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2

(2)

 

이번 훈련은 려단장이 직접 발기했다고 한다. 항일투사인 려단장은 산지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는 땅크도 산지에 적응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교도련대때부터 경사지훈련을 주장하고 내밀어왔다는것이다. 소대장, 중대장들은 교도련대때 모두 산지 극복훈련을 해보았다고 했었다. 힘들기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것을 체험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렇게 새로 운전수가 된 우리들에게도 그 훈련을 시키는것이다. 실지 싸움이 일면 직접 땅크를 몰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이다.

기련은 조종간을 잡은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침착한 눈길로 앞의 계기판들을 일별했다. 모든것이 정상이다. 발동기소리도 고르롭다. 좋다. 이번 훈련에서는… 다시는 실수를 안할것이다.

땅크는 벼랑길을 에돌았다. 지진이라도 일어난듯 땅이 몸부림치는데 혼비백산한 다람쥐 한마리가 길을 가로질러 벼랑밑으로 굴러내린다. 다음엔 다시 내리막길… 또 올리막길… 그런데 가슴은 왜 아직 진정이 안되는가.

또다시 시창앞으로 서용숙의 얼굴이 비껴든다. 그 생글생글 웃던 반달눈… 아니, 그것은 무섭게 뚝 부릅뜬 늙은이의 두눈이다. 불이 펄펄 쏟아지는 눈… 상투를 튼 늙은이가 장죽으로 문턱을 두드리며 추상같이 웨친다.

《이놈아, 우리 용숙일 당장 찾아와라. 네녀석이 우리 앨 꼬여내지 않았느냐. 당장 가서 데려오지 못한다면 주리를 틀고말테다. 가만두지 않겠어. 어허이구, 내 손녀야, 용숙아-》

컬렁컬렁 맹렬히 기침이 쏟아진다. 후들후들 떨던 그 늙은이의 뼈만 남은 앙상한 주먹이 자기 가슴을 쾅쾅 두드린다. 그우로 쏟아져내리던 눈물, 눈물… 입에서도 피가 쏟아져나왔다.

기련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또다시 용숙이를 찾아떠났다. 밤, 번개, 폭우… 아, 그때의 가슴을 찢던 괴로움… 찾고찾아도 찾을수 없던 용숙이… 하늘땅을 다 들부셔버리고싶던 안타까움…

그런데 지난 5년간을 그렇게도 괴롭히던 그 서용숙이가 여기에 나타날줄이야 …

《뭘해, 기련이!》

또다시 벼락치듯하는 소리.

《예? 아!》

기련은 깜짝 놀랐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땅크가 사정없이 오른쪽경사지로 밀려내리기 시작한것이다.

(이거 큰일났구나, 큰일이…)

기련은 자기도 모르게 또 헤덤비기 시작했다. 가슴이 와당탕탕 뛴다. 기련은 황황히 제동답판부터 밟았다. 우선 땅크를 세우고부터 봐야 하는것이다. 그런데 땅크가 왜 서지 않는가. 제동답판이 왜 말을 듣지 않는가. 기련은 땅크가 요동을 치며 전진하는 바람에 당황하여 제동답판을 더 힘껏 밟으며 황급히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자기발이 제동답판이 아니라 총리접기답판을 밟고있는것이다. 덤비다나니 잘못 밟은것이다. 기련은 얼른 발을 제동답판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땅크가 줄줄 지쳐내리다가 무엇에 걸렸는지 마침내 벌컥 뒤집히고만것이다. 땅크는 무한궤도를 하늘로 공중 쳐든채 웅뎅이에 처박히고말았다. 무한궤도는 그 상태에서도 맹렬히 돌고있었다.

 

안동수네가 군의소에 들려 부상자의 치료정형을 알아보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견인차로 땅크를 끌어내고 사고를 수습한 뒤였다.

류경수가 련대지휘관들에게서 지금까지의 훈련정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고 앞으로의 훈련방향을 주기 시작하자 안동수는 214호 승조원들앞으로 다가갔다.

까만 땅크승무복들을 입은 승조원 셋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서있었다. 이미 려단참모장에게서 호된 추궁을 받아서인지 그들은 완전히 주눅이 들어 어깨를 축 늘어뜨린것이 마치도 끓는 물에 데쳐낸 배추떡잎들처럼 후줄근해보였다.

안동수는 이런 그들을 보자 가슴속 밑바닥에서 울컥 뻗치고 일어서는 의분 비슷한 감정을 누를 길이 없었다.

(이들이 바로 내가 맡은 전사들이란말인가. 위대한 장군님께서 불굴의 거인들이 되기를 바라시는 인간들…)

안동수는 두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그들앞에 떡 벋치고섰다. 고개도 들지 못하고 눈길을 어디에 줄지 몰라 허둥대는 그들을 보니 속이 좋지 않았다.

《흠, 땅크 굴리는 멋진 재간을 가지고있다지? 땅크 굴리는 경기에라도 내보낼가부다. 누가 운전수요?》

맨 옆에 섰던 얼굴이 길쑴한 중사가 차렷자세를 취했다.

《옛, 중사 전기련…》

말끝을 흐리우며 고개를 푹 떨군다. 안동수는 주먹으로 그의 왼쪽가슴을 툭 쳤다.

《틀렸소. 땅크를 굴리려면 한바퀴 완전히 굴려야지. 그래야 바로 설게 아닌가. 솜씨가 서툴러, 응?》

다음병사, 그도 얼굴이 벌겋게 되여 몸둘바를 몰라했다.

《동문 이름이 뭐요?》

《옛, 장탄수 하사 서서일!》

《이름이 좋구만. 동무에게 걸맞는 이름이요. 서서일이라… 장탄수야말로 앉아있을새가 없지. 그렇지 않소?》

《그… 렇습니다. 》

장탄수는 시무룩이 웃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동문?》

《포장 중사 김국기입니다. 》

키가 좀 작을사한 그의 목소리 역시 힘이 없었다.

안동수는 주먹으로 허공을 획 갈랐다.

《안되겠소. 완전히 저기압들이구만. 사내대장부들이 이게 뭐요. 사고를 쳤으면 원인을 찾고 고치면 되는거지. 처벌을 받더라도 신심을 잃어선 안돼. 알았소?》

승조원들은 역시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

《목소리가 그게 뭐요. 죽어가는 사람들처럼… 다시!》

《알았습니다. 》

《아직 약해. 다시!》

《알았습니다. 》

승조원들의 목소리가 쩡- 하고 울렸다.

안동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무들의 땅크는 이제 수리소에 가야 한다니 함께 승조는 못하겠고… 후에 봅시다. 내 새로 온 문화부려단장이요. 난 원래 한꼴 먹었다고 해서 풀이 죽어 다니는 사람들을 좋아 안해. 벋디디고 더 기운차게 일떠서야지.》

견인차가 214호를 끌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안동수는 아릿한 눈길로 끌려가는 땅크를 쳐다보다가 획 돌아서서 지휘관들이 있는쪽으로 뚜벅 뚜벅 걸어갔다.

수치스럽게도 끌려가는 땅크운전부에 앉아 조종간을 잡은 전기련은 견인차가 움직이는대로 조종을 하다가 후- 하고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려단참모장에 려단장에 이젠 새로 온 문화부려단장에게서까지… 깨깨 점수를 잃었다.

아- 이거 죽을 쑤는구나. 전기련이, 이 한심한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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