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3

(14)

 

지금 미제와 남조선괴뢰도당이 북침전쟁준비를 발광적으로 다그치고있는 준엄한 정세는 군력강화를 사활적인 요구로 제기하고있었다. 이런 때에 장군님께서 안동수 자기에게도 이런 중요한 전투부대를 직접 맡겨주신것이다.

내가 과연 이 믿음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가?

류경수가 신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장군님께서 우리 땅크부대를 그처럼 중시하시고 우리들을 믿고계시는데… 사실 부대의 싸움준비는 응당한 수준에 오르지 못하고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38°선에선 매일같이 전투가 벌어지고있다는데… 참 거기에 대해서는 부려단장동무가 더 잘 알겠군요. 부려단장동문 은파산에 취재나갔다가 육박전투에까지 참가했었다지요?》

《예?》

안동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건 또 어떻게 아십니까?》

《문화훈련국장동지가 이야기하더군요, 취재하러 갈 땐 고지밑에서부터 탄약상자를 두개씩이나 메고 전호까지 올라갔다고. …》

《국장동지는 무슨 그런 말까지…》

안동수는 면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보름전 그는 은파산근방에 출장을 나갔다가 신문사 부주필로부터 긴급전화를 받았었다.

지금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이 비행기와 함선까지 동원하여 은파산쪽으로 미친듯이 덤벼들고있는데 전투현장으로 어느 기자를 내보내겠는가 의논하는 전화였다. 문화훈련국에서 빨리 취재를 조직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는데 중요한 임무인것만큼 자기 혼자 결심할수 없다는것이였다.

안동수는 대뜸 누구를 내보낼것없이 자기가 직접 취재나가겠다고 했다.

《그런 위험한 전투현장에 어떻게 책임주필이 나가겠습니까?》

부주필이 펄쩍 뛰였지만 안동수는 단마디로 잘라말했다.

《위험한 곳이기때문에 내가 가야 하는거요.》

은파산엔 꽃니 아버지의 묘소도 있어 이번 길에 들렸다가려고 마음먹었던 안동수였다. 은파산기슭의 자그마한 마을에 이르니 탄약차가 두대나 서있고 마을사람들이 탄약상자며 물동이며 음식을 담은 함지들을 이고지고 한창 고지로 오르려 하고있었다. 안동수도 탄약상자 두개를 지고 지체없이 그들을 따라섰다. 고지너머에서 울려오는 자지러진 총포성이 그들의 걸음을 재촉했다. 안동수가 탄약상자를 지고 땀을 흘리며 포연자욱한 고지에 올라갔을 때 놈들은 벌써 전호턱 코앞까지 올라왔었다. 미처 총탄을 나누어줄새도 없었다. 안동수는 그 무엇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부상입고 쓰러진 병사의 보병총을 꼬나들고 육박전투에 뛰여들었다. 덤벼드는 놈들을 무찌르며 반돌격에로 넘어갔다.

《동무들! 위대한 장군님을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돌격앞으로!》

안동수는 불을 토하듯 웨치며 병사들의 맨 앞장에서 내달렸다.

그 일이 같이 갔던 운전사와 그곳 경비대 대대장을 통해 문화훈련국에까지 보고된 모양이였다.

안동수는 어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정황에 맞다들리면야 누구나 그렇게 행동하기마련이지요.》

《음, 은파산전투에 대한 기사가 그렇게 씌여진것이군요. 그 기사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지금 38°선에선 전쟁을 하고있다고 말합니다.》

《옳습니다. 그건 단순한 무장도발이 아니라 하나의 침략전쟁이였습니다. 비행기에 함선까지 동원되지 않았습니까.》

안동수의 눈앞에는 포연에 뒤덮인 은파산전투현장이 생생히 떠올랐다. 하늘을 빙빙 떠도는 비행기들, 저 멀리 바다에서 포를 쏘아대는 함선들… 검붉은 화염이 타번지는 전호, 개미떼처럼 새까맣게 기여오르던 원쑤놈들… 주검에 주검을 덧쌓으며 전호턱까지 악착스레 기여올랐던 원쑤놈들의 돼지같이 씩씩거리던 숨소리, 《항복하라! 항복하라!》고 고아대던 비린 악청들… 땀과 먼지와 피로 매닥질이 된 짐승같은 상통들, 달이 떠서 희번뜩거리는 살기찬 눈… 매캐한 화약내, 그을음내, 피비린내, 땀내… 안동수는 큰숨을 몰아쉬였다. 은파산에서 체험했던 그 모든것이 가슴을 옥죄이는것 같은 절박감으로 안겨왔다. 그 누구도 바라지는 않지만 반드시 오고야말 엄청난 그것이 현실적으로 한걸음한걸음 닁큼닁큼 다가오고있다는 절박감이였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무거운 침묵이였다. 그러나 그 침묵속에서 두사람은 다같이 전쟁의 폭음을 듣고있었다.

이윽고 류경수가 혼자소리처럼 침묵을 깨뜨렸다.

《전쟁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아무튼 문화부려단장동무가 왔으니 이젠 됐습니다. 자, 그럼 오늘은 늦었는데… 빨리 쉬시오.》

류경수는 시간이 너무 갔다면서 한손을 들어 인사를 표시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문밖에 따라나가 그를 바래주고 들어온 안동수는 별로 마음이 썰렁해져서 한동안 창가에 그대로 서있었다.

《전쟁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하던 류경수의 말이 아직도 방안에서 여운을 끌며 울리고있는듯했다. 자연히 눈길은 멀리 남쪽하늘가에로 향했다. 침침한 그 하늘아래에서는 지금도 전투가 벌어지고있을것이다. 무차별적인 총포사격, 무장악당들의 침습, 살인방화, 38°선 가까이 있는 마을들은 언제 하루 평온한 날이 없다. 전면전쟁은 시시각각 다가오고있다. 이런 때에… 내가 과연 땅크려단 문화부려단장사업을 제대로 해낼수 있을가.

안동수는 두주먹을 꽉 그러쥐며 불덩이같은것을 꿀꺽 삼켰다. 장군님께서 맡겨주신 이상 온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는 한이 있어도 기어이 해내야 하는것이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먹물을 풀어놓은듯 컴컴하게 구름이 드리운 저 하늘아래에서 적괴수들은 지금 무슨 꿍꿍이들을 하고있을가. 그놈들은 과연 언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가. 저 바다건너 맥아더나 트루맨의 책상우에는 이미 그 전쟁계획이 올라있을지도 모른다.

안동수는 또 한번 모두숨을 쉬였다.

밤이 깊어가고있었다. 안정을 할수 없는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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