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 회)

제 10 장

4

 

관동군사령부의 특별명령을 받고 북만으로 날아갔던 핫또리대좌는 근 넉달가까운 시일을 북만오지에서 헛고생하면서 수천명의 일본수비대와 일만혼성 《토벌대》, 자위단, 경찰대들을 황천으로 보내고 1935년 2월중순경에 이르러 장춘으로 급히 돌아오라는 참모장의 지령을 받았다.

하마카강상류의 산림경찰대초막에 나가앉아 추격부대들을 직접 지휘하고있던 핫또리는 현지장교들의 바래움이나 작별연회 같은것도 모두 사양하고 비행장활주로에 창살같이 날아와 박히는 눈보라속으로 날아올랐으나 명령을 받은 시간으로부터 꼭 12시간만에야 장춘에 도착하였다.

비행장에서는 대좌의 손짐이나 들어주려고 참모부의 대위 한사람이 나와있었으며 그밖에 그를 반겨맞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핫또리의 심정은 구슬프고 쓸쓸하기 이를데 없었다. 북만땅에서의 만회할수 없는 자기들의 실패는 결코 핫또리 한사람의 실패나 책임일수 없지만 이미 사령관의 해임명령이 부서에 떨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있었다. 그러나 핫또리는 결코 순순히는 북만땅에서의 실패를 자기 혼자의 어깨에 짊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관동군사령관앞에서도 김일성장군의 유격부대를 제압하려면 사령부산하의 《토벌》력량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관동군의 기본사단들을 돌려야 한다는 론거를 강력히 주장할 결심이였다.

사령부에서는 《공비토벌》관계사무를 총괄지휘하고있는 늙은 참모장이 자기의 사무실에서 핫또리를 기다리고있었다.

《대좌,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북만땅에 흩어져있는 〈토벌대〉는 어떻게 하고 왔는가? 아직도 원정부대의 행적을 추적하고있는가?》

참모장은 핫또리의 전투상보가 적힌 서류철을 받아 책상 한쪽에 밀어놓고 앞에 있는 쏘파에 앉기를 권하면서 물었다.

《각하, 목릉땅의 원시림속에서 원정대를 추격하고있던 〈토벌대〉들은 지난달초순에 시패린즈일대에서 그들의 종적을 놓쳤습니다. 그후로 한달나마의 시일을 바쳐가며 동만경계로 빠지는 산발들을 물샐틈없이 봉쇄하고 샅샅이 수색하고있으나 행적을 알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확실한 보고가 날아올줄을 믿습니다.》

《원정부대가 동만으로 나왔네. 북만원정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요영구유격구에 나왔단말이야.》

《예, 김일성장군이 요영구에 도착했단말입니까?》

《그렇네. 연길헌병대 가또중좌로부터 헌병대사령부에 긴급통보가 날아왔네. 헌병대사령관은 관동군사령관각하께 보고하고 사령관각하로부터는 17시간전에 당신을 대신하여 내가 호된 추궁을 받았네. 동만경계로 빠지는 산발들을 물샐틈없이 봉쇄하고 산발들을 샅샅이 수색했다는 〈토벌대〉가 어째서 김일성장군이 스무날가까이 로야령의 수림속에서 병치료를 하고 요영구땅을 밟기까지 아무것도 모르고있었는가?》

핫또리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전신을 꼿꼿이 편채 참모장의 코마루에서 번뜩이는 안경만을 주시하고있었다. 이러한 경우를 막론하고 자기를 변호할수 있는 림기응변의 대답을 충분히 준비해둔 핫또리였지만 이렇듯 놀라운 기습이 있으리라고는 애당초 생각할수 없었다.

참모장은 하늘색뚜껑의 극비문건철 하나를 핫또리앞에 내여놓았다.

《2시간전에 사령부에서 작전협의가 있었네. 요영구에 대한 총공격작전이 벌어진단말이야. 이것을 위해 동만전역의 〈토벌〉력량이 천고령지구에 집결하게 되네. 대좌는 곧 현지에 내려가 요영구에 대한 총공격준비를 완성하고 이달안으로 요영구골안의 김일성사령부를 완전히 없애도록 하라.

대좌, 이건 관동군사령부가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과업일는지 모르네. 명심하게.》

핫또리보다 나이가 열살이나 이상인 참모장은 분명 그 마지막말은 진지하고도 동정에 넘친 어조로 하였다.

핫또리는 사령부안의 공기가 매우 심각하고 불안하다는것을 대뜸 눈치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번의 공격작전에 운명적인 기대를 걸고있으리라는것도 알았다.

《대좌, 요영구땅을 공격하기에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야.》

창모장은 잠시 끊었던 말을 다시 이었다.

《윈정부대가 북만원정을 가있는 넉달동안에 동만땅에서는 큰 동란이 일어났네. 헌병대에서 몇사람의 밀정을 박아 시작한 〈민생단〉공작이라는것이 뜻밖의 효과를 내여 동만에서 활동하고있는 조선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사업이 벌어졌거든. 수백명의 공산당핵심이 제거되고 수백명의 혁명골간이 숙반감옥이라는데 잡혀있으며 근거지에 모여살던 사람들 수천명이 사방사처로 흩어져갔네. 김일성장군이 없는 동만땅은 그새 울타리를 헐린 집같이 되였단말이야.

헌병대사령부와 령사관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각기 자기의 공로로 장식하려는 움직임이 크네. 하기야 그렇기도 하지. 그렇지만 우리가 그새 북만땅에서 원정부대와 고전을 겪지 않았다면 동만땅의 동란이 절로 빚어질수 있겠는가. 그렇기때문에 이번 요영구에 대한 마지막작전을 잘해서 북만에서의 실패를 만회할뿐만아니라 동만땅의 〈토벌〉성과도 전적으로 우리의것으로 만들 야심을 가져야 해.》

핫또리는 자기의 상관을 만난 후로 처음 자신있는 힘찬 대답을 하였다. 아직 자기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 있고 자기에게 기대를 걸고있는 사령부의 눈치가 헨둥하다는것을 눈치채기 시작한것이다.

《천고령 삼차구에 내려가면 연길헌병대 가또중좌와 수분하에서 공작하는 우하라소좌가 와있을거네. 그들은 이번 작전의 총지휘를 담당한 대좌를 위해 일하게 되네. 그들이 박아넣은 고등밀정이 요영구땅에서 공작하고있단말이야. 김일성장군의 수하에서 활동하는 혁명골간이 〈숙반〉의 혐의를 받고 감옥에 갇히웠거나 의심받는 대상으로 되여있네. 김일성장군의 혁명지반이 허물어지고있단말이야. 이것이 수습되자면 시일이 걸릴거네. 바로 이러한 때에 시간을 놓치지 말고 요영구에 대한 총공격을 진행해야 하네.》

핫또리는 가슴이 후두두 떨렸다. 작전의 의의가 그토록 중대하고 심각한만큼 그것의 성과여부에 따라 자기의 운명이 어떻게 되리라는것이 불을 보듯 명백해졌다.

앞에 있을 사변이 그토록 중대한것만큼 북만땅의 실태를 따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늙은 참모장은 핫또리의 마음을 고무하고 신심을 북돋아줄 양으로 위로의 말까지 하였다.

《대좌, 넉달가까운 시일을 북만오지에서 고생하다온 당신을 쉬우지도 못하고 현지로 떠나보내는 이 늙은이를 용서하라구. 그러나 작전이 승리하면 당신을 안해와 함께 본국의 이름있는 휴양지에 보내여 한 반년간 푹 쉬울 생각이야. 하긴 그때 가면 나도 자네와 함께 동행할는지 모르지. 김일성장군을 옹위하고 선 요영구의 혁명성새만 함락된다면 관동군사령부에 〈토벌〉관계사무를 총괄하는 참모장이 있을 까닭이 없지. 그때 가서는 젊은 소좌가 앉아서도 넉근히 해낼테니까.》

《각하, 말씀의 뜻을 알겠습니다. 곧 출장준비를 서둘러도 좋겠습니까?》

《그렇게 하라구. 목욕이나 하고 안해를 얼핏 만나보고는 저녁차편으로 떠나면 되겠지. 자네 거처는 천교령수비대의 한 별실로 정했네.》

《감사합니다.》

핫또리는 늙은이앞에 깊이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하였다.

핫또리는 이튿날 밤중에 기차로 천교령 삼차구에 도착하였다. 그에 앞서 부관이 승용차를 가지고 두시간전에 먼저 도착하여 기차가 들어오는 역홈에 나와있었다. 홈에는 만단의 전투태세를 갖춘 경비병들이 주런이 늘어서있고 그가운데 연길헌병대장 가또, 륙군첩보대 수분하공작책임자 우하라소좌와 함께 천고령수비대 대장, 쌍하진 경찰서장, 대두천지구 《토벌대》대장이 나와있었다.

핫또리는 비록 북만땅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사람이기는 하였으나 원정부대와 상대하여 넉달가까이 격전을 치르다온 화약내 풍기는 군인이라는 당당한 의식과 이번 작전의 총지휘를 담당한 사령관이라는 도고한 감정으로 하여 자못 의젓하게 그들을 맞이하였다.

핫또리는 역전에서 숙소로 가는 자동차안에 가또중좌와 우하라소좌만을 태웠다. 《토벌대》대장들과 경찰서 서장들은 말들을 타고 자동차의 뒤를 따라갔다.

북만에서 장춘으로, 장춘에서 다시 천교령으로 수천리행군을 이어온 핫또리였지만 그에게서는 피곤이나 지친 기색을 조금도 볼수가 없었다. 그는 곧 일에 착수하였다. 주야 휴식을 모르는 한주일동안의 정력적인 노력끝에 요영구에 대한 총공격방안이 세워졌다.

이 기간에 요영구에서는 매일같이 고등특무가 보내는 정보가 천교령으로 날아왔다.

가또중좌와 우하라소좌가 특무가 보내는 정보의 정확성을 여러모로 확증하여 핫또리참모부에 넘겼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