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3 회)
제 10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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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까지만 해도 숙반공작위원회가 거처하고있던 세채의 귀틀집은 유격대 병원과 재봉소가 있는 요영구의 동쪽골짜기에 자리잡고있었으나
이미 있던 건물은 불에 타 없어지고 새로 지은 귀틀집은 청년의용군병실모양으로 기다랗게 한채를 지었는데 간을 막아 사무실을 꾸렸다. 원채에는 숙반공작위원회 사무실과 병실, 창고, 마구간을 꾸리고 마당둘레에는 울바자가 없는 울장만을 박아놓고있었다.
숙반이 적의 습격을 피해 이십리 골짜기안으로 들어갔다가 부락으로 나온지는 닷새밖에 안된다. 그래서 한쪽으로 사무를 보면서 한쪽으로 집을 꾸리는중이였다. 산자도 얹지 못하고 서까래만을 걸어놓은 마구간지붕에서는 두사람이 미처 걸지 못한 서까래를 걸면서 마치질을 해대고있었다.
김택근소대장은 경위소대병실과 마구간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숙반사무실에서 동만지역의 중국인간부인 위중민을 만나고계시는
경위소대의 병실옆에 붙어있는 숙반공작위원회의 마지막방으로는 시각없이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있었다. 그들속에는 요영구의 숙반공작위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고 현당이나 현정부 일군들도 보이지만 대개는 말을 타고 멀리서 달려온 사람들이였다.
그들은 경위소대의 보초막건너 말뚝에다 말고삐를 비끄러매고는 숙반공작위원회에 뛰여들군하였다.
거기서는 모두 게사니청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있는 모양으로 지붕이 들썽하게 높은 목소리가 울리는가 하면 간혹 그 누구를 욕질하고 고래고래 웨쳐대기도 하는 세찬 소음들이 쏟아져나오고있었다.
《숙반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함부로 처형하거나 고문하는것과 같은 폭행을 중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힘자라는껏 방조해드리겠습니다.》
《나와 북만땅에 함께 갔다온 김택근소대장입니다.》
김택근은 절도있게 손을 올려 거수경례를 하였다.
위중민은 기다란 손가락을 아래로 드리우고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김택근은 그 손을 덥석 잡았다. 병자의 손같이 별로 파리하고 맥이 없어보이던것이 막상 잡고보니 뼈마디들은 꼿꼿하였다.
《동무들이 북만원정에서 대단히 잘 싸웠습니다. 더구나 촉한에 드신
《위중민동지, 명심하겠습니다.》
김택근은 다시한번 거수경례를 하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위중민은
《
《그런 말씀 마시오.》
리호검로인의 삽짝앞에 이르자 눈가래를 들고 마당가에 서있던 전령병이 뛰여나왔다.
《
《숙소를 어째서 옮긴다는거요?》
《아들며느리가 죄인들이고 로인
《그런 소리 마오. 이 집은 반혁명분자의 집이 아니라 혁명가의 집이요. 뜨락의 눈도 치고 자빠진 울바자도 바로세우고 아궁에 장작이랑 지펴 방을 뜨끈뜨끈하게 덥혀놓고 리호검로인을 기다려야 하오. 우리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밤중에라도 찾아올거요.》
김택근이
《
《괜찮소. 눈은 전령병동무와 내가 칠터이니 김택근동무는 아궁에 장작을 지피오. 집안에 사람이 붙자면 방바닥부터 덥혀야 하오.》
《저 숙반공작위원회사람들이 반혁명분자의 집이라고 불목을 모두 메워버린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야 이럴수 있습니까?》
《불목이 멘게 아니라 너무 오래 불질을 안해서 그럴거요. 더구나 이 집은 서풍이 불어야 불이 잘 들군했는데 지금은 남풍이 부오. 호미를 들고 들어가 아궁앞의 개자리를 좀 파놓소. 불이 안들면 리호검로인이 늘 그러군했었소. 개자리를 팠다메웠다하면서 바람세에 따라 불길을 조절했단말이요.》
김택근이 호미를 들고 들어가더니 개자리를 허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츰차츰 굴뚝으로 연기가 오르기 시작하였다.
안에서 김택근이가 떠들썩 고아댔다.
《
과연 아궁에서 불을 빠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사람이 보이지 않게 자욱하던 부엌안의 연기는 순식간에 아궁으로 빠졌다. 김택근은 부엌문을 지쳐놓고 분주히 들락날락하면서 물도 긷고 가마도 부셔내고 장작을 안아들이기도 하였다.
만주땅의 개흙에다가 돌로 박아 탐탁하게 쌓아올렸던 재간벽도 허물어지고 그옆의 돼지우리에는 한쪽으로 배를 뒤집고 자빠진 빈 구유가 눈속에 파묻혀있었다. 그리고 부엌지게문앞의 처마밑에 걸어놓고있었던 닭둥지는 재간모퉁이에서 딩굴고있었다.
사람들이 내쫓긴 뜰안에는 짐승들도 간곳없이 흩어졌다. 숙반에서 로인의 쌍대배기렵총을 비롯하여 세간살이등속을 압수해갔다고하니 필경 집짐승들도 붙잡아갔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