어보이던 생각이 났다.

그제야 그것이 바로 그 인민군신문사 책임주필인 안동수를 련상시키는 모습이기때문이였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황대걸은 엄청난 착각에 어이없어 허구픈 미소를 지었다.

인민군신문사 책임주필이 은파산에 와서 육박전에 참가할리는 만무한것이다. 그렇다면 그자는 누구일가.

《어떻습니까? 그 동향친구를 만나고싶은 생각이 없습니까?》

《예?》

황대걸은 눈이 둥그래서 마이클을 쳐다보았다.

마이클이 눈을 쪼프리며 음흉스럽게 웃었다.

《앞으로 만날 기회가 생길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생각엔 어떻습니까? 그자의 발전속도가 그렇게 빠른것처럼 북조선군의 발전도 그만큼 빠를것이라는 생각이 안듭니까?》

《그야 물론…》

황대걸은 말끝을 맺지 못했다.

《그것만 보아도 북의 김일성장군은 확실히 보기드문 명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날이 가면 갈수록 그들은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할것입니다. 지금까지 발전해온 그 속도가 앞일을 능히 가늠할수 있게 해줍니다. 그렇게 되면 북벌은 더욱 어렵게 될것입니다. 지금이 오히려 유리한편입니다. 아직은 인민군의 무장장비가 국군보다 렬세에 있습니다.》

황대걸은 완강하게 도리머리질을 했다.

《인민군대의 무장장비는 비록 우리 국군보다 렬세에 있지만 대좌님도 방금 말한바와 같이 그들은 보기드문 명장인 김일성장군의 통솔하에 있습니다. 난 이미 10년전에 김일성장군의 빨찌산에 대해 연구해본적이 있습니다. 그때 일본군은 그들을 가리켜 <창해일속>이라고 하였지만 끝내는 그들에게 손을 들고야말았습니다.》

황대걸은 그때의 그 고통스럽던 연구결과를 돌이켜보며 중언부언 열을 올렸다.

《대좌님의 말씀처럼 김일성장군의 령도를 받고있기에 그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할것입니다.

때문에 요람기라고도 할수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는 할수 있지만… 우리 국군의 힘만으로는 정말 불가능합니다. 지금도 38°선을 전혀 뚫지 못하고있지 않습니까. 난 준장각하도 이 실태를 파악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준장각하는…》

마이클은 잠시 말을 끊고 깜부기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고추잠자리는 이미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뒤였다.

《엊그제 륙군사령부에서 사단장회의가 있었는데 준장각하는 자기의 명령에 의해 진행된 공격전투들에서 막대한 량의 탄약을 써버리고 치명적인 손해를 입은것만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이 진행될것이라고 언명했습니다.》

《예?》

황대걸은 몸을 흠칫하며 마이클을 쳐다보았다.

자기의 생각이 옳았다. 로버트는 절대로 주저하지 않을것이다.

자기네가 무장시키고 자기네가 훈련시킨 《국군》이 북벌에서 성공만 한다면 그는 영웅이 될것이다. 설사 승리하지 못한다 해도 밀고나가고볼판이다. 그럼 나의 이 보고서는?…

《우리 애치슨국무장관은 이미 리대통령에게 국군이 북벌을 개시하면 미군이 적극 협력하겠다는 담보를 주었습니다. 그래도 불가능합니까?》

《글쎄 미군이 직접 개입한다면…》

그는 말을 중둥무이하였다. 또다시 총창을 비껴들고 사태처럼 와와 밀고내려오던 공산군들이 눈앞에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미군만 개입된다면…

사실 황대걸이 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속으로 바란것이 미군의 직접적인 개입이였다. 미군만이 사태처럼 밀고내려오는 공산군을 막아낼 힘이 있는것이다.

그들은 이미 1945년도에 두발의 원자탄으로 이 지구상에서 자기네와 맞서 무엇을 할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대가 영원히 지나갔음을 온 세상에 선포하였다. 인류는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서 순간에 수십만을 재가루로 만든 사실에 경악을 했고 자신들이 너무도 무력함을 통감했으며 이 무한대한 힘에 맞서는것자체가 무의미함을 똑똑히 알게 되였다.

원자탄은 상대가 늙은이건 어린애건 녀인이건 대통령이건 가림이 없는것이다.

갑자기 깜부기가 물속으로 쑥 끌려들어갔다.

《앗, 저 고기가…》

마이클도 그제야 정신을 차린듯 낚시대를 획 나꾸어챘다.

그러나 그 동작은 황대걸이 보기에도 형편없이 서툴었다.

낚시대가 휘친하더니 빈 낚시만 줄끝에서 데룽거렸다.

마이클은 쓴입을 다시며 빈 낚시를 그대로 물우에 던졌다.

흥심이 없는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이 보고서가 가장 정확하고도 객관적이라고 인정합니다. 우리는 이 보고서를 그대로 워싱톤에 발송할것입니다.》

황대걸은 또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기가 작두날밑에 목을 들이미는 환각이 들자 머리칼이 쭈볏 일어섰다. 전쟁마차에서 끌려내린 로버트가 화를 내며 작두날의 발디디개를 내리밟으려고 높이 쳐들었다.

어디선가 우후- 우- 하고 산짐승이 울었다.

황대걸은 절망에 빠진 얼굴을 들었다. 머리우에서는 시퍼런 하늘이 차겁게 내려다보고있었다.

아- 나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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