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3

(11)

  

흘러가는 산과 들이… 가로수와 마을들이 모두 무지개빛으로 아롱아롱거렸다.…

학원에 온 그는 장군님의 사상으로 무장하기 위해, 조국을 더잘 알기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배우고 또 배웠다. 낮에는 강의를 하고 밤에는 두시, 세시가 넘도록 책을 보았다.

몇번씩 코피를 쏟았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일요일엔 장군님께서 몸소 망돌을 돌리신 지울리의 그 수수한 초가집에 가보았다.

그처럼 오만한 삼도왜적을 벌벌 떨게 하시고 마침내는 왜놈들을 멸망시키고 내 조국을 찾아주신 그 전설적위인께서 손수 잡으시였던 망손잡이를 소중히 쓸어보기도 하고 직접 망을 돌려보기도 했다. 이 세상 가장 위대한분의 가장 소박하신 생활… 그리움은 끝없이 불타올랐다.

(아, 우리 장군님을 한번만이라도 만나뵐수는 없을가.)

드디여 꿈결에도 그리웁던 그분을 만나뵙는 력사의 그날이 왔다.

평양학원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두달밖에 되지 않은 어느날 영광스럽게도 평양학원에 찾아오신 김일성장군님을 침실에서 만나뵈운것이다.

침실에서 조기천의 시 《백두산》을 읽고있던 그는 누구인가 문을 벌컥 열며 《안동무, 장군님께서 오시오.》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놀라서 와닥닥 일어섰다. 당황해서 어찌할바를 몰라 책상우를 거둔다, 침구를 정돈한다 하며 서성거리는데 벌써 문밖에서 우렁우렁한 음성이 들려왔다.

《음, 여기가 독신교원들이 사는 침실들이요?》

안동수는 온몸이 확 달아올랐다. 자기가 이제 그처럼 위대하신 김일성장군님을 뵙게 된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밖에서 무엇이라 말씀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활짝 열렸다. 순간 그는 눈부신 해빛이 방안가득 쏟아져들어오는것을 느꼈다. 그는 온몸이 무한히 격동되는것을 어쩌지 못하며 만면에 환한 웃음을 담고 서계시는분을 우러렀다. 아… 이역땅에서 나라없는 민족의 설음을 느낄 때마다 그처럼 그리며 한달음에 달려가 만단사연을 다 아뢰고싶던분, 전설적영웅, 민족의 영웅… 안동수는 갑자기 눈물이 핑 고여오르는것을 느끼며 《장군님, 나라를 찾아주신 장군님께 저희들 가족, 친척들을 대표하여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하며 허리를 깊숙이 숙여 절을 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반색을 하시였다.

《아, 동무가 쏘련에서 나온 안가성을 가진 동무로구만. 그동안 해외에서 이국살이를 하면서 고생이 많았겠소.》

안동수는 또다시 울컥 목이 메여올랐다.

눈굽이 쩡- 하더니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장군님께서 조국을 찾아주시느라… 백두산에서… 얼마나 고생하시였습니까. 저희들은 그저…》

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인채 어깨를 떨기만 했다.

장군님께서는 말씀이 없이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시였다.

《이젠 그만하오. 진정하오. 난 동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가 보러왔소.》

장군님께서는 방안을 둘러보시다가 책상앞으로 다가가시였다. 책꽂이에서 책들과 학습장들을 하나하나 뽑아 천천히 번져보시다가 의미있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음, 역시 조선력사와 지리에 대한 책이 많구만.… 이국살이를 하면서도 조선의 넋을 잊지 말자구 조선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는게 알리오. 음… 시도 쓰는구만… 시도 조국에 대한 시가 많구… 감정도 절절합니다. 우리가 산에서 싸울 때도 시를 잘 쓰는 재간둥이들이 많았댔소.》

장군님께서는 걸상에 허물없이 앉으시여 따슈껜뜨에 있는 안해와 자식들은 다 잘 있는가, 아이들은 몇이며 안해는 무슨 일을 하는가, 왜 가족들을 데려오지 못했는가 일일이 물어주시였다. 그러시다가 중풍을 만난 아버지가 운신을 할수 없어 가족을 데려오지 못했다는것을 아시고는 한동안 먼 북쪽하늘을 바라보시다가 약간 갈린 음성으로 《그런데도 동무는 조국을 위해 일하겠다고 이렇게 왔구만, 정말 고맙소. 듣자니 학원에 와서도 조국을 알기 위해 밤을 패며 공부를 한다는데 좋은 동무를 알게 되여 기쁘오. 이제 아버지병만 좀 나으면 가족을 인차 평양에 데려오도록 합시다.》라고 따뜻이 말씀하시였다.

그러시면서 일군들에게 부모처자를 다 먼 이역땅에 두고 와서 동생과 외롭게 생활하는 동무인데 불편이 없도록 잘 돌봐주라고 말씀하시였다. 그는 격정이 북받쳐 끝내 흐흑- 하고 소리를 내면서 눈물을 쏟고야말았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어깨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며 《자, 그만하오. 무관들을 키워내는 교원이 이러면 쓰나. 누가 보겠소. 앞으로 건강해서 일을 잘하시오. 동무들의 임무는 이 학생들모두를 유능한 군사정치일군들로, 불굴의 거인들로 키워내는것이요. 우리 조국을 그 누구도 덤벼들지 못하는 부강한 나라로 건설해야 하오.》라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안동수는 장군님을 처음으로 만나뵙던 그날의 감격과 흥분이 되살아올라 가슴을 부풀리며 눈을 슴벅거리였다. 그의 말을 듣고있던 김일도 감동된 표정을 지었다.

《생각나오. 그때 장군님께서는 평양학원에 갔다오셔서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였댔소.

평양학원에 가서 좋은 동무를 한명 만났다고 말이요. 조국을 알기 위해 밤을 패우며 공부를 하고있는 동무라고 하시면서 <두고보오, 이제 김일동무마음에도 꼭 들거요. 시도 쓸줄 알더구만.… 우리 그 동물 잘 키웁시다.> 하시던 일이 어제같소.》

김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짐을 지고 천천히 사무실안을 거닐다가 창가로 다가섰다. 창턱 화분에서는 수선화가 향기를 풍기고있었다.

특이한 냄새를 풍기는 수선화를 이윽토록 바라보던 김일은 안동수에게로 돌아섰다.

《동무는 우리 장군님의 크나큰 사랑과 믿음속에 오늘은 이렇게 인민군신문사 책임주필로까지 되였소. 동무는 어딜가나 이 사랑과 믿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오.》

김일의 약간 뜨직뜨직한 그러면서도 천만근이 실린듯한 그 말에 안동수는 저도모르게 자세를 바로하며 어깨를 쭉 폈다.

《그 말뜻을 언제나 잊지 않겠습니다.》

《참, 그 꽃니는 지금 어떻게 하고있소?》

《그 앤 지금 애육원에 있습니다. 참 불쌍한 애입니다.》

그애에 대해서는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고 가슴이 아팠다.

평양학원에 있을 때 그는 38경비려단에 줄을 놓아 꽃니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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