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7 회)
제 1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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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정부대는 진옥이를 맞이한 기쁨으로 떠들썩하면서 산동툰으로 올라가 주보중유격부대와 상봉하였다.
지난해 12월에 녕안에서 헤여져 일곱달만에 상봉한 유격대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돌아가며 또다시
이리하여 녕안땅은 또다시 혁명의 폭풍으로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산동툰전투를 마치고 삼도하자로 돌아오신
이리하여 원정부대는 또다시 갈라지게 되였다.
부대들이 갈라지게 됨에 따라 녀대원들도 헤여졌다. 진옥이는 한흥권중대장을 따라가고 혜정이와 오성숙은
삼도하자에서 부대들을 떠나보내신
액목땅에는 라자구에 있던 오의성부대를 비롯하여 청산, 애산, 애민 등 적지 않은 반일부대들이 집결해있었으나 그들은 《토벌대》를 피해 방황하면서 인민들에게 부담만 끼치고있었다.
액목땅에 진출하신
말리거우전투까지 치르고나신
녀대원들도 정치일군들과 함께 부락들에 나갔다.
현경이는 송혜정이를 따라 이 부락에서 저 부락으로, 이 산판에서 저 산판으로 옮겨가면서 며칠동안 그와 함께 지냈다.
어느날 말리거우에서 한 이십리 떨어진 부락에 나가 군중정치사업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현경이가 송혜정에게 조용히 귀속말을 하였다.
《이봐요, 혜정동무. 저기 귀틀막 허청간모퉁이에서 웬 로인이 나를 붙잡더니 방금전에 군중앞에서 연설한 녀대원이 송혜정이 아니냐고 묻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송혜정이 분명하면 소문을 내지 말고 조용히 허청간뒤로 와달라는게 아니겠어요?》
《웬 로인이예요, 나는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혜정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였다.
《액목땅에 친척이라도 없어요?》
《없어요.》
《혹시 동만에서 살던 사람이 이리루 온건 아닐가요?》
《동만유격구에서 살던 사람이면 왜 이런 산골막바지에 와있겠나요. 더구나 동만에서 온 사람이라면 대뜸 우리앞에 나타날것이지 허청간뒤에 와달라고 할 까닭이야 있겠어요. 분명 혜정이라고 이름을 똑똑히 불러요?》
《그럼요. 송혜정이라고까지 분명히 외우지 않아요. 첫눈에 벌써 막 불쌍해보여요. 입은 옷도 변변치 않고 막대 하나를 짚고 더듬거리면서 사람들을 피해 그늘속에 숨어있어요.》
송혜정은 현경이 말하는것이 아무래도 이상하여 로인이 기다리고있다는 허청간뒤로 다가갔다. 밤이라고는 하지만 대낮같은 달이 떠있어 허청간그늘밑에 들어가는 사람의 형체가 희끄므레 바라보였다.
《누구십니까, 누가 혜정이를 찾습니까?》
저쪽에서는 한동안 아무 응대가 없었다. 혜정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누가 저를 찾으십니까? 제가 송혜정입니다. 분명 송혜정이를 찾고있는분입니까?》
《아가!》
알릴락말락 날아온 그 부르짖음이 혜정이의 고막을 쳤다.
그러나 혜정은 그 말소리의 뜻을 분명히 알아들을수 없었다. 의심은 더욱더 커졌다. 혜정은 숨소리마저 죽이고 로인을 찬찬히 굽어보았다.
《아가!》
다시한번 간간이 들먹이며 부르짖는 말소리가 들렸다.
《아니?》
혜정은 넋없이 한발자국 앞으로 내짚었다. 어떤 힘이 자기를 이끌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몸에 배이고 뇌리에 사무친 그 말소리가 혜정이를 이끌어갔다.
혜정이를 그렇게 부를 사람은 리호검로인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 말소리의 임자가 호검로인이라고 믿은것은 아니였다. 도저히 그렇게는 믿을수 없었다. 믿을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에 속속들이 배이고 습관된 그 타성에 그만 확하고 이끌려갔다.
혜정은 두어발자국거리에서 멈칫하고 서버렸다.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늙은이는 진정 누군지 알수가 없었다. 머리는 삼거웃처럼 엉키고 얼굴도 시커먼 수염속에 가리워있었으며 앞자락이 찢어져 너펄거리는 등거리사이로는 뻘건 살이 들여다보였다.
혜정은 가슴을 떨었다. 그리고 숨을 삼켰다. 상대에서는 기절한듯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다음엔 무너지게 쏟아지는 긴 한숨소리와 함께 통절하게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솟아났다.
《나다, 나를 모르겠느냐, 유천의 아비다. 요영구의 사냥군이란다. 내 모양이 이렇게도 달라졌느냐?》
《아버지!》
혜정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며 로인의 발밑에 쓰러지고말았다. 똑똑한 정신으로는 로인을 대할수 없었다. 혜정은 두손으로 땅을 어루더듬으며 로인의 지팽이를 잡았다.
《아버지, 아버지는 어디 가셨다 이모양을 하고 나타나셨어요. 어쩌면 옷이랑 모두 이지경이 되셨어요. 젊은이들도 따라갈수 없이 걸음이
날래시던
혜정은 말할수없이 통분하고 서러워 몸부림치면서 설분하였다.
《세상을 숨어사는 늙은이가 별수 있냐. 지금까지 목숨이 붙어있은것만두 다행이였다. 내 죽어두 너희들소식이나 자상히 알구 죽자구 오늘까지 살아있었구나.》
호검로인은 오금이 저려 땅에 주저앉았다. 정말 얼마나 지긋지긋하고 욕된 삶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요영구에서 쫓긴이래 지금까지 살아온 사연은
말로 다할수 없었다. 그러나 자기가 겪어온 고생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로인은 아들도 아들이지만 혜정이가 겪고있는 고생과 그들의 장래만이
걱정스러웠을뿐이다. 혜정이를 만난 이 순간에도 호검로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