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8 회)
제 1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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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혜정은 정신없는 손길로 로인의 몸을 더듬으며 형체없이 찢어지고 맨살이 어루만져지는 옷을 만졌다. 비록 짐승의 가죽으로라도 탐탁하게 사냥군의 외양답게 의젓이 몸을 거두고다녔던 로인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겪은 고생이 어떠했을가는 상상만으로도 헤아리기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혜정은 쉽사리 입을 열어 로인의 살아온 이야기를 물을수 없었다. 물으려면 그저 눈물이 쏟아진다. 마음을 진정하고 어머니 안부도 묻고 자기들이 동만땅에서 겪은 사변이랑 이야기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절하였으나 가슴은 찢어지는듯한 아픔으로만 옥죄여들었다.
《
《뭐?
《그래요.
혜정은
《장군님!》
로인은 그저 이 한마디만 간신히 외우고 아무 말도 입밖에 번지지 못하였다.
발구를 몰아 이십리길을 넋없이 달려온 혜정은 사령부문밖에서 간신히 마음을 진정하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에는 십여명의 유격대지휘관들과 정치일군들이 정숙한 분위기에 싸여 앉아있었다.
그들은 유격대가 동만의 고정된 유격구를 떠나 광활한 지대에 진출한것만큼 놈들이 어느 한곳에 력량을 집중하지 못하도록 도처에서 적을 치고 광범한 지역에 혁명의 씨앗을 뿌려나가며 투쟁의 무대를 점차 국내와 국경지대로 확대발전시켜나가는데 따라 반일민족통일전선로선과 당창건방침을 더욱 힘있게 관철해나가기 위한 중요한 임무를 받고 남북만의 항일무장부대들과 국내와 국경연안으로 파견되는 공작원들이였다.
그들중에는 백두산지구에 나가있는 송명준에게 보내는 소부대책임자도 있었고 남만에 나가 독립련대를 지휘하고있는 백선일부대에 중대장으로 파견하는 군사일군도 있었다.
방안의 분위기가 하도 엄숙하고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너무도 긴중한 까닭에 혜정은 그만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려 하였다.
《무슨 일이요, 송혜정동무?》
《
《무슨 소리요. 똑똑한 말로 대답하오.》
혜정은 흐느끼며 겨우 말을 번졌다.
《
《리호검
《예.》
《동무들은 돌아가 떠날 차비들을 하고 기다리시오. 래일아침에 다시 부르겠소.》
불처럼 날아와 안기는 로인의 어깨를 껴안으신
《
《그동안 어디 계셨기에 그처럼 세상을 발칵 뒤지며 돌아갔는데도 나타나지 않으셨습니까, 예?》
《
《액목땅에는 어째서요. 그 넓은 동만땅을 두고 여기는 왜 들어와 숨어계신단말입니까?》
《죄지은 늙은이가 머리들고 떳떳이 살데가 없었습니다.》
《죄는 무슨 죄를 지었다는겁니까? 그거야 나쁜놈들이 꾸며낸 수작이지 어떻게 리유천동무나 송혜정동무들이 반혁명의 길로 굴러떨어질수
있겠습니까.
《
《지난해 북만원정을 떠나와 귀중한 혁명동지들을 전장에서 잃을 때에도 지금같은 억울함과 통분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장엄하고도 외로운
슬픔속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리유천동무가 우리 혁명을 보위하고 내 무릎우에서 숨이 질 때 나는 드디여 혁명가들을 죽음우에 덮씌워지는 억울함과
통분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때보다도
《
《리유천동무와 송혜정동무에게 그토록 참혹한 고통을 안겨준 백하일이란놈은 혜정동무의 총에 맞아 개수도랑에 처박혔습니다.》
《
《그놈의 수작질에 멋없이 들떠 돌아치며 끌끌한 혁명가들을 모해하고 혁명의 지도적지위를 탈취하려고 노리던 강시중이란놈도 근거지밖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
리호검로인은 주먹을 부르쥐고 온몸을 우들우들 떨며 부르짖었다.
송혜정은 눈물을 씻고 고개를 들었다. 말 못할 슬픔이 서리서리 얽히였던 송혜정의 눈에 린광과도 같은 차거운 빛발이 번뜩이였다.
《
이제 국제공산당에서는 동만의 사태를 신중히 론의하게 될것입니다. 조선사람이 조선혁명을 하는데 대해 시비할 사람은 누구도 없을것입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양보 못할 우리의 권리에 속합니나. 이 권리를 지키고저 조선의 우수한 혁명가들이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지요.》
가까스로 그 어떤 의분을 누르시고
리호검로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소리없이 후둑후둑 떨어졌다. 너구나 혹독한 시련에 부대끼고 너무나 많은것을 잃기도 한 로인은 지금은 그 어디에서 조선혁명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이 리해되지 않았고 참담히 억울하게도 생각되였다.
다음날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