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3

(8)

 

 

뜻밖의 로씨야말에 모두들 놀라서 얼핏 안동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죽잠바도 얼핏 눈을 들었고 꽃니 어머니는 꽃니에게로 다가가면서도 고개를 돌렸다. 얼어붙는듯한 정적!

《빠쟐루이스따 빠다쥬지쩨 네브노고(미안하지만 잠간만 기다리시오).》

얼떨떨해져서 멍하니 안동수를 쳐다보던 가죽잠바사나이는 자기앞에 바투 다가서고있는 꽃니 어머니를 그제야 띄여보고 당황해서 《서라!》하며 권총을 내뻗쳤다.

《땅!》

렬차안을 쨍- 울리는 총소리, 《악-》하는 외마디소리들…

다음은 정적, 정적…

《아- 아- 아-》

꽃니에게로 다가가던 녀인이 째는듯 한 비명을 지르며 우뚝 섰다. 그러다가 왼쪽가슴을 오른손으로 붙안았는데 그의 하얀 손가락짬으로 붉은 피가 콸콸 솟구쳐올랐다. 녀인은 왼손을 내뻗치고 허우적이다가 마침내 그자리에 무너져내렸다.

《엄마야!》

꽃니가 애처롭게 부르짖었다.

안동수는 더는 시간을 지체할수가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시기 파쑈도이췰란드놈들과 육박전을 다섯번씩이나 해본 그였다. 그는 그때처럼 몸을 날렸다.

다시금 《땅!》하는 총성이 울렸다.

그는 오른쪽어깨가 쇠몽둥이에라도 맞는듯한 충격을 느끼며 꽃니와 가죽잠바를 동시에 붙안고 넘어졌다. 《오빠!》하는 금덕의 다급한 웨침소리… 그놈은 밑에 깔리우고서도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총을 마구 쏘아댔다. 안동수는 어깨가 저려옴을 느끼며 권총을 쥔 그자의 손을 비틀어 그놈의 옆구리에 박았다.

그 순간 또다시 총소리가 울리고 그자의 입에서 《악!》하는 단말마적비명이 터져나왔다. 놈은 자벌레처럼 배를 솟구었다가 떨구었다. 헐떡헐떡 가쁜숨을 내톺다가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말았다.

안동수도 점점 의식이 몽롱해지는것을 느끼며 손맥을 풀었다.…

《오빠, 오빠! -》 울며 찾는 금덕의 목소리…

그가 정신을 차린것은 어느 병원의 침대우에서였다.

《아, 동무가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만. 정말 다행이요.》

반색해서 소리치는 사람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안동수는 이윽해서야 그가 바로 렬차칸에서 가죽잠바네를 단속하던 보안서원이고 자기는 가죽잠바네와 맞붙어싸우다 부상을 당하고 병원으로 실려왔다는것을 깨닫게 되였다.

《쇄골을 다쳤더구만. 피를 많이 흘렸지만 생명에는 큰 위험이 없다는것 같소.》

안동수는 허구픈 미소를 지었다. 해방된 새 조국땅에 들어서자마자 부상부터 당한것이 기가 막혔다.

《너무 걱정은 마오. 동무가 부상을 당하고 정신을 잃었기에 다음역에서 내리웠소. 빨리 치료부터 해야겠기에 이 누이동생에게 물어서 동무의 트렁크와 배낭을 함께 내리웠소. 이것이 맞소?》

그는 침대밑에 있던 트렁크와 배낭을 들어보이였다.

안동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감사하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였소? 꽃니는?》

《애는 일없소. 놀라서 정신을 잃었댔는데… 지금은… 계속 울면서 엄마만을 찾고있소.》

《그 애 어머니는?》

보안서원은 꺼지게 한숨을 내쉬며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잘못되였소. 이제 스물다섯살밖에 안되는 젊은 녀자인데…》

《뭐요?》

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 순간 어깨가 금시에 으깨여져나가는듯 쩡- 하고 아파났다.

아-

그는 황급히 왼손을 오른쪽어깨에 가져갔다. 참을수 없는 동통이 오른쪽어깨에서 온몸으로 전류처럼 쫙 퍼져나갔다.

《오빠-》 금덕이가 겁질린 소리로 불렀다.

《눕소, 어서 눕소.》

보안서원이 조심히 안동수를 침대에 눕혔다. 그는 어깨의 아픔보다 창자가 끊어지는듯 한 아픔에 숨을 가삐 몰아쉬다가 울분에 차서 물었다.

《그자들은 도대체 어떤 놈들이요?》

《남조선에서 들어온 간첩파괴암해분자들이요. 한 늙은이의 신고를 받고 단속을 하려댔는데… 우리가 너무 서툴러서 그렇게 된것 같소. 동

무만 아니였다면 더 큰 피해를 볼번 했소.》

《음-》

그는 갑자기 어깨가 쑤셔오는듯 한 동통에 얼굴을 찌프리며 괴롭게 신음비슷한 소리를 냈다.

《동통이 심하오?》

안동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래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문득 《일본은 망했지만 우리뒤엔 더 큰 미국이 있다.》고 뇌까리던 가죽잠바의 악청이 고막을 송곳처럼 찌르고들어왔다. 제2차세계대전시기때까지만도 미국은 영국과 함께 쏘련의 동맹국이였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미국이 여기 조국땅에서는 완전히 적으로 된것이 아닌가. 하긴 사상과 리념, 제도가 다른 이상 굳건하고도 영원한 동맹이란 있을수가 없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때에도 동맹국인 쏘련은 어찌되든 자기 리속만을 차리기에 급급했었다. 동맹국들에도 간첩들을 파견했었다. 그는 8.15해방과 함께 미군이 남조선에 들어와 틀고앉았다는것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고있었다. 그럼 그것들이 여기 북조선에 간첩파괴암해분자들을 들여보내고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긴 지리적으로 보아도 대륙침략에 매우 유리한 이 조선반도를 놓고 미제가 침을 흘리지 않을수가 없는것이다. 벌써 100여년전부터 이땅에 침략의 마수를 뻗쳐온 미제였다.

안동수는 심각하고도 격렬한 싸움이 이 조국땅에서 계속되고있다는것을 흥분속에 체험하며 깊은 숨을 몰아쉬였다.

《꽃니가 불쌍하구만. 그 애 어머니는 어떻게 하려고 하오?》

《오늘 장례식을 하자고 하오. 북청에 알아보았는데 그 애 아버지, 어머니가 다 혈혈단신들이라는거요. 가까운 친척들도 없고… 애아버지는 갓 중대장이 되였다는데… 주소를 잘 모르니 불러올수도 없소.… 그래 여기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소. 북청에서 리인민위원장과 세포위원장이 오면… 인차…》

갑자기 보안서원의 목소리가 갈려들기 시작했다. 그는 음- 음- 하고 자꾸만 입안의것을 삼키였다.

《정말 아까운 녀자인데… 그런 녀자를 우리 손으로 묻게 될줄이야…》

마침내 보안서원의 목소리가 탁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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