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1

(3)

 

《고맙소, 정말 고맙소. 내 이 은혜를 정말 잊지 않겠소.》…

그러더니 정말 이렇게 찾아온것이다.

《야센꼬동지, 아, 구두 두컬레가 뭐라고 그럽니까. 머리 큰 사람들끼리… 이렇게 서로 친분관계만 가지면 되지 않습니까.》

야센꼬는 무슨 소리냐는듯 고개를 저으며 성까지 냈다.

《뭐, 구두 두컬레가 뭐라구요? 거기엔 바로 인간의 진정이 담겨있단 말이요. 진정에는 진정으로 보답하는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니겠소. 머리 큰 사람일수록 도리를 지켜야 하는거요.》

안동수는 야센꼬가 진짜 노여워하자 가까스로 그를 눅잦혔다.

《정 그렇다면 좀 생각해봅시다. …》

안동수는 잠시 생각을 굴리다가 피끗 떠오르는것이 있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숱한 땅크들과 부속들을 가지고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숱한 땅크들과 부속들을 쏘련으로 가지고가자면 아무래도 품이 대단히 많이 들겠는데 그러지 말고 예비부속 같은것들은 우리들에게 남겨두고갔으면 좋겠다. 당신네들은 쏘도전쟁에서도 이기고… 일제놈들도 패망되였으니 이제야 평화적인 건설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지금 미제침략자들과 총부리를 맞대고있다. 조국의 절반땅을 타고앉은 저 미제침략자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누구도 모른다. 당신도 이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지 않는가.

우리는 반드시 한번은 미제와 싸워야 한다.

그러니 정 나를 도와줄 용의가 있으면 좀 넓게 생각하고 마음을 크게 쓰길 바란다. …

야센꼬는 두손을 다시 쩍 벌려보이며 《하라쇼, 하라쇼. 오첸 하라쇼.》하고 기뻐했다.

야센꼬는 그날로 쏘련에 전화를 걸어 쓰딸린의 승낙까지 받았다고한다. 이렇게 되여 안동수는 땅크부속품을 적지 않게 해결하게 되였던것이다. …

류경수는 그 땅크부속품들이 부대의 전투준비완성에 한몫 했다고 하면서 무릎을 슬슬 쓸었다.

《이거 뭐 좀 내긴 내야겠는데… 어쨌든 부려단장동무는 우리 땅크부대와 무슨 인연이 있는것만은 사실인것 같소. 인민군신문 책임주필이 그때 땅크부속품을 생각했댔으니말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났댔을가. 여기에 올걸 미리 내다본건 아니요?》

안동수는 어이없어 허허허 웃었다.

《내가 무슨 예언자라구 그랬겠습니까. 장군님께서 절 여기로 보낼 결심을 하실 때 그 사실도 고려하시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류경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러실수도 있소. 문화부려단장이 멋있는 지참품을 안고 온셈으로 되니까. 그런 문화부려단장을 우리 땅크병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소. 장군님은 정말…》

류경수는 눈을 슴벅이며 고개를 돌렸다.

안동수도 코허리가 쩡해옴을 느끼며 차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번엔 왼쪽으로 무성한 밤나무숲이 나타났다.

키높이 자란 몇십년은 묵었을 밤나무들인데 황이 들기 시작한 잎사귀들사이로 아금이 쩍쩍 벌어진 누런 밤송이들이 보였다. 조무래기들 대여섯이 밤나무밑에서 밤송이들을 향해 맹렬히 돌팔매질을 하고있었다. 아금이 벌어진 사이로 윤기도는 밤알들이 해빛에 반짝이며 못견디게 유혹하는 모양이였다.

밤나무와 밤을 따는 아이들을 보자 안동수는 자기도 모르게 호기심이 동해 그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마음은 아이들시절로 되돌아가는듯 했다.

《무얼 그렇게 유심히 보우?》

류경수가 의아해서 물었다.

안동수는 얼핏 그를 돌아보고는 시무룩이 웃었다.

《밤나무를 봅니다. 제가 지금껏 살아온 룡정이나 원동이나 따슈껜뜨엔 밤나무가 없지요. 2년전에 조국에 나왔지만 계속 시내에서 살다나니… 저런게 밤나무라는건 취재길에 보고들어 알기는 하지만… 저렇게 잘 익은건 처음 봅니다.》

《그렇소?》

류경수는 밤나무와 안동수를 흥미진진해서 갈마보더니 구리빛얼굴에 어린애같은 순진한 미소를 확 피워올렸다. 가슴 밑바닥에 깊숙이 가라앉아 세월의 락엽에 묻히고 또 묻히였던 동심이 불쑥 머리를 쳐들고 살아올랐던것이다.

류경수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주먹으로 무릎을 탁 쳤다.

《좋소. 운전사동무, 저 밤나무밑에 차를 대오. 우리 부려단장동무에게 밤청대를 대접합시다.》

《밤청대요?》

놀라는 소리는 운전사가 아니라 안동수의 입에서 튀여나왔다. 류경수가 장난기어린 눈길로 안동수를 마주보았다.

《그렇소, 밤청대를 하기요. 못해봤겠지?》

안동수는 감질이 나서 밤나무에 다시 눈길을 던졌다.

《예, 옛날 소설들에서 본 기억은 나는데… 시내에서 밤을 구워 파는것은 더러 보았지만… 어깨에 별을 잔뜩 단 사람이 사먹기도 멋적구… 한번두 못 먹어보았습니다.》

류경수는 또 주먹으로 무릎을 두드렸다. 사기가 나서 엉치까지 들썩거리며 어쩔줄 몰라했다.

《멋있소, 하하하. 아주 좋구만. 문화부사람들은 오후 4시까지 모이라고 했으니 여유가 있소. 제꺽 해제끼기요.》

차는 큰길에서 벗어나 오른쪽으로 꺾었다. 마른 강냉이짚무지가 있는 밭 최뚝을 따라 기우뚱거리며 산기슭쪽으로 바투 접근했다. 산기슭에 구름처럼 피여난 연보라빛들국화가 바람에 하느적이며 그들을 반겨맞이하는듯싶다. 차가 개울에 막혀 더 가지 못하고 멈춰서자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 선들선들 불어오는 바람에 들국화가 설레이며 무릎에 감겨든다.

그들은 외나무다리를 건너갔다. 저쪽 끝쪽에서 밤나무를 향해 돌팔매질을 하던 조무래기들이 의아해서 쳐다본다.

안동수는 밤나무밑에서 두손을 허리에 얹고 고개를 들었다. 나무의 높이는 15m쯤되는것 같다. 줄기는 검은밤빛인데 터실터실한 보굿을 갑옷처럼 두른 밑둥은 한아름이 넘을것 같고 우산살처럼 퍼진 웃가지들은 비교적 미츨했다. 버들잎모양의 긴타원형잎들은 누렇게 황이 들었는데 우수수 바람이 불어오자 밤알들이 후둑후둑 떨어져내렸다. 발밑을 굽어보니 역시 황이 들기 시작한 머리칼같은 풀포기들사이로 까밋까밋 윤기도는 밤알들이 빠금히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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