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2 장
3
(1)
《비둘기집》앞에는 자그마한 련못이 있고 그가운데는 조선식으로 지은 정각이 있는데 아래우에 검은 양복을 입고 역시 검은 중절모를 쓴 마이클이 검은 안경을 끼고 정각의자에 앉아 물우에 낚시대를 드리우고있었다. 얼굴도 길고 코도 길고 목도 길고 허리도 긴… 꼭 구렝이를 련상시키는 사나이였다.
집도 련못도 낚시도구도 다 전주인이 물려준것이였다.
아마 그 고관대작이 집을 지을 때 못도 파고 정각도 만들어놓은 모양이였다.
마이클의 뒤에는 황대걸이 두손을 앞에 모두어잡고서서 불안한 눈길로 누렇게 황이 든 련잎들사이에 동동 떠있는 깜부기를 쳐다보고있었다.
《그래, 당신은 국군의 힘으로는 북벌에서 승리할수 없다고 보았습니까?》
마이클은 방금 자료보고서에서 보았지만 재삼 확인하듯 따져물었다.
마치도 심문을 하는듯한 말투였다. 황대걸은 비수같은 날카로운것이 가슴에 와닿는듯 선뜩해서 진저리를 치고는 기여들어가는 소리를 했다.
《그렇습니다. … 국군은… 전쟁 단위가… 될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혀바닥으로 무거운 물건이라도 들어올리는듯 떠듬떠듬 힘겹게 말을 잇는 황대걸이가 불만스럽다는듯 마이클은 얼굴을 찡그렸다.
《당신은 로버트각하가 작성한 그 계획이 극동군사령부의 ABC계획의 일환이라는것을 알고있습니까?》
황대걸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알고있습니다.》
《그렇다. …》
마이클은 유감스럽다는듯 말꼬리를 길게 끌었다.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마리가 날아와 깜부기우에 앉을듯말듯 불안스럽게 날개를 떨고있었다.
황대걸은 또다시 몸이 오싹해오는것을 느꼈다. 자기가 작성한 자료는 마이클이 바라는것이라는것을 대걸은 뻔히 알고있었다. 마이클도 자료보고가 이렇게 되리라는것을 모르지 않았을것이다. 그런데 마이클은 이 자료보고가 천만뜻밖이라는듯 그리고 놀랍다는듯 아닌보살을 하고있는것이다.
황대걸은 눈을 감았다. 미극동군사령부의 ABC계획은 맥아더가 일제 《황군》출신장성들과 고급장교들까지 인입하여 작성한 전쟁계획이였다.
이전 일본군참모본부 차장이였던 가와베(K)를 비롯하여 참모들인 아리스에(A), 다나까(T), 오노(O)등이 망라된 《카토(KATO)》기관과 이전 대본영륙군부 작전과장 핫또리의 《맥아더사령부 력사반》까지 총동원되여 작성한 이 계획에는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누어 중국만주와 우랄까지의 전씨비리 령토를 점령하는것으로 되여있는데 그 첫단계(A)가 바로 조선전쟁이였다.
이 전쟁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카토》와 《력사반》성원들이 미군과 《국군》 제복을 입고 서울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로버트와 마이클, 지어 김석원이나 허정, 채병덕이들과도 몇차례나 쑥덕공론을 벌리였다는것을 황대걸은 잘 알고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을 자기같이 목대도 굵지 못한 《한국》장교가 승산이 없다는 보고서를 낸것이다.
그렇다고 승산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면 마이클
마이클은 아직도 무엇이 불만족스러운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지나가는 말처럼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 북조선에서는 인민군대가 급속도로 강화되고있소. 지금은 이빠졌던 기술병종들도 다 완비되였다고 합니다. 공군, 해군은 물론이고 통신, 포병, 공병, 엊그제는 땅크부대가 려단으로 확대되였습니다. 저 자료를 보시오.》
마이클은 자기뒤의 의자우에 놓여있는 검은 가죽을 씌운 서류철을 턱으로 가리켰다. 황대걸은 얼떠름해져서 서류철을 들고 《극비》라는 글자가 씌여진 뚜껑을 번져보았다. 최근에 조직된 북조선의 기술병종들에 대한 자료였다. 눈이 번쩍 띄였다.
황대걸은 호기심을 가지고 한장한장 자료를 번져나갔다.
북조선군에 새로 보충된 기술병종실태와 지휘관들의 이름, 그들의 간단한 경력까지 적혀있었다.
황대걸은 갑자기 자기가 고압가마속에라도 들어간듯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꼈다. 조선인민군이 이제는 정규군으로서의 면모를 완전히 다 갖추었다는것이 한눈에 알려졌던것이다. 하지만… 황대걸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이클이 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
《왜 도리질을 합니까?》
《설사 그들이… 아무리 비행기나 땅크, 함선들을 가진다 해도 어제날 망치와 호미나 주무르던 무지스러운것들인데…》 하고 중얼거리며 문건마지막장을 넘기려던 그는 갑자기 입을 벌린채 눈을 흡떴다. 마지막장을 다시 보았다.
새로 편성된 땅크려단 문화부려단장으로 인민군신문사 책임주필을 하던 안동수가 임명되여갔다는 자료가 씌여있었다.
황대걸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눈을 껌벅거렸다.
《그럼 그 안가가?》
마이클이 의아해서 그를 돌아보았다.
《누구 아는자가 있습니까?》
황대걸이 어줍게 웃으며 왼쪽볼을 슬슬 긁었다.
《예. 이 땅크려단 문화부려단장이라는자가 내가 따슈껜뜨에 있을 때 한마을에 있던자인데…》
마이클이 흥미있다는듯 한눈을 찡긋했다.
《아, 그렇습니까? 아주 반갑겠습니다.》
《반갑기야 무슨…》
황대걸은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기웃했다.
《따슈껜뜨에 있을 때 사범대학에 다니댔는데… 참외밭경비를 서던 옛 독립군출신의 아들입니다. 지금… 서른전이겠는데 이런게 어떻게…》
《서른살전이면 빨리 발전한셈입니다.》
《예… 아마 북조선최고수뇌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모양입니다.》
황대걸의 눈앞에는 문득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진행된 전국종합체육경기대회때 일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