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3

(5)

 

그제야 금덕이는 물지게를 내려놓았다. 그러면서도 경계하는 눈빛을 감추지 못한채 빤히 올려다본다. 아무래도 오빠라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듯…

《나를 왜 찾나요?》

《애야, 내가 너의 오빠다. 내가 너의 오빠 안초산이야. 너 내 이름 못 들어봤니?》

《예?》

올롱해진 그의 눈에 확 피여오르는 환희…

《정말… 오빠나요. 오빠가 정말 맞나요?》

그는 목이 꺽 메여오르는것을 느끼며 고개만 끄덕였다. 오빠가 정말 맞나요 하는 소리가 별로 가슴을 허비고들었다.

금덕이가 갑자기 《오빠!》하고 목메여 웨쳤다. 와락 달려와 가슴에 콱 안겨들며 왕-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 어디에 갔다가 이제야 왔나요. 날 버리고 어디에 갔댔나요. 오빠, 오빠야-》

파들파들 떨며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는 금덕이에게 몸을 맡긴채 그는 눈굽을 훔쳤다.

《날… 욕많이 해라. 네가 이렇게 머슴까지 살줄은… 정말 몰랐구나. 네가 얼마나 고생했느냐.》

《오빠야- 오빠야- 오빠야-》

금덕은 울음을 그칠줄 몰랐다. 자꾸만 품으로 파고드는 동생의 앙상한 어깨를 어루쓸며 그도 눈물을 삼켰다.

《금덕아, 너때문에… 아버지, 어머니도 늘 네 소리를 하면서 너무도 가슴이 아파 잠을 못이루군 했단다. 하지만… 이젠 나와 함께 가자. 이젠…우리에게도 나라가 생겼다. 김일성장군님께서 나라를 찾아주셨다. 가자, 나와 함께 조국으로 가자.》

이렇게 되여 그를 데리고 함께 조국으로 나오는 길이였다.

안동수는 큰숨을 들이키며 차창밖으로 눈길을 던졌다. 렬차는 어느새 금빛으로 물든 논벌을 꿰지르고있다. 논에서 벼가을을 하던 농민들이 낫을 든채 땀을 훔치며 렬차를 향해 밝은 미소를 보낸다. 평화로운 들, 평화로운 강산… 난생처음보는 조국산천의 아름다움에 그도 완전히 넋을 뺏기우고말았다.

이런 내 조국을 왜놈들에게 빼앗기였댔구나. 이런 조국에서 살지 못하고 거치른 이역땅으로 떠살이를 하였구나. 모래먼지 이는 사막으로…

분했다.

조국을 찾아주신 장군님이 고맙기 그지없었다.

렬차가 어느 간이역에서 서서히 멎어섰다.

역홈에서 무엇인가 파는것을 본 그는 황황히 차에서 내렸다. 제일 가까운곳에 싸리로 결은 바구니가 놓여있는데 어른손바닥만큼씩 큰 시뻘건 게가 가득 담겨있었다. 보기만해도 희한하고 먹음직스러웠다. 원동에서 살 때 본 기억이 있는 게였다.

《게 한구럭에 얼마입니까?》

그는 게바구니를 앞에 놓고 서있는 녀인에게 버릇처럼 로어로 말하려다가 인차 여기가 조국땅이라는것을 깨닫고 어줍게 웃으며 우리 말로 물었다.

얼굴이 나부죽하게 생긴 40대가 되였음직한 녀인이 웃으며 무엇이라 대답했지만 그는 다시한번 자기 실수를 깨닫느라 미처 그 말을 가려들을수가 없었다. 자기 호주머니에는 루블밖에 없었던것이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맥없이 돌아섰다. 그가 몇걸음 옮기는데 뒤에서 녀인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어째 그러오. 어서 사시오. 선도가 좋은거라오.》

그는 처음 듣는 녀인의 북방말투에 눈굽이 뜨끈해지는듯한 친숙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미안합니다. 난 지금 쏘련에서 오다나니 루블밖에…》

《그것도 괜찮소. 여기선 아직 쏘련군표도 쓰오.》

그는 반색을 하며 돌아섰다.

《아 그래요? 그렇다면 두구럭만 삽시다.》

그가 게를 사들고 돌아오니 함께 앉아오던 손님들은 다 내린 모양 할머니 한분과 사나이 두명이 앉아있었다.

《자, 맛을 좀 보십시오. 금덕아, 이게 바로 동해의 털게란다.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자.》

그는 차창쪽 자기 자리에 가앉으며 앞에 앉은 할머니와 금덕에게 게를 한마리씩 쥐여주고 옆에 앉은 두 사나이에게도 권했다. 몸체가 손바닥펼친것만큼이나 크고 발 하나가 엄지손가락만큼이나 굵고 살진 동해의 털게였다.

사양하는척하던 사나이들이 게를 한마리씩 들고 금시 뜯기 시작하는데 뒤좌석쪽에서 떠들썩하더니 짜락짜락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분홍치마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쌍태머리를 짧게 땋아늘인 서너살 났음직한 소녀애가 의자우에 댕그라니 올라서서 손가락 하나를 입에 물고 해족해족 웃고있었다.

《어서 또 노래를 불러보아라. 정말 용쿠나. 자, 어서…》

사람들이 흥이 나서 부추기는데 그 애 어머니인듯한 20대의 젊은 녀인이 앞에서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어서 노래를 부르라는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누가 주었는지 소녀애의 왼쪽손엔 빨간 사과가 한알 들려있었다.

소녀애는 엄마의 고무에 힘을 얻은듯 또 한번 해해 웃더니 사과를 엄마에게 주고는 두손으로 치마자락을 잡고 날개처럼 사뿐 펼치며 나부시절을 했다.

《그럼 이번엔 <조선행진곡>을 불러드리겠습니다. 》

목소리가 얼마나 맑고 고운지 마치 종달새가 지종지종하는것만 같다. 아마 안동수가 홈에 내려간 사이에 이미 노래를 한곡 부른것 같았다. 사람들이 환성을 올리며 손벽을 쳤다.

렬차는 점점 속력을 높이고있었다.

소녀애는 치마를 나비처럼 펼쳐잡은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꽃동산 삼천리 새 동이 튼다

새로운 아침에 광명이 왔다

 

안동수는 갑자기 코허리가 시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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