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2 장

2

(3)

 

이때 기다렸다는듯 전화종소리가 따르릉- 울렸다.

황병태가 자기옆에 놓인 탁자우에서 송수화기를 들고 뭐라뭐라하더니 대걸에게 내밀었다.

《너를 찾는구나. 마이크인지 마크인지 하는 그 미국어른이다.》

《마이클이요?》

황대걸은 송수화기를 받아들며 왜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피끗 송려애를 돌아보았다. 순간 그와 눈길이 마주쳤다. 송려애는 약간 당황해하는듯하다가 얼른 눈길을 내리깔며 《흠-》하고 코소리를 내더니 부엌으로 나갔다. 이어 왱강쟁강 그릇다루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대걸은 누구인가 자기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밀어낸듯한 모멸감을 느끼며 목갈린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황대걸입니다.》

수화기에서는 대뜸 노여워하는 소리가 튀여나왔다.

《당신 38°선에서 돌아왔으면 왜 나한테 보고하지 않았습니까?》

황대걸은 억이 막혔지만 송구스러운 어조로 공손히 대답했다.

《저… 전화를 했댔는데… 어떤 손님과 면담을 하신다기에…》

《면담이라야 10분도 안 걸렸는데… 왜 기다리지 않았습니까. 유감입니다.》

황대걸은 찬물을 들쓴듯 몸이 오싹해지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이 자가 왜 이렇게 노여워하는가?

《내가 준 지시는 어떻게 되였습니까?》

《래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 이제라도 요구하신다면 당장…》

《아니, 래일아침 구체적으로 자료화해서 가져오시오.》

마이클은 전화를 끊었다. 황대걸은 그 덜컥 송수화기를 놓는 소리가 마치도 그가 심장을 뚝 잡아뜯는 소리처럼 여겨졌다.

리승만이 당장이라도 북벌을 해야 한다고 고아대고 아버지가 그토록 일일천추로 기다리는 북진통일계획, 로버트가 손수 작성하고 추진하고있는 그 계획이 불가능하다는것을 직접 자필로 써내라는것이다.

황대걸은 그것이 자기의 유서로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대걸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또 술을 따라 턱으로, 목으로 철철 흘리며 쭈욱 들이켰다. 순간에 얼굴이 컴컴해지는 아들의 모습을 황병태는 눈이 황소눈처럼 되여 디룩디룩 불안스럽게 지켜보고있었다.

 

×

 

황병태는 돌아갔지만 황대걸은 잠을 잘수가 없었다.

황대걸은 새 술병을 가져다가 또 술잔에 가득 부었다.

그리고는 멀거니 그 술잔을 쳐다보았다.

력사란 흔히 라선형식으로 발전한다는 말들을 하군 한다.

그러나 황대걸 자기의 운명은 분명 지옥을 향해 라선형으로 내리막길을 곤두박질하며 내달리고있었다.

바로 10년전 황대걸은 자기의 첫 직속상관인 일본관동군사령부 정보과장으로부터 이와 류사한 임무를 받았었다.

관동군사령부가 완강하게 내밀고있는 《공비》(조선인민혁명군)에 대한 《토벌》작전이 과연 승산이 있는가 깊이 연구하고 결과를 보고하라는것이였다. 정보과장이 안겨준 《토벌》작전진행과정과 방향, 《공비》와의 접전자료, 《공비》들에 대한 활동자료, 체포된자들에 대한 심문처리자료들을 랭철한 눈길로 투시하고 연구해보던 황대걸은 자기가 도출해낸 결론에 스스로 몸서리를 치지 않을수가 없었다. 다시 연구하고 또 연구하고 분석해보았지만 억천만번 죽더라도 빼앗긴 조국을 다시 찾으려는 그 사상의 확고성, 자기 령수에 대한 절대적인 충정,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겠다는 그 단결력, 그 어느 병법에서도 볼수 없는 신묘한 전술… 그 만주벌눈바람속에서 굶고 얼고 피흘리면서도 웃으며 미래를 락관하고있는 불가사의한 그들을 무력에 의한 《토벌》로써는 도저히 제압할수 없다는 결론만이 나왔다.

황대걸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군의 우두머리들은 조선인민혁명군을 제압하는데 군사적방법외에 그 어떤 방법도 인정하지 않았고 또 쓰지도 않았으며 허용하지도 않았다.

사무라이정신이 골수까지 배여있는 그들은 문자그대로 《토벌제일주의》만을 주장했다.

《사상공작》이나 《귀순와해공작》 같은것은 인정도 하지 않았다.

이런 그들이 내가 찾아낸 결론을 알게 된다면… 당장 칼을 뽑아 이목을 칠것이다.

《이런 같잖은 반도인이 감히 대일본제국의 사무라이정신을 모독하는가?》 하면서…

그런데 정보과장은 나에게 왜 이런 임무를 주었는가.

그는 분명 나보다먼저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것이다.

그는 자기대신 이 황대걸이를 그 무지한 군사만능주의자들앞에 내세워보자는것이 명백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달아오른 열기를 식혀주고 랭철한 눈으로 군사적선택안의 우단점을 가려볼수 있게 되면 좋은 것이고 그렇게 안된다고 해도 이 황대걸의 목 하나 날아나는것쯤은 그리 아까울것이 없는것이다.

황대걸은 대가리를 싸쥐고 끙끙 앓기만 했다.

바로 그때 대본영에서 새로운 대쏘작전을 위해 쏘련으로 첩자들을 시급히 파견하라는 지시만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

그것이 1939년에 있은 일이였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리 하늘에 대고 빌어도 이 처지에서 벗어날 행운이 차례질것 같지 않았다.

황대걸은 꺼지게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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