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 회)

제 10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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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영구에서는 여전히 긴장한 나날이 흘러가고있었다. 원정부대가 돌아온 이후에도 반《민생단》투쟁의 소동은 아주 가라앉은것이 아니였다.

숙반에서는 여전히 사람을 잡아들이고 문서를 꾸미고 《죄행》을 날조하여 애매한 사람들을 《민생단》으로 모는 미친 놀음을 계속하고있었다. 그러나 숙반에서는 이전처럼 마음대로 혁명가들을 끌어내여 재판놀음을 벌리고 처형하는 행동을 할수가 없었다.

배타주의자들과 종파주의자들은 혁명가들사이에 공인되여있는 장군님의 절대적권위를 허물고 자기들의 야욕을 마음껏 실현할수가 없었고 장군님을 믿고 머리들고 일어서는 군중의 격동된 힘을 쉽사리 누를수도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반《민생단》투쟁을 통하여 혁명의 지도권을 탈취하려는 배타주의자들과 종파주의자들의 책동을 짓부시기 위하여 유격구역의 혁명가들과 인민들을 각성시키는 한편 《민생단》에 몰린 사람들의 이른바 《죄행》을 심중히 검토하는 동시에 유격구역에 침투한 적의 밀정들을 잡아내기 위한 투쟁도 대중적운동으로 힘차게 벌려나가시였다.

숙반에서는 매일같이 장군님께 저들이 꾸민 《문서》들을 한아름씩 가져다바치고 그이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발광하였다. 이즈음의 백하일이와 강시중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밝히면서 진공적인 모략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은 장군님께서 혁명동지들에 대한 믿음을 기본으로 사태의 본질을 판별하시는만큼 송혜정의 《귀순》과 리유천의 《도주》를 굉장한 사건으로 계속 떠들고 그 연고로 잡혀온 혜옥이를 다스려 이른바 《진술서》같은것을 받아내여 자료를 확신있게 안받침하려고 발광하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송혜정의 《귀순》이나 리유천의 《도주》를 사실로 믿으려 하시지 않았으며 그들의 행처를 알아내기 위해 북만에도 공작지에도 사람을 띄우시였다.

공작지에 다녀온 련락원은 송혜정이 《귀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혁명조직은 조그마한 손실도 입지 않고 활동을 계속하고있다는 보고를 가져왔다.

장군님께서는 그럴수밖에 없다고 믿으시였다. 송혜정이나 리유천은 차일진이나 강진옥이보다 혁명적세련을 더 쌓은 사람들이였다.

그들이 어디에 숨어 살아있다면 기여서라도 근거지땅에 찾아올것이며 그렇게 못되는 때에는 진옥의 소식처럼 가슴을 쥐여뜯는 사연이라도 날아올것이라고 굳게 믿고계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동만땅에서 벌어지고있는 반《민생단》투쟁의 좌경적오유를 결정적으로 가시고 무너져가는 혁명의 기틀을 바로잡으시기 위해 회의를 소집할것을 결심하시였다.

이리하여 혁명의 운명을 가르는 회의가 근거지인민들의 류다른 관심과 긴장속에서 준비되고있었다.

바야흐로 굽이쳐온 혁명의 흐름은 이제 거세찬 소용돌이를 일으켜 동을 터치고 생땅을 마구 파헤치며 내달아갈판이였다.

심각한 론전을 벌리지 않을수 없는 긴박한 나날이 흐르는 사이에도 장군님께서는 근거지의 궁핍을 가시고 새해농사차비를 갖추며 일시 사기저상된 혁명군중을 앙양시키기 위한 천교령지구습격전투를 준비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한흥권중대장에게 약 백여명정도로 전투대오를 편성하라는 과업을 주시고 《민생단》사건으로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들중에서도 몇사람 참가시키는것이 좋겠다는 의향을 비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민생단》관계자들속에서 천교령지대를 잘 아는 몇사람을 전투에 참가시키는 문제와 관련하여 유격구안의 일군들과 마주앉아 론의하기로 합의를 보시였다.

여기서 위증민은 반《민생단》투쟁과 관련한 복잡한 문제들을 전면적으로 론의하게 될 다홍왜회의가 눈앞에 있는것만큼 다문 몇사람이라도 허물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기를 나누어주는것은 자못 복잡한 일이 아닐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장군님깨서는 천교령전투에 일부 《수감자》들을 참가시키는 문제가 단순히 전투의 승리와 관계되는 문제만이 아니라 반《민생단》투쟁에 대한 일군들의 견해를 바로잡고 혁명의 원칙을 지켜나가는데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하시였으므로 유격구안의 지휘관들과 당일군들의 모임을 시급히 소집하시였다.

회의에는 유격구안의 유격대지휘관들과 현당, 구당의 일군들이 참가하였다.

방안은 물을 뿌린듯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무겁게 고개를 숙이고 한모양으로 땅바닥을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들은 장군님께서 론의하시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있었다.

《동무들, 모두 머리를 들고 앞을 보시오.》

장군님께서는 조용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권고하듯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이 내가 말하려는 뜻을 알고 벌써부터 큰 걱정에 눌려있는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이자리에 모인 동무들은 유격구의 책임적인 위치에서 일하는 동무들이 아닙니까? 무슨 일에서나 책임을 진다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혁명하는 사람들의 운명을 책임진다는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 생각들을 해보시오. 우리가 전투에 참가시키려고 하는 세명의 동무들은 어디 딴데서 일하다 붙잡혀온 사람들이 아니고 우리와 함께 이 근거지땅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전투도 행군도 다 함께 하던 동무들입니다. 그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아는 사람은 여기 앉은 지휘관들이고 그들의 정치생활을 보증하고나설 사람은 다름아닌 동무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기들의 립장을 밝힐 준비들을 해야 합니다.》

장군님을 향해 잠간 머리를 들었던 사람들은 말소리가 멎자 또다시 고개들을 떨어뜨렸다. 위증민이와 나란히 잔등에 따스한 해빛을 받고 앉은 강시중이 무거운 숨소리를 내며 의자를 삐걱거렸다.

그는 이따금 고개를 돌리고 위증민을 쳐다보았다. 위증민은 두손을 책상우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눈을 감은채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처마밑으로 스치고 지나는 바람소리며 이따금 붕붕하고 울리는 문풍지소리도 이렇듯 고요한 방안에서는 제법 큰 소음으로 울리고있었다.

《구당비서동무.》

장군님께서 최춘국의 옆에 앉아있는 키가 꺽두룩한 김학림을 불렀다.

《예.》

김학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감자들중에는 구당산하의 당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만큼 비서동무의 견해가 중요합니다.》

김학림은 얼핏 강시중을 쳐다보았다. 강시중은 낮게 기침소리를 내면서 손으로 턱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의 거동에서는 은근한 압력이 느껴졌다.

김학림은 앞으로 마주쥔 손을 주무르기만 하면서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였다.

《누구의 눈치를 볼것 없이 자기 견해를 말하면 됩니다. 비서동무는 구당산하 당원들의 정치적운명에 관계되는 문제에 대해서 응당 자기 견해를 말할 권리가 있으며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김학림은 머리를 들었다.

장군님, 저는 원정부대가 북만으로 떠난 이후 내내 방어전연에 나가 살았습니다. 그래서 부락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세히 알지 못하거니와 설사 알았다 해도 거기에 머리를 쓸 형편이 못되였습니다.》

《물론 구당비서동무는 내내 싸움판에 있었고 부락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수 없었습니다. 숙반에서는 구당산하 당원들의 문제에 대해 응당 구당의 의견을 듣고 동의를 얻어 처리해야 할것이였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이자리에서 자기 당원들에 대한 정치적보증이라도 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학림의 얼굴에는 자못 난처해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한모양으로 앞에 마주쥔 손을 주무르면서 갑자르기만 하였다.

《우리가 원정부대를 데리고 북만으로 갈 때 최춘국동무에게는 유격구방어임무를 맡기고 구당비서동무에게는 근거지일을 잘 돌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놈들이 부락어귀에 한번 들어왔다가 가긴 했지만 근거지사수는 기본적으로 잘된셈입니다. 그러나 근거지를 지킨다는것은 단순히 땅덩어리를 지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중요한것은 근거지의 사람들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혁명핵심들이 숙반의 감옥에 갇히고 일부는 추행을 당했거나 목숨을 잃었으며 적지 않은 인민들이 근거지땅을 떠나갔습니다. 오랜 나날을 거쳐 피로 쌓아올린 혁명의 보루가 이렇듯 여지없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사람들의 운명이 이렇게 짓밟히고 혁명가들이 피의 수난을 겪고있는 이 땅은 진실한 의미에서 혁명의 근거지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누가 이 요영구를 이렇듯 처참한 비극의 땅으로 만들었습니까?》

장군님의 음성은 조용하였으나 그 말씀속에는 너무도 준절하고 심각한 뜻이 담겨있었다.

장군님, 저는 구당비서로서 엄중한 과오를 범한 사람입니다. 저는 근거지에서 벌어지는 일이 하도 복잡하고 갈피를 잡을수가 없어 더구나 방어전연에 나가있었습니다. 자기의 당원들을 내깔리고 도망한셈입니다.

근거지땅을 이렇게나 지켜서 뭘하겠습니까? 장군님의 말씀을 듣고나니 모든것이 명백해집니다. 저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십시오. 늦게나마 구당비서로서 자기 해야 할바를 더듬어보겠습니다.》

김학림은 강시중이를 보지 않으려고 애써 몸을 돌리며 열띤 목소리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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