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2 회)
제 1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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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편성과 지휘관들의 배치가 끝나자 조선인민혁명군대오내의 지휘관들은 물론이려니와 항일련군의 모든 군사지휘관, 정치일군들, 심지어는 주보중이나 위증민이까지도 아연해졌다.
조선인민혁명군 지휘관들은 누구나 쉽사리 일어설 잡도리가 아니였으며 중국인지휘관들도 그들대로 발을 옮기기 어려운 난감한 립장에 빠져있었다.
위증민이
《
《위증민동지, 다 알다싶이 현재 만주일대에서 활동하고있는 조중 항일무장부대내에서 주력을 이루고있는것은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들입니다. 그뿐아니라 중국인부대내에서도 적지 않은 조선공산주의자들이 정치군사간부로서 핵심적역할을 하고있습니다. 이러한 형편에서 조중항일무장부대를 조선인부대와 중국인부대로 갈라 편성한다면 중국인민의 항일무장력량을 약화시키게 되며 결국 조중인민의 항일무장투쟁발전에 손실을 가져오게 될것입니다.》
위증민은 더없이 딱한 표정을 짓고 온기가 가셔진듯한 방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그는 힘을 내여 입을 열었다.
《
《그러지 마시오. 위증민동지, 나는 우리 동무들을 믿습니다. 한두해 함께 고생한 사람들도 아닌데 내가 우리 동무들을 모르겠습니까?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이렇게밖에는 달리 어쩔수 없다고 결심한 문제입니다. 그러니 이미 발표한대로 움직여주시오.》
한흥권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어찌나 성급히 서두르며 일어섰던지 일어선 사람은 한흥권이 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여러
사람이 일어선것 같아
《
한흥권은 입술을 푸들푸들 떨며 부르짖었다.
《말하오. 생각되는게 있으면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말해보라구.》
《
《그쪽에 나가면 소부대들이 있지 않소. 여기 송명준동무도 와있고 어째 단신으로 간다는거요?》
《아무리 소부대들이 있다 해도 그 동무들로써 조선인민혁명군의 주력부대를 편성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자면 또 시간도 걸리고 얼마나 막대한 정열을 기울여야 하겠습니까? 우리들에게서 몇개 중대만이라도 데리고 떠나주십시오.》
《한흥권동무, 그랬으면야 나도 좋고 다들 마음이 개운하겠지. 그러나 세상형편을 넓게 살펴보면 좀처럼 그렇게는 안되오. 지금 대륙침략에 눈이 어두워진 일본제국주의는 관동군의 기본력량을 여기 만주땅에 집결해놓고 쏘만, 몽만국경을 위협하며 중국관내에 대한 침략의 구실을 만들어보려고 기회만을 엿보고있소. 이런 실정에서 우리가 남북만지대에 형성해놓은 유격전선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킬수 있는가? 결코 그럴수 없소. 오히려 이 전선을 강화하고 확대하여 관동군의 배후를 타격하고 또 타격해야 하오.》
《
한흥권이 말할사이없이 백선일이 성큼 일어섰다.
한흥권이와 백선일이가 말뚝처럼 버티고 일어선 가운데 최춘국이가 또 일어섰다.
그러지 않아도 시름겨운 표정을 하시고 책상우에 두손을 마주잡으신채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던
《최춘국동무도 의견을 제기하려고 그러오?》
최춘국은 목이 꺽 메였다. 그는 눈을 슴벅이며 아무 말도 못하였다.
《동무들, 나는 동무들의 심정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충분히 리해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시기에 배타주의자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모해를 당하며 아까운 수많은 혁명동지들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배타주의자들의 책동과 모해였을뿐이지 중국공산주의자들과 조선공산주의자들사이에 존재했던 모순은 아닙니다. 우리는 공산주의대렬속에 끼여든 배타주의자들과 사생결단하고 싸웠지만 진실한 중국혁명가들과 손잡고 일제를 반대하는 공동전선을 형성함으로써 동방에서 위험한 침략세력으로 자라나고있는 일본제국주의에 강력한 타격을 주었으며 이 과정에 조선혁명만 아니라 중국혁명을 도와주고 먼저 승리한 사회주의혁명을 보위하였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 숭고한 국제적의무를 다하여야 하며 간고한 투쟁의 나날을 거쳐 굳건히 형성된 반일공동전선을 손상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이자리에 모인 모든 지휘관들이 참다운 프로레타리아국제주의립장에서 넓은 도량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바라며 부대내의 모든 지휘관 대원들을 그렇게 원칙적인 사상으로 교양해주기 바랍니다.》
그러나 지휘관들의 입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단지 부대편성문제와 관련하여서만 마음 괴로운 그들이 아니였다. 그보다는
지휘관들은 이 순간에 백두산기슭으로 나가시는
그들은 혁명의 준엄한 길을 걸어오면서 그토록
세상사람들에게서 얼마나 수모와 업심을 받아온 사람들이였는가? 진정
이리하여
한흥권, 최춘국, 백선일이가 차례로 자기들의 진정을
《생각같아서는 나도 동무들을 다 데리고 떠났으면 좋겠소. 그러나 조성된 혁명정세가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소. 우리가 무엇때문에 동만의 그 귀중한 유격근거지를 해산하고 떠났소? 그것은 국내와 국경지대에서는 물론 만주의 넓은 지역에서 유격전을 전개하여 조선혁명과 중국혁명을 잘하고 사회주의신생로씨야를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막아주려고 결심했기때문이 아니요? 그러니 힘들어도 유격대의 골간간부들이 한모퉁이씩 맡아가지고 혁명을 잘해나가야 할것이 아니요. 내 걱정은 마오. 나야 단신으로 가는것도 아니고… 한흥권동무도 일정한 거리까지는 나와 함께 갈것이고 위증민동지도 장백지방까지 같이 갔다가 몽강으로 들어가게 되오.》
여기까지 말씀하신
그리고 한마디한마디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한흥권동무, 백선일동무, 최춘국동무, 이자리에 모인 모든 군사지휘관들과 정치일군동무들, 혁명의 길은 간고하고 그 과정에는 우여곡절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요없이 견결히 투쟁하여 력사와 인민앞에 지닌 조국광복의 성스러운 위업과 국제혁명의 숭고한 의무를 빛나게 수행하고야말것입니다.》
장내에서는 박수가 일어났다. 회의의 첫날에 만세를 부르고 환호를 웨치던 그때처럼 박수소리가 우렁찼으나 지휘관들의 눈에는 눈물을 볼수 없었다. 그것은 감정과 리성간의 싸움에서 리성이 이기고만 승리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모든것을 리성적으로 사고하려고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