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3

(7)

 

그는 큰숨을 내쉬며 꽃니를 꼭 껴안았다.

《꽃니는 아버지가 보고싶지 않나요?》

《보고프지요뭐. 난 아빠를 꿈에서만 보군했어요. 잘 때마다 딱딱 오군 하지요 뭐. 그런데 이젠 낮에두 밤에두 매일 보게 된대요. 우린 아버지한테 아주 가서 함께 산대요. 울 아버진 중대장이 됐대요. 맞지 잉, 엄마? 우리 지금 이사가지?》

꽃니의 뽐내는 말에 그애의 엄마도 얼굴에 환한 웃음을 담은채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가슴이 뭉클했다.

이사를 간다. 함께 모여 산다… 불시에 눈굽이 따가와났다.

그는 금덕이를 돌아보았다. 금덕이도 웃으며 꽃니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고있다. 이 오빠와 함께 간다고 그리도 기뻐하는 누이동생이다. 이제 아버지, 어머니가 와서 함께 산다면… 금덕이는 얼마나 더 기뻐할가… 그래 금덕아… 이제 우리도 꽃니네처럼 함께 모여살날이 멀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그는 꽃니의 머리에 볼을 비벼댔다.

《꽃니는 참 좋겠구나. 아빠랑 엄마랑 함께 살게 되였으니… 꽃니는 중대장이 뭔지 아나요?》

《알아요. 중대장은 이만큼 높은 사람이래요. 맞지, 엄마, 잉?》

꽃니가 한손을 높이 쳐드는 바람에 사람들이 와- 하고 웃었다.

그도 웃으며 꽃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꽃니는 참 잘 아누만요. 그럼 이젠 노래를 불러볼가요. 꽃니는 무슨 노래를 또 할수 있나요?》

《음-》

꽃니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잠시 생각하더니 발씬 웃었다.

《산업건국의 노래.》

《그래요? 그럼 또 한번 잘 불러보자요.》

그는 일어서서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꽃니를 세웠다. 정말 노래를 듣고싶었다. 단순히 꽃니의 노래가 재미나고 듣기좋아서가 아니라 그의 노래속에서 억세게 태동하는 조국의 숨결이 느껴졌기때문이였다. 처음 듣는 내 조국의 힘찬 노래… 행복을 가꿔가는 내 조국의 노래…

안동수가 아이를 세워놓고 창가에 한발 물러서는데 앞에 앉았던 할머니가 같이 앉자면서 자리를 좁혀주었다. 그러면서 옆에 앉은 가죽잠바를 입은 사나이에게 한마디 했다.

《젊은이, 좀 좁혀서 같이 앉자구.》

바로 그때 옆을 지나가던 보위색옷을 입은 사람이 가죽잠바를 입은 사나이의 팔을 건드렸다.

《손님, 나 좀 봅시다.》

《나를… 말이요?》

의아해하는듯한 가죽잠바의 목소리와 거의 동시에 앞에 앉았던 방금까지도 《졸고》있던 키다리가 중절모를 떨어뜨리며 후닥닥 뛰쳐일어났다. 그자는 뛰쳐일어나는 그 기세로 보위색옷의 동가슴을 내질렀다. 보위색옷을 입은 사람이 날쌔게 몸을 뒤로 젖히며 그자의 팔을 내리치고 뒤이어 다른 손으로 그자의 뒤덜미를 내리쳤다.

《억!》하며 그자가 쓰러지는 찰나 가죽잠바가 주머니에서 권총을 빼들었다. 벌떡 일어나면서 동시에 앞에 서있는 꽃니의 목을 휘감았다.

《꼼짝 말앗!》

가죽잠바의 벼락같은 고함소리, 보위색옷을 입은 그 사람들(그들은 두명이였다.)도 권총을 빼들었으나 한순간 아연한 기색들이였다. 가죽잠바사나이가 꽃니의 관자노리에 총구를 박고 나들문쪽으로 뒤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던것이다.

《비켜라. 나를 다치기만 하면 이 애새끼를 쏴죽일테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끝장이야. 비켜라. 비켜.》

《엄마!》

꽃니의 경악한 울음소리, 렬차안은 삽시에 수라장이 되였다.

안동수는 의자우에 올라서며 웨쳤다.

《조용들 하시오.》

쩡- 하고 대기를 얼구는듯한 위엄있는 목소리-

렬차안은 순간에 조용해졌다.

안동수는 가죽잠바를 입은 놈을 쏘아보며 엄하게 따지고들었다.

《당신은 도대체 그게 무슨짓이요. 천진란만한 그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는거요. 정 용기가 있다면 나하고 겨뤄봅시다.》

안동수가 의자에서 내려서려는데 그자가 씨벌거렸다.

《가만있어, 꼼짝만하면 애새끼를 쏴죽이겠어.》

《꽃니야!》

아연해있던 꽃니의 어머니가 그제야 사태를 짐작한듯 경악해서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나왔다.

가죽잠바가 새된 소리를 내질렀다.

《가만있어, 개같은 년. 더 다가서면 쏘겠어. 흥, 뭐 새세상? 어림도 없다. 너희들의 이 세상이 오래갈줄 알아? 천만이야. 일본은 망했지만 우리뒤엔 더 큰 미국이 있어. 다가서지 말어. 애새끼를 쏴죽이기전에 …》

《꽃니야!》

꽃니 어머니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였다. 보위색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슨 계책을 쓰는듯 한걸음한걸음 움직이며 꽃니 어머니를 자꾸 손짓으로 앞에 나오지 못하게 뒤로 떠밀었지만 귀여운 딸애의 얼굴에 겨눈 권총을 본 순간부터 녀인은 눈에 달이 떠서 펄펄 뛰였다.

《우리 꽃니를 내놔라. 우리 애가 무슨 잘못이 있단말이냐. 쏠테면 이 어미를 쏴라. 이 어미를 쏘란말이다.》

꽃니 어머니는 악을 쓰며 무작정 딸에게로 향했다. 그러다 어떤 엄청난 일이 벌어지겠는지는 생각할 경황도 없는듯했다.

《엄마야- 엄마야-》

숨이 넘어가는듯한 애처로운 꽃니의 울음소리…

그처럼 귀엽게 노래하던 꽃니가… 그 곱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냥 서시오.》

안동수는 꽃니 어머니의 위험을 느끼고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자칫하면 그놈이 총을 쏠것 같았던것이다.

《오빠.》 하고 금덕이가 다급히 옷자락을 잡아당겼지만 그는 동생의 손을 뒤로 밀쳐던졌다. 어떻게 하면 손을 쓸 기회를 얻을수 있겠는가 생각을 굴리다가 벼락같이 로어로 소리쳤다.

《스또이쩨! (섯!)》

그의 타산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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