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2 장

1

(2)

 

화가 독같이 난 채병덕은 전연사단장들에게 침방울을 튕기며 고아댔다. 옹진지구 전투사령관에게는 지금 있는 세개 련대에 예비대와 《백골부대》, 비행기, 함선까지 다 동원시켜줄테니 은파산을 무조건 점령하라고 명령했다. 공격준비를 빈틈없이 갖추게 한 그는 로버트에게 큰소리를 쳤다.

《각하,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질것입니다. 은파산전투를 공격작전의 시범이 되게 하겠습니다.》

벽성군 서남쪽에 있는 은파산은 이 지방의 곡창지대인 취야벌을 끼고 뒤로는 해주-옹진도로와 철길로 이어져있어 당면하게는 태탄, 벽성, 해주방향으로 공격하며 나아가서 공화국북반부전지역을 점령하는데서 작전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로버트는 자기가 직접 《국군》의 실전능력을 검증하겠다면서 군사고문단 참모장과 마이클, 통역인 황대걸이까지 대동하고 전투현장으로 나갔다.

공산군경비대 한개 대대도 되나마나할 력량이 방어하고있는 은파산을 향해 륙군 12, 13, 18련대와 《국군》본부의 포병련대, 《백골부대》, 예비대까지 거의 한개 전쟁도 치를수 있는 어마어마한 병력이 공격서렬을 편성했다. 하늘에서 비행기가 날아들어 맹폭격을 들이대고 바다에서는 함선들이 뒤질세라 불을 토했다.

포병련대의 105㎜곡사포와 60㎜, 81㎜박격포는 물론 37㎜, 57㎜반땅크포들까지 총동원하여 은파산을 들부시기 시작했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성한것이 남지 않게 통채로 들부시고 불태웠다.

나무가 타고 바위가 타고 땅이 타고 하늘이 타고… 온통 불, 불이였다. 하늘땅을 산산이 부서뜨리는듯한 포성이 채 멎기도 전에 귀가 멍멍해지는 속에서 채병덕이 비장한 표정을 짓고 사병들앞에 나섰다.

《공산군은 불과 몇놈 남지 않았다. 저 은파산만 타고앉으면 일사천리로 진격할수 있다. 그러면 그 땅의 모든것이 그대들에게 차례질것이다. 돌격 앞으로!》

은파산뒤 룡정벌의 토지문서를 품은 지주의 아들, 이전 재령광산 광주의 아들, 상인의 아들, 경관, 면서기, 깡패출신사병들이 앞장서서 와와 소리치며 내달았다.

하지만 《내 땅》, 《내 광산》을 찾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 불바다속에서 공산군들이 어떻게 살아났는지 아직도 검붉은 연기가 그물거리며 피여오르는 전호가들에 불쑥불쑥 나타나 총을 냅다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산군은 한개 대대도 못되는(그나마 포사격때 과반수는 죽거나 부상당했을것이다.) 력량이고 《국군》은 증강된 완전한 한개 사단무력이였다.

황대걸은 배률도 높은 쌍안경으로 전장을 살펴보았다.

《국군》은 시체에 시체를 덧쌓으면서도 결사적으로 고지로 기여오른다. 련대장감시소에 있는 로버트며 마이클이며 채병덕이며 옹진지구 전투사령관의 얼굴들에 마치 애들의 싸움에서 남의 집자식을 때려눕히는 제 새끼를 보는듯 흡족해하는 표정들이 어렸다. 《국군》이 마침내 공산군의 제1참호까지 다 밀고올라갔던것이다. 체중이 100kg가 넘는 거구의 채병덕이 몸이 마른명태같은 로버트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각하, 우리 용사들은 곧 제2참호로 공격성과를 확대…》

채병덕은 말끝을 채 맺지 못했다. 로버트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던것이다.

《노- 저건 뭡니까?》

황대걸이도 채병덕이도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순간 황대걸은 몸을 흠칫했다.

갑자기 공산군들이 전호를 박차고 뛰여올라 육박전을 벌리는데 《국군》사병들이 제1참호를 타고넘는것이 아니라 반대로 밀려내려오기 시작했던것이다.

(이럴수가 있는가? 저 많은 병력이 도제 몇명한테…)

공산군은 총창을 비껴들고 사태처럼 밀고내려왔다.

《국군》사병들은 더 대항할 엄두도 못내고 돌아서서 줄행랑을 놓고있었다.

공산군은 더욱 기세가 올라 《만세!》를 웨치며 성난 사자처럼 돌격해내려왔다. 황대걸은 숨을 헉 들이켰다. 머리칼이 쭈빗 일어섰다. 공포에 질린 눈으로 그 불가사의한 공산군들을 쳐다보았다. 문득 쌍안경렌즈속으로 인민군군관복을 입은자가 뛰여들었다. 특이한 복장이여서 무엇에 가리웠다가도 인차 눈에 띄우군 했다. 보통군관이 아니였다. 분명 상좌가 아니면 대좌였다. 저런 고급군관도 사병들과 함께 육박전투를 하는가? 사병들처럼 보병총을 비껴들고 맨앞에서 돌격해내려 오는 저 군관… 어딘가 낯이 익어보이기도 했다. 저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혹시…

황대걸은 전률을 하며 몸을 떨었다. 그 군관이 비껴든 총창이 금시 자기의 배를 맞창낼듯싶다.

《등신들… 밥통들…》

화가 나서 감시소안을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쌍안경으로 전장을 살피기도 하면서 안절부절하던 로버트가 마침내 획 돌아서서 채병덕에게 손가락질을 해댔다.

《당신들은 모두 밥통들이요, 식충들이요.》

숱한 부하들앞에서 그런 모욕을 받았지만 채병덕은 말뚝쥐처럼 빳빳이 서서 울상스러운 표정만 지을뿐 뻐꾹소리 한마디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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