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 회)
제 10 장
8
(2)
위증민은 아까처럼
《
《그만 숙소로 들어가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위증민은 사뭇 불안한 마음으로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괜찮습니다. 그 험한 사지판도 뚫고나왔을라니 유격구땅에서 쓰러지기야 하겠습니까. 하던 말을 계속하십시오.》
《그렇다면
지금까지 말없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조선공산주의자들이 든 민족해방의 구호가 〈민생단〉이 떠드는 〈조선인에 의한 간도자치〉와 무엇이 다른가고 하면서 조선혁명가들이 민족주의길로 나가고있다고 규탄하고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나는 며칠째 계속된 회의에서 여러분들의 견해도 별반 다를바 없으리라는것을 느꼈기때문에 허심하게 묻는겁니다. 고윤일동무.》
《
《위증민동지, 조선공산주의자들은 언제한번 조선혁명과 중국혁명을 떼여놓고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조중인민들은 공동의 원쑤인 일본제국주의와 싸우고있습니다. 우리는 조선혁명을 잘하는것이 중국혁명을 도와주는 길이며 중국혁명을 성원하는것이 조선혁명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북만땅에는 조선사람이 얼마 안됩니다. 중국의 혁명가인 주보중동지는 북만혁명을 도와달라고 몇번이나 나에게 사람을 보내였습니다. 동만지구의 많은 간부들도 북만의 중국동지들을 도와줄데 대한 요청을 나에게 해왔습니다. 나는 조선혁명가입니다. 일제에게 짓밟힌 조국을 해방해야 할 의무가 나에게 있는 조선혁명가란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조선혁명가들을 데리고 두만강연안이 아니라 로야령을 넘어 북만으로 갔습니다. 우리는 중국혁명을 도와주는것이 조선혁명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북만원정을 떠나간것입니다. 나는 조선의 귀중한 혁명동지들을 북만땅에 묻고왔습니다. 일부 동지들은 땅에 묻지도 못하고 나무가지로 가리워준채 싸움의 길을 이어나갔습니다. 열네살 어린 나팔수도 목릉원시림속에 묻었으며 부상당한 한 녀대원은 남호두등판에 홀로 떨어졌습니다.
나는 북만땅에 묻고온 동지들의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들과 안해들을 이 유격구땅에서 만났습니다. 북만에 함께 갔던 한 녀대원도 이 유격구땅에서 만났는데 전사한 그의 애인의 소식을 들려주자니 가슴이 아파 말할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몇날 몇밤을 지나서야 그 쓰리고 아픈 귀중한 사람들의 비보를 전할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앉아도 서도 그 동무들의 생각뿐입니다. 밥술을 들다가도 잠자리에 들다가도 희생된 동지들의 생각에 눈물이 쏟아져 밥상을 물리고 잠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것이 과연 조선혁명만을 부르짖는 민족주의자들의 행동이란말입니까? 조선혁명가들은 북만의 혁명가들을 도와주다가 북만땅에 묻혔습니다. 그들이 제 나라 제 땅에 묻혔어도 이 슬픔이 이다지 아프게 가슴을 허비지 않을는지 모릅니다. 조선의 혁명가들이 어찌하여 〈민생단〉이 떠드는 〈조선인에 의한 간도자치〉와 동일시하는 일제의 앞잡이로까지 규탄되여야 한단말입니까? 우리는 한번도 조선혁명과 중국혁명을 떼여놓고 생각해본 일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길가에서 불망치를 든 사람이 이쪽으로 지척지척 걸어오고있었다.
《
다홍왜에 와서
《
《
김진세로인은 억지로
《
《아니, 송혜정동무
송혜정의 어머니는 두손으로 땅바닥을 짚고
《장군님!》
녀인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신히 이 한마디를 남기고 어깨를 떨었다.
《
녀인은 허리를 펴고 지척지척 일어섰다.
《
《무슨 말씀입니까? 집의 젊은이들이 어찌됐단말입니까? 혹시 송혜정동무에게서 무슨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아직도 감감무소식입니다. 가야하기슭에 숯구이막이 몇개나 되겠습니까? 찾아떠난 사람들로부터는 아직 혜정이 있는곳을 찾지 못했다는 말뿐입니다.》
《그렇다면 더 찾아보아야지요.
《아닙니다,
송혜정의 어머니는 정신없이 두손으로 앞을 막으며 황망히 뒤말을 이었다.
《부락에서는 벌써 심상치 않는 말들이 떠돌고있습니다. 지금까지 혜정이가 나타나지 않는걸 보니 분명 놈들에게 귀순한게 틀림없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런 험한 소리를 누가 퍼뜨리고있습니까. 예?
《숙반에서… 숙반사람들이 그런가봅니다. 혜정이가 나타나지 않는걸 보니 틀림없이 놈들쪽으로 들어간게 분명하다고… 게다가 리유천이 그 사람까지
의심스럽다는 말을 내놓고 합니다. 그 사람이 분명 보고왔다는 혜정이가 어째 나타나지 않는가? 그러니 리유천은 믿을수 없는 사람이고 따라서
천교령전투의 승산도 믿기 어려우며 다홍왜에서 이 사람들을 두둔해나선
녀인은 저고리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슬프게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그저 한모양으로 고개를 숙이시고 불빛에 훤히 드러난 길우에 가까스로 버티고 서있는 녀인의 후들거리는 자태를 아프게 바라보시였다.
《
녀인은 간간히 흐느끼던 소리를 멈추고 손바닥으로 눈가장자리를 닦았다.
《
우리는 자식을 잃고도 살고 부모를 여의고도 살지만
녀인은 또다시 저고리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떨며 흐느꼈다. 녀인의 입에서 좀처럼 새여나오지 않던 울음소리는 아무리 억센 힘으로도 누를길이 없어 처음 한순간은 간간이 슴새여나오다가 점차로 목메이는 울음소리로 번져지기 시작하였다.
위증민은
김진세로인은
불망치를 넘겨드리신
조용히 소리없는 눈물이 눈굽을 뜨겁게 적시고있었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겨레, 한나라의 혁명이 송두리채 당하고있는 수난이 해일처럼
위증민과 고윤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