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3

(12)

 

경비대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알려왔다. 그 애의 아버지가 은파산에서 놈들과 싸우다 그만 장렬하게 전사하였다는것이였다. 며칠전에 있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가슴이 찢기는듯한 자책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조금만 먼저 찾았어도 꽃니가 아버지를 만날수 있었던건데…

그는 꽃니를 업고 은파산으로 떠났다.

생흙에 돌기돌기 잔디를 입힌 봉분앞에 서자 꽃니에게 가지고갔던 꽃을 드리게 했다.

《꽃니야, 인사를 올려라. 저기에 아버지가 계신단다. 아버지는…》 불시에 목이 인두에 지지우는듯 해서 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더 말하기도전에 꽃니는 꽃을 든채 봉분으로 달려가 어푸러졌다. 마구 흙을 쥐여뿌리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야, 엄마야-》

꽃니는 그 무덤에 아버지가 묻혀있다는것을 알지 못했다. 어머니가 묻히는것을 보았으니 그것이 어머니의 무덤인줄 안 모양이였다.

아버지의 전사에 대해 알려주기에는 너무도 어린 꽃니였다.

그는 안타까이 봉분흙을 파헤치는 꽃니를 피같이 진한 눈물을 흘리면서 쳐다보았다. 목에서 몇번이고 울대뼈가 오르내렸다.

《꽃니야… 이제부턴 내가 네 아버지다. 그리고 꼭 너의 아버지, 어머니의 복수를 해주마. 백배로… 천배로…》

그는 인민군신문책임주필이 되였을 때 꽃니에 대한 기사를 써서 신문에 내였다. 인민군장병들에게 꽃니의 복수를 해주자고 호소했다.…

《음… 그런 일이 있었구만.…》

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밑도 끝도 없이 《그런데도 그것들은… 괘씸한것들…》하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며칠후 안동수에게 사흘안으로 책임주필사업을 부주필에게 인계하고 문화훈련국으로 올라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똑똑똑…》

갑자기 등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생각에서 깨여난 안동수는 처음엔 자기가 잘못 듣지 않았는가 해서 얼핏 문쪽을 돌아보고는 다시 밤하늘로 눈길을 돌렸다.

문두드리는 소리는 재차 들려왔다.

(이 깊은 밤에 도대체 누가?…)

《예, 들어오십시오.》

안동수는 창가에서 돌아서며 우선우선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문이 열리더니 뜻밖에도 류경수려단장이 웃으면서 들어왔다.

《퇴근하다가 불이 켜져있기에 들렸습니다.》

《아니, 지금껏 퇴근 안하고있었습니까?》

《예. 일이 좀 있어서…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습니까?》

류경수는 침대에 가앉으며 담요의 두께를 가늠해보았다.

《침실이 아주 훌륭합니다. 이만하면… 제가 있던 신문사침실보다 낫습니다. 》

《뭘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혼자 생활하자면 불편한것이 많겠는데 어려워말고 이 형님한테 부탁하시오. 아니, 원래 시동생들은 형수하고 제일 가깝다더구만, <형수님> , <적은이> 하면서. 허허허… 빨래감은 전적으로 집사람한테 맡기오. 우리 집사람이 기뻐할거요.》

《허허허.》

안동수는 그의 다심한 마음이 헤아려져 소리내여 웃었다. 좋은 지휘관을 만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두 될겁니다. 이제 려단장동지가 시샘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무때건 막 쳐들어가서 밥내라 떡내라 할테니까…》

《아주 좋소. 내가 질투할수 있게만 가깝게 다니오.》

둘은 마주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류경수가 먼저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아까 사돈벌 된다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댔습니다, 박일남이라고… 인차 일이 있어 따슈껜뜨에 들어가겠는데 무슨 전할 말이 있으면 전하라더군요.》

《그래요. 편지를 써놓았는데 마침이군요.》

안동수는 반색을 하며 책상우를 가리켰다.

《사돈신세를 많이 집니다. 우리 금덕이가 그 집에서 삽니다.》

《그래요? 동생이 몇살입니까?》

《이젠 열일곱입니다. 얼마나 직심스레 공부를 하는지 벌써 중학교과정안을 다 뗐답니다. 내가 데려을 때까지만 해도 까막눈, 머슴군이였는데…허허허…》

안동수는 동생의 모습을 그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젠 까실한 소녀티를 벗고 벌써 처녀티가 잡히기 시작한 금덕이였다.

《부대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보니 어떻습니까. 오늘 참모부와 문화부군관들과 인사를 나는 다음엔 직속구분대들까지 다 돌아보았다더군요.》

《예. 만나보니 사람들이 정말 괜찮습니다. 끌끌하구 각오들두 높구… 려단병영들과 정비장, 강실, 후방시설들두 다 그쯘하구… 려단장동지가 지금껏 부대를 꾸리느라 정말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완전히 빈터에서 시작하여 1년남짓한 사이에 이렇게까지 꾸려놓는다는게 간단합니까?》

류경수는 어줍게 웃으며 두손바닥을 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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