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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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없이 높고 푸른 하늘에서는 은백색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있었다. 땅우의 모든 열매들을 살찌우고 익히는 가을철이라 그 해볕은 무척 따스하고도 포근했다.

한낮무렵.

대동교를 건너온 풀빛군용승용차는 해빛에 차체를 번쩍이며 곧장 땅크려단지휘부가 있는 사동쪽으로 향했다.

새로 임명된 문화부려단장을 맞이해가려고 류경수려단장이 직접 차를 타고 문화훈련국에 왔다가는 길이였다.

운전사 뒤자리에 앉은 류경수는 흐뭇한 눈길로 옆에 앉은 문화부려단장 안동수를 흘끔흘끔 곁눈질하군했다.

후리후리한 키에 약간 길쑴한 얼굴, 운동감이 나게 바투 올려친 머리, 늘 웃음을 담고있는듯한 억실억실한 두눈, 훤칠한 이마, 어깨에 무겁게 얹힌 대좌의 견장…

어제까지만 해도 《조선인민군》신문 책임주필을 하던 사람이였다. 한때는 평양학원 교원을 하였다고 한다. 그전에는 망국노의 설음을 골수에 사무치도록 체험하면서 이국땅에서 살았고…

얼마 대상해보지 않아 그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류경수는 지금 대단히 만족한 기분이였다.

승용차가 사람들이 붐비는 주택지구를 벗어나자 류경수는 마침내 흡족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책임주필동무가 우리 문화부려단장으로 올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더랬소. 이젠 정말 한시름이 놓이오.》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모두다 2개년인민경제계획수행에로!》라는 선전화를 주의깊게 쳐다보던 안동수가 고개를 돌리며 어줍은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그런 말씀을 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전투부대정치사업자체가 전혀 생소한데다가… 별로 아는것도 없어놔서… 나때문에 려단장동지가 고생을 하게 되였습니다.》

류경수는 황황히 한손을 내저었다.

《아, 그런 말씀은 마시오. 내 부려단장동무에 대해 영 모르는줄 아우? 글쎄 다른건 다 모른다 해도 한가지만은 잘 알고있습니다.》

안동수는 의아해서 그를 돌아보았다.

《한가지를… 잘 안다구요?》

류경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차창밖으로는 벼이삭들이 한창 누렇게 익어가는 논벌이 흘러가고있었다. 논두렁에 심은 콩잎들은 아직 황들기 전이라 황색과 록색이 뚜렷한 대조를 이룬 논벌은 그림처럼 아름다왔다. 그뒤로는 푸르게 자라는 남새밭이 바라보였다.

류경수는 감회깊은 눈길로 차창밖을 내다보다가 약간 젖은듯한 어조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며칠전에 난… 보위성에 올라갔다가 영광스럽게도 김일성장군님을 만나뵙는 행운을 지니게 되였소. 그이께서 부르시여 집무실에 갔댔지요.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나라일에 그처럼 바쁘신 때이지만 모든 일을 다 미루시고… 오래동안 우리 땅크부대일을 두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가르치심을 주시였소.

그러시다가 지금 부대를 꾸리는 사업에서 제일 애로되는것이 무엇인가고 물으시는것이 아니겠소.》

그때 류경수는 장군님께서 이렇게 늘 깊이 관심해주셔서 특별히 애로되는것이 없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러다가 피뜩 생각되는것이 있어 응석을 부리듯 이런 청을 드리였다.

장군님, 문화부려단장을 빨리 임명해주셨으면 합니다. 》

참으로 무엄한 청이였다.

하지만 장군님께서는 탓하지 않고 되물으시였다.

《지금 고르는중이요. 혹시 동무가 점찍어놓은 대상은 없소?》

류경수는 어줍게 웃으며 생각해본 사람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는 어떤 동무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는가고 물으시였다.

류경수는 어깨를 쭉 펴며 힘있게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 보내주시는 동무이면 다 좋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옆에 서있는 문화훈련국장을 보시며 껄껄 웃으시였다.

《김일동무, 좀 보시오. 류경수동무가 얼마나 엉뚱하오. 저런 말을 듣고서야 아무 사람이나 막 보낼수가 있나.》

《예, 수를 쓸줄 압니다. 경수동무가 땅크부대를 맡더니 배짱이 더 세진것 같습니다.》

류경수는 당황해서 손을 내흔들며 그런게 아니라고, 그저 빨리 문화부려단장동무와 손잡고 일해보고싶어서 그런다고 말씀드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웃으시며 《경수동무의 심정이야 내가 잘 알지, 알겠소. 우리 외아들부대인데 내 아끼던 동무를 보내주겠소.》라고 말씀하시였다. …

류경수는 그때를 돌이켜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내가 잘 안다는건 장군님께서 아끼시는 동무가 바로 책임주필동무라는거요.》

안동수의 놀라와하는 눈빛을 감촉하며 류경수는 좌석등받이에 웃몸을 실었다.

《이렇게 책임주필동무를 우리 부려단장으로 맞고보니 어깨가 더 무거워지누만. …

우리 땅크부대를 얼마나 귀히 여기시면 이렇게까지…》

류경수는 장군님의 크나큰 사랑과 믿음이 가슴벅차게 안겨와 큰숨을 몰아쉬며 차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논벌은 어느새 길 오른쪽으로 옮겨가고 왼쪽으로는 남새밭이 펼쳐졌다. 통개굵은 무우와 통배추들이 이랑마다 타고앉아 한창 살져가는 남새밭너머로는 빨간 고추타래들을 처마마다 주렁주렁 드리운 아담한 살림집들이 보였다. 동이같은 누런 호박이며 하얀 박통들이 한가로이 익어가는 그 지붕들우로는 아금이 벌어진 누런 밤송이들을 구름처럼 떠인 밤나무들이 선들선들 가을바람에 춤을 추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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