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4 회)

이야기를 마감하며

(3)

 

김하규의 힘찬 영접보고소리가 울렸다.

이것이, 이것이 김하규대장이 김정일동지께 드린 마지막영접보고로 될줄이야 어이 알았으랴!

그이께서는 김하규의 눈가를 아픈 눈길로 여겨보시였다.

《어제 밤 발사장에서 또 지새웠다는 보고를 받았소. 그래가지고 견디여내겠소? 내 그럴것 같아서 다문 몇시간이라도 쉬라고 전화까지 했는데 듣지 않았구만. 이번 발사훈련이나 끝난 다음엔 아무래도 직무를 해임시켜야 할것 같소.》

장군님, 이보다 더 큰일이 앞에 있는데… 제가 어떻게…》

《더 큰일… 하긴 그 말도 옳소. 그때문에 동문 초인간적인 의지의 힘으로 오늘까지 버티고있었으니까. 옳소. 우리 더 큰일을 생각합시다. 래일의 더 큰일을 위해 집중치료를 받아야겠소.》

김하규의 눈가에 핑하고 눈물이 고였다.

장군님!》

그이께서는 더 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피끗 뒤를 돌아보시였다.

《자, 저기에 누가 왔는가 보시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리키시는 사람을 띄여본 김하규의 거뭇한 표정은 잠시 굳어졌다. 야조브 역시 김하규를 알아보고 무척 놀라는것 같았다. 야조브는 천천히 김하규의 앞으로 다가갔다.

야조브의 얼굴에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그러던 그들은 자석과 쇠붙이처럼 두몸이 하나로 되였다.

《김하규동지,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충격적입니다.》

《나역시 같은 심정입니다.》

이 둘사이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이윽하여 김정일동지께서는 김하규에게 명령하시였다.

《대장동무! 조선을 모르고 분별없이 날뛰는 미제에게 한번 본때를 보여줍시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이 떨어졌다. 어느 한쪽에 시선을 돌린 야조브의 두눈이 화등잔만해졌다. 군사가인 그는 ××포무기라는것을 첫눈에 알아보았던것이다.

곧 발사훈련이 시작되였다. 나라의 운명과 안전, 정당방위를 상징하는 자위의 불덩이가 창공높이 날아올랐다.

이때로부터 한시간후 김정일동지께서는 현진국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보고를 받으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군사분계선 800고지쪽으로 위세를 돋구며 공격해오던 적들이 대세가 완전히 기울어졌다는것을 느꼈는지 점차 굽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허허허… 미국방성의 우두머리들만이 아니라 온 미국땅덩어리가 인차 놀라게 될거요. 일본도 마찬가지요. 그래 기동훈련의 마감은 어떻게 되고있소?》

《승리적인 결속단계입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전체 부대들에 최고사령관의 감사를 전달하시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눈길을 드시였다. 맑고 푸른 하늘을 정겹게 바라보신다. 목화송이같은 한점의 하얀 구름이 떠있는 하늘…

그이를 우러르던 야조브는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푸른 하늘 저 멀리에 언제인가 자기가 가본 대덕산이 우뚝 솟아올라 서서히 다가오는듯한감을 느꼈던것이다. 찾아갔던 그날에는 그닥 높지 않다고 보았던 대덕산, 그 산이 안고있는 정신적의미가 이 순간 더더욱 커지면서 사색의 번개불을 일으킨다.

이 행성우에 군대는 많아도 《일당백》과 같이 훌륭한 구호를 가진 군대는 아직 없다. 그 정신적기초가 든든하기에 조선의 힘을 이루는 정신력의 강자들이 세상이 알지 못하는 총대숲을 이룬것이 아닌가. 일당백의 강군을 키우신 김정일장군의 업적은 실로 위대하다. 조선은 대덕산의 덕-김정일장군의 강철같은 의지의 덕으로 더욱 위대해지고있다.

야조브는 김정일동지에 대한 끝없는 존경심에 젖어 속으로 부르짖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동지!

나는 오늘 조선의 사회주의가 영원불멸하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게 가지게 되였습니다. 당신은 사회주의의 위대한 수호자이십니다.)

 

다음날 야조브가 어디엔가 갔다 숙소에 들어섰을 때였다. 조선에 두번째로 와서 또다시 입원치료를 받은 안해가 병을 완전히 고치고 돌아와 야조브를 기다리고있었다. 음산한 모스크바의 밤길을 걸으며 병이 다시 도진 안해를 놓고 얼마나 걱정했던가. 야조브에게 있어 안해는 하루도 떨어지고싶지 않은 가정생활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기를 따라온 안해가 어느한 병원에 다시 입원하여있는 동안 얼마나 초조한 심정으로 그 치료결과를 기다려왔던가.

《조선은 정말 따뜻한 나라예요.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무상치료제의 혜택을 두번에 걸쳐 받고보니 이 좋은 제도를 가꾸신 김정일동지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싶어요. 그이께서는 내가 입원생활을 할 때 병원원장에게 친히 전화까지 걸어오셨대요. 치료를 잘해서 병을 꼭 고쳐주라고 말이예요.》

《난 김정일동지께서 당신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시고 급히 비행기로 데려다 입원치료까지 하도록 해주실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댔소. 그런데 이번까지 두번에 걸쳐 치료를 다시 받고 병을 완전히 고친 당신을 보니 김정일동지께 고마움의 인사를 올리고싶은 생각이 정말 간절해지오. 그런데 내가 그이의 시간을 너무도 많이 빼앗는것 같소. 하지만 만나뵈오면 또 만나뵈옵고싶은 생각이 계속 불타오르는데 이걸 어쩌면 좋소.》

《저 역시 그분을 만나뵈옵고싶어요. 그분의 사랑속에 건강을 완쾌하고보니 고마움의 인사를 꼭 올리고싶어서 그래요.》

야조브는 가슴이 후더워올랐다. 한동안 김정일동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커피를 끓여가지고 자기곁으로 다가오는 안해에게 야조브는 문득 물었다.

《참, 조선에 올 때 쑈스따꼬위츠의 교향곡 제7번 레닌그라드를 가져왔던가?》

《그럼요.》

야조브는 안해가 끓여주는 커피고뿌를 받아쥐며 록음기를 동작시키라고 했다. 안해는 방긋 웃어보이며 얼른 돌아서더니 트렁크안에서 록음카세트 한개를 인차 꺼냈다.

《제가 그 교향곡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찌모페예비치 야조브원수의 안해가 아니지요.》

가렬처절했던 제2차 세계대전때 야조브는 레닌그라드교외의 진펄에서 전투를 지휘하다 두번씩이나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겨야 했었다. 레닌그라드와 련결된 남편의 위훈은 예브게니예브나에게 있어 하나의 긍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이 《레닌그라드》교향곡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예브게니예브나가 록음기의 시동단추를 누르자 곧 교향곡의 선률이 방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야조브는 한모금두모금 따끈한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교향곡을 감상했다. 봉쇄된 레닌그라드, 하늘을 써는 비행기들, 아스팔트를 물어뜯는 땅크들, 추위, 눈보라… 빵과 전기, 음료수의 부족으로 기아와 질식상태에 빠지다싶이한 도시… 곤난은 중중첩첩이다. 바로 이러한 때 레닌그라드주당비서 쥬다노브는 힘있는 음악으로 방위자들을 고무할 목적으로 이름있는 작곡가였던 쑈스따꼬위츠에게 교향곡을 창작할 과제를 주었다. 이렇게 창작된것이 지금 듣는 교향곡이다. 1942년 11월 7일, 사회주의10월혁명승리 25돐을 맞으며 레닌그라드의 어느한 극장에서는 성황리에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가 힘있게 울려퍼졌다. 그날의 상황을 눈앞에 떠올려보며 음악의 세계에 끌려들어가던 야조브는 탁자우에 놓인 전화기에서 짧은 전화종소리가 울리자 돌연 긴장해졌다. 송수화기를 들었다. 황송하게도 자나깨나 그리던 김정일동지의 친근한 음성이 울려나왔다.

《건강상태에 다른것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당신의 각근한 배려속에 저의 안해가 두번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고 몸이 완쾌되여 돌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야조브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를 그이께 드렸다.

교향곡의 곡조가 갑자기 높아졌다. 야조브는 바빠맞았다.

《아니, 쑈스따꼬위츠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가 아닙니까?》

《옳습니다. 전화를 거시는데 방해가 되겠는데 록음기를 끄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있을것 같지 않습니다. 나도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니까요. 쑈스따꼬위츠의 교향곡 7번은 심오한 사상과 실감있는 음악적형상으로 봉쇄속에 들어있던 레닌그라드주민들은 물론 파시즘의 전쟁을 반대하는 쏘련군대와 인민들에게 커다란 고무적힘과 용맹을 안겨준 명곡입니다. 그 교향곡에서는 지금 방에서 울리고있는 제1악장이 기본이 아닙니까?》

야조브는 교향곡에 대한 그이의 심오한 분석에 경탄을 금할수 없었다.

《옳습니다. 제1악장이 기본입니다.》

《혹시 부인과 함께 음악을 감상하던중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수술결과가 좋아 그 기쁨을 교향곡과 함께 나누던중입니다. 김정일동지!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니 내가 그 기쁨의 방해자가 된셈입니다.》

야조브는 펄쩍 뛰였다.

《그런게 아닙니다. 오늘의 기쁨중에서도 가장 큰 기쁨은 김정일동지의 음성을 듣는 바로 이 순간입니다.》

《야조브동지, 내가 전화를 한건 나 역시 야조브동지와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싶어서입니다. 남편에게 있어 안해의 건강은 곧 행복의 기초가 아니겠습니까.》

《저의 안해가 김정일동지께 고마움의 인사를 올리고싶어합니다. 전화를 바꾸어도 되겠습니까?》

《그럴것없이 내가 차를 보낼테니 부인과 함께 오십시오. 오찬회에 야조브동지와 부인을 초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야조브는 전화가 끝나자 군대식으로 안해를 들볶기 시작했다.

《비상소집이요, 비상소집! 우리 심정을 헤아리신 그이께서 우릴 오찬회에 초대하셨소. 빨리 준비하오. 그이께서 보내주신 차가 우릴 태우러 온다오.》

예브게니예브나는 야조브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는지 두손을 앞가슴우에 맞잡고 멍청하니 서있기만 했다.

《아니… 국가일로 바쁘신 그이께서… 어쩌면 저같은게 뭐이라고 우릴… 다…》

《그분께서 우리들의 소원을 헤아려주시였는데 빨리 갈 준비를 해야지 왜 그러고 섰소?》

그제야 예브게니예브나는 급해맞아서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어느 옷을 입고 갈가요?》

《당신이 제일 화려하다고 생각하는 옷! 아니요. 그이께서는 소박한것을 좋아하시오. 가장 수수하면서도 단정해보이는 옷!》

예브게니예브나는 옷장을 열어제끼더니 새옷 한벌을 꺼냈다.

《이 옷이 어때요?》

《옳소. 그게 은근한게 좋아!》

《당신은 어느 옷을 입으시겠어요?》

《나야 군복을 입어야지.》

야조브는 흥분에 겨워 군복을 입고나서 예브게니예브나를 돌아보았다.

《여보! 이제부터 차를 타고 함께 가면서 나하고 노래련습을 해야겠소.》

《갑자기 노래련습이라니요?》

《내가 늘 부르던 노래 있지 않소.》

《아, 그 노래 말이예요.》

예브게니예브나는 갈색의 눈동자를 반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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