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 회)

제 3 장

초목도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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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침내 제천에 대한 공격준비가 완성되였다. 그 준비를 서상렬이 맡아하였다. 이번에 저 왜놈《토벌》대를 격멸하고 이다찌놈까지 처단하여 그간 의병대가 입은 손실을 기어이 받아내자는것이였다. 다음부터 린석은 내내 가라앉지 않는 흥분속에 떠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제천을 공격하면 반드시 고을이 불탈터인데 놈들을 밖으로 끌어내야만 합니다. 그놈들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겠는지 그것이 걸려있습니다.》

상렬이 말하였다.

문득 얼마전 이다찌가 자기에게 보냈던 최후통첩이 떠올랐다. 그때 답답하고 울분에 찼던 심정을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이렇다 하게 할 말이 없어 속으로만 묵새기며 대답을 못했던것이다.

이제 그 대답을 쓰자. 그것으로 그놈을 기어이 끌어내여 복수를 안기자.

그렇게 생각한 그는 즉시 서안을 마주앉았다.

《그 일을 나한테 맡기게. 내가 끌어내지. 기어코 끌어내고야말겠네.》 하고는 붓을 날렸다.

 

왜놈《토벌》대장 이다찌에게

 

너 이다찌에게 알린다. 일전에 네가 나에게 싸움을 청하며 항복을 요구할 때 강약의 부동으로 일시 제천을 내놓고 철수한적이 있었다.

오늘 그때 하지 못했던 회답을 보내며 너에게 싸움을 청하는바이다.

생각컨대 나와 너는 일찍부터 개인적인 원쑤였고 언제이든 맞붙어 결판을 내여야 할 적이였다.

그사이 네가 우리 사람을 많이 죽이였고 나도 네놈의 종자들을 적지 않게 죽이였다. 이로써 우리사이는 사적으로뿐아니라 도저히 풀수 없는 국가간의 원쑤로 되였다.

너희놈들은 바다 한구석에 처박힌 섬나라족속으로서 일시 분수에 넘치게 강해진것을 믿고 오만하고 파렴치하기 그지없어졌다.

대체 나라가 나라로 되게 하는것은 륜리와 도덕, 신의가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너의 나라는 안으로 부자군신간에도 신의가 없이 서로 물고뜯고 살륙을 하며 밖으로는 이웃나라들을 마구 침범하고 강탈하며 그 간악하고 흉악무도하기가 이를데 없다. 나라는커녕 오랑캐나 금수란 말로써도 미처 표현할수가 없으니 어찌 그 죄상을 다 렬거할수 있겠는가.

내 우리 겨레의 순결한 도덕과 의리로써 너희의 그 간악무쌍한 무리를 무찌르자고 일어났던바 오늘에 와서 너와 결산을 하자는것이다.

나에게 필요한것은 너의 그 머리이다. 조선을 승진과 출세의 발판으로 삼는 너의 욕망대로 그 머리를 잘라 섬나라에 보내서 이다찌중좌의 공적을 길이 전하도록 하자는것이다. 떨지 말고 꼭 접전에 응하라. 장소는 금곡산자드락이며 날자와 시간은 병신년 3월 ×일 오시(오전 11~12시사이)로 한다.

                                                                                     제천반일의병대장 류린석

 

다 쓰고 상렬에게 넘겨주었다.

상렬이 그것을 읽어보고는 흐뭇함을 금치 못했다.

《아주 멋있게 되였습니다. 이다찌가 이래도 나오지 않는다면 싸우기 전에 죽은 몸이지요.》

《보다는 내 목이 필요해서라도 나올거네. 제놈의 출세에 필요할것이거던.》

다음날 아침 해가 동쪽산머리에 둥실 솟아오를 때 그들은 금곡산밑에 도착하여 일제히 숲속에 숨어들었다. 거기서는 제천읍을 가로막고있는 둥그런 산릉선과 해묵은 뙈기밭들, 그사이로 오불꼬불 뻗어간 좁은 길들이 환히 바라보였다. 이제 놈들이 거기에 나타날것이다. 그것들이 릉선을 내려 이쪽기슭에 접어들기만 하면 전군이 일제히 달려나가 창격전을 벌릴것이다. 원거리공격수단이 부족한 의병대의 무장장비를 타산하여 상렬이 세운 계획이였다. 문제는 이다찌가 접전에 어떻게 응하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저놈이 어떻게 나올것인가.

린석도 숲속에 몸을 숨기고 긴장한 시선으로 앞을 주시하고있었다. 그것은 이다찌놈에 대한 복수전인 동시에 왜놈들에 대한 제천반일의병대의 총결산이라고도 할수 있는 싸움이였다. 이번 싸움에 제천반일의병대의 앞으로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할수 있기때문이였다. 그만큼 린석이하 모든 의병대원들은 긴장되여있었고 각오도 높았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지.…

그날은 력사에 이렇다 하게 기록할만 한 사건이 없는 보통날이였다. 겉으로 보기에도 눈에 띄게 나타나는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 평범하고 조용한 보통날에도 일제의 조선강점책동은 더욱 악랄하게 강화되고있었다. 이미 청세력을 구축한 일제는 조선을 완전히 독자적으로 점령할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였다. 그런데 왕이 하루아침에 로씨야공사관으로 피신을 하는통에 형세가 급변하였다. 청국과 조선을 향하여 급격히 남하하는 로씨야세력을 밀어내지 않으면 조선을 먹을수 없다는것이 확실해졌다.

다음부터 일제는 로씨야와 싸움준비에 달라붙었다. 저들의 침략적야욕을 위해서는 상대가 누구이건 가리지 않는 이 섬나라 사무라이들은 자국의 국민총생산을 로씨야와의 싸움준비로 돌리는 한편 조선에 대한 식민지예속을 다그치며 중요산업대상들에 대한 강탈에 최대의 마력을 집중하였다.

거기에서 걸리고있는것이 의연 조선사람들속에 뿌리깊이 배겨있는 투철한 반일의식과 특히는 손에 무장을 들고있는 반일의병투쟁이였다. 만약 이러한 요소를 조금이라도 허용했다가는 어느 순간에 전국적무장봉기에로 번져질지 알수 없는것이다.

바로 이것을 타산한 일제는 아직 식민지도 아닌 조선땅 각지를 제마음대로 싸다니며 군사보루를 설치하고 군사를 주둔시켰으며 사소한 반일적요소도 무자비하게 탄압하였다.

나라가 이렇듯 식민지로 전락될 급전직하의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왕이란 사람은 남의 나라 공사관에 가서 궁궐보수와 외교적교섭만을 념불처럼 외우며 돌아올줄 몰랐다. 평시에 그토록 충군충의를 떠들며 《불충불효》와 《대역부도》한 행위들에 대해 기염을 토하던자들이 이때에 와서 정사에 대하여서는 말 한마디 벙긋 내비치지 않는것은 물론 목을 어깨밑으로 들이밀고 눈알만 대굴대굴 굴리는 산 화석이 되고말았다. 극상해서 우국지사라고 하는 사람들은 왕이 빨리 환궁을 하여 정사를 보아달라는 상소운동을 벌리는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온 나라 국민이 그처럼 바라는 환궁의 날은 그가 궁을 떠난 날부터 옹근 한해를 기다려야만 하였다.

바로 그런 날들에도 손에서 창칼을 놓지 않고 왜놈의 총구에 당당히 맞서나선 사람들은 평범한 백성들과 선비유생들이였다. 하느님도 임금도 벼슬아치도 믿을수 없고 오직 제힘으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자각이 마지막까지 손에서 무기를 놓을수 없게 하는것이다.

바로 그러한 날에 린석은 의병들과 함께 산기슭에서 이다찌놈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있는것이다.

《이놈이 어찌된 일인가. 왜 응하지 않을가?》

지루한 대기끝에 린석이 중얼거렸다.

상렬만은 나무그루터기에 몸을 기대고 배포유하게 앉아있었다.

《나올것입니다. 창의대장님의 몸값이 있지 않습니까. 이다찌가 그것을 놓치자고는 안할것입니다.》

《제 모가지는 두렵지 않대? 내 오늘 우리 조선의병의 본때를 알게 해줄테다.》

《버릇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죽기 전까지도 언제나 제가 이긴다고만 생각하는 어리석은 놈들이라니까요.》

이런 이야기가 오고갈 때까지도 앞에서는 아무 징조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놈들이 결코 조용히 있기만 한것은 아니였다. 우선 이다찌놈이 가만있지 않았다. 린석의 통첩을 받고나서 우선 한바탕 악담을 퍼부은 다음 제놈의 졸개들을 불러들였다. 이번 기회에 류린석의병대를 아예 전멸시키자는것이였다.

이렇게 하고 전군을 의병토벌에 내몰았다. 그보다 앞서 몇놈의 장교들은 의병들과 거의 같은 시각에 산릉선에 올라 그들의 움직임을 망원경으로 세심히 지켜보고있었다. 그에 따라 대응책을 강구한것이 의병대보다 뒤늦게 출동하게 된 조건으로 되였다.

그것을 알리없는 의병들은 여전히 몸을 숨긴채 긴장하게 기다리고있었다. 때는 오초(11시)가 지나 어디에나 해빛이 가득넘치고 봄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왔다. 산자드락아래 넓은 공지에는 밤도와 서렸던 희뿌연 젖빛안개가 어느새 걷히고 새로 난 잎새들에 령롱한 이슬들이 가득 맺혔다. 어디서나 싱그러운 봄향기가 풍기고있었다.

봄은 의병들의 계절이다. 이 봄과 함께 의병들은 더 힘찬 싸움의 계절을 마련할것이다.

이렇듯 그들이 한창 봄향기에 취해있을 때 어디선가 《온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온 골짜기가 바람에 휩쓸리듯 솨 설레이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적들이 나타났던것이다.

그것은 이미 전투서렬을 지은 산개대형이였다. 놈들이 산릉선은 물론 그아래의 넓은 공지와 습지대까지 차지하고 일렬횡대로 공격해오고있는것이였다. 그 산개대형이 한차례 또 한차례 끝없이 나타났다. 마치 조수에 떠밀리는 파도와도 같았다.

물론 그것은 의병대에서도 예견하고있던 일이였다. 그러나 공격서렬이 가까와오자 점차 불안감을 느꼈다. 공격의 앞선에 순수 조선사람들로만 구성된 관군을 세웠던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관군과 싸우고나면 목적하는 왜놈을 칠수 없다는데 있었다. 게다가 죽음은 조선사람만 당할수 있는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다찌놈이 선택한 전법이였다. 너희들끼리 싸우다가 다 죽으라는것이다.

놈은 충주성싸움때에도 이런 수법을 썼다. 그러나 성우에서 싸울 때는 사정이 달랐다. 활과 화승총으로 왜놈만 골라가며 쏠수 있었던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전면에 관군이 앞을 막아섰다.

그것을 바라보는 린석의 눈에서는 불이 일었다.

《비렬한 놈, 또 저따위 수법에 매달려?…》

린석이 중얼거리는데 상렬도 당황해났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어쨌든 관군과 싸워서는 안돼. 당장은 접전을 피하며 생각해보자구.》

《그렇다면 우리가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곧 실패를 의미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구, 조금만 더…》

그렇게 결심이 내려졌다. 좌우로 전령을 보내여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는 절대 사격하지 말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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