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1 회)
제 1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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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한달도 아니였고 한두가지 시름과 걱정도 아니였던 그 모진 시련의 몇해, 조선공산주의자들의 끌끌한 핵심들을 사정없이 찍어넘기며 조선혁명을 송두리채 뒤집어엎으려고 발광했던 좌경기회주의자들과 종파사대주의자들의 죄행을 사람들은 쉽사리 잊지 못한다.
그 피의 수난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송혜정은 두손으로 얼굴을 싸안고 소리없이 어깨를 떨었으며 리호검로인은 지그시 두눈을 감고 떨리는 손으로 저고리앞섶을 모질게 움켜잡았다.
《동지들!》
위증민은 장내를 향해 진정과 우애가 넘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첫마디를 떼였다. 혁명가로서의 그의 인생에 있어서도 무서운 동란의 시기였고 그 복잡다단한 한시절을 넘기고난 지금에 와서는 더욱더 무서운 시기로 추억되군하는 과거의 그 모든 사변들을 더듬는다는것은 그에게 있어서도 모진 아픔이고 준엄한 교훈일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가 만장을 향해 《동지들!》하고 더없이 친근하며 진정이 북받치는 말로 첫마디를 떼였을 때 사람들은 공산주의자의 가슴속에서 뜨겁게 굽이치고있는 솔직하고도 진실한 생각을 읽었으며 비록 지나간 시절에 험한 상처마냥 남겨놓은 수난의 깊은 자국들은 무수하였으나 하나의 사상과 의지와 리념을 안고 하나의 전선에 결속되여 생사고락을 같이 하지 않을수 없는 공산주의자의 형제적감정을 느꼈다.
엄숙한 표정으로 굳어졌던 사람들의 눈빛은 부드러워졌다.
《동지들!》
위증민은 방금전과 다름없는 그 진정과 우애가 넘치는 친근한 목소리로 다시한번 회의참가자들을 향해 조용히 외웠다. 그리고나서 가볍게 두손을 마주잡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생각하고 오래 무르익혀둔, 그때문에 조그마한 가식이나 꾸밈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는 동지들도 잘 알고있는바와 같이 이번에 국제공산당은
격동적인 흥분이 회의장을 누비며 지나갔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놀라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위증민의 옆에 조용히
한자리를 얻고 소박하게 앉아계시는
언제나
위증민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동지들,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 날을 맞이하여 나는 동지들에게 한가지 눈물겨운 소식을 전할것이 있습니다. 이번 국제공산당 서기국동지들은
국제공산당이
이리하여 국제공산당은 조선공산당과 조선공산주의자들을 혁명적집단으로, 혁명가로 인정할수 없었으며 1928년에는 국제공산당의 이름으로 조선공산당에 대한 해산을 선포하고 조선에서의 종파문제에 대한 책을 써서 각국의 공산주의자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배포하는 조치까지 취하지 않을수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조선공산주의자들에게 자기의 당을 조직할 권리를 부여할수 있었겠는가고 그들은 가슴아프게 지난 일들을 회고하였습니다.
국제공산당 서기국은 국제공산당이 오늘 조선공산주의자들이 내세운 혁명로선들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자기의 당을 가질 권리, 자기의 군대를 조직할
권리와 자기 나라 혁명을 할 권리를 가질수 있다고 인정하는것은 조선에서 종파의 오물을 청산하고
사람들은 회의장 안팎에서 일제히 떨쳐일어나 만세를 부르고 환호를 터치며 서로 얼싸안고 웃고 울고 울고 웃었다. 웃음 하나, 울음 하나만으로는 이 순간의 폭풍같은 감격과 정신을 잃을듯한 환호며 목메이는 기쁨, 가지가지의 추억을 하나의 의식에 받아들일수 없었다. 얼마나 무수한 진통과 재난과 동란의 바다를 거쳐 오늘에 와닿은 사람들인가?
력사를 두고 조선인민이 당한 수모, 그것은 참다운 민족의
우리 민족의 진정한
드디여 만고의 령장, 인민의
《아,
사람들의 가슴속에서는 약속이나 한듯 이 하나의 소용돌이가 눈물어린 탄성속에 끝없이 터져오르고있었다.
이날 밤은 감히 누구도 편히 잠자리를 볼수 없었다. 한흥권, 최춘국, 김택근, 백선일은 말할것도 없었다. 그들은 유격대원들과 한데 어울려 지나간 나날의 간고한 시절을 추억하며 조선혁명의 밝은 앞날을 놓고 끝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녀대원들은 녀대원들대로 따로 한자리를 꾸리고 귀중한 이야기들을 속살거렸다. 남자들이 감히 들여다볼수 없는 녀성세계에서는 또 그들대로
민족의 운명, 겨레의 운명, 모든 혁명가들의 운명이
이날 밤에는 백송로와 상해에서 온 늙은 독립운동자도
위증민이와 주보중도 이밤을 꼬바기 밝혔다. 주보중은 그새 동만땅에서 겪으신
회의는 며칠을 두고 계속되였다.
이제는 부대를 가르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항일무장부대들의 편성과 인원들의 배치는
회의를 필하는 마지막날에
동만의 왕청일대에 나갔던 최춘국중대와 김택근소대를 북만의 액목일대에서 활동하게 될 항일련군산하에, 하연성소대는 항일련군 제5군산하에 배속시키며 백선일련대도 남만지구에서 활동하게 된다고 발표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