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회)

제 3 장

초목도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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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지켜보던 승우가 놀라서 물었다.

《대장님,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다가 장기렴이 노하면 꼭 군사를…》

《중군, 우린 의병이요. 애초부터 왜놈과 싸우자고 일어났던 사람들이란 말이요. 왜 이제와서 딴소리를 하는가?》

《이것은 제가 아니라 임금께서 하신 말씀이 아닙니까. 대장께서 자꾸 이러시면…》

《우리 임금이 어디가 있어. 어디가? 우리가 한생 찾아헤매이던 그 임금이 과연 이 땅우에 있기나 한가?…》

이렇게 부르짖는 그의 눈에서는 마치 시퍼런 불이라도 이는듯 했다.

그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과연 련락이 왔다. 장기렴이 린석을 만나러 왔는데 사석이 그를 학고개에 붙들어두고 사람을 보냈던것이다.

린석은 곧 말우에 뛰여올랐다. 이렇다할 수종자도 없이 학고개까지 30리길을 단숨에 달려갔다. 그때까지 격분하고 못마땅한 자세로 기다리고있던 장기렴이 뚱뚱한 배를 내밀고 린석을 아니꼽게 쏘아보고있었다.

《그대가 류린석인가. 린석이 무엇하는 사람이기에 나라의 일등대신도 이 땅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가. 여기는 조선땅이 아닌가?》

《의병들이 차지한 땅이요. 의병이 살아있는 한 의병을 반대하는 사람은 한발자국도 들어설수 없소. 그 후과를 나도 책임질수 없기때문에 더구나 들여놓을수 없는거요.》

린석이 학고개마루의 그 넓은 등판에서 장기렴과 똑바로 마주서서 말하였다.

그것이 장기렴을 더욱 격분하게 하였다.

《흠, 이것 보아라. 이놈, 그건 내가 아니라 상감께서 내리신 명이다. 네놈이 감히 상감의 명을 거역해?》

《상감이 어디 있는가. 이 나라에 진실로 만백성을 위하고 백성이 따르는 임금이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왜적이 무서워 남의 나라 공사관에 숨어가있는것도 임금인가?》

《숨어가있다구? 그것은 신변안전상 부득이하여 잠시잠간 몸을 피하신거다. 따지고들면 그것도 너희들때문이야. 내가 서신에도 썼듯이 상감께서 환궁을 못하시고 좁은 남의 나라 공사관에서 불편하신 몸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시는것이 다 너희들 의병들때문이란 말이야.》

《정확히 말하시오. 편지에 쓴 나라에서 실권을 쥔자들이란 누구들인가. 왜놈들이지? 그 왜놈들이 두렵고 무서워 환궁을 못한단 말인가?》

《그게 바로 네놈들때문이란 말이다. 너희들이 중간에서 퉁탕거리며 소란을 피우기때문에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그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한것이 무엇이 있소. 만백성의 힘을 믿지 않고 무시하면서 〈외교적〉으로 해서 이 나라에 몰아온것이 무엇이 있나 말이요. 저 임오년의 군란이나 갑신년의 정변때 청국군, 왜군을 끌어들이고 갑오년에 또 청군과 왜군을 끌어들여 이 나라를 청일군의 싸움마당으로 만들어놓고 후에는 왕궁을 습격당하고 국모를 죽이다못해 이제는 임금까지도 남의 나라 공사관으로 피신을 해야 하는 비극을 초래한것밖에 더 있는가?》

《으흠? 이놈 보아라. 어따대고 큰소리야?》

장기렴이 듣다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좌우에 대고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따라왔던 군사들이 일제히 총칼을 비껴들고 린석에게 달려들 태세를 취하였다. 그러자 이쪽에서도 의병들이 왁 쓸어나갈듯 공격자세를 취하였다.

극도의 긴장한 순간이 지나자 장기렴이 먼저 숙어들었다.

《너는 벌써 나라의 대신에게 창칼을 비껴든 죄로 법에 걸려들었다. 내 말을 고분히 따를테냐 말테냐?》

《그렇지 않아도 내가 너희들에게 할 말이 많았다. 격문에도 여러 차례 썼듯이 나라의 대신들이라고 하는 사람들, 바로 당신과 같은 아첨군, 협잡군들이 옥좌의 주위를 맴돌며 임금의 눈과 귀를 가리우고 입을 막다못해 이제는 손발까지 옴짝 못하게 묶어놓았다. 이제 그 책임을 무엇으로 어떻게 질터이냐?》

《무엇이라구? 이놈이…》

《방법은 내가 대줄테다. 이제라도 빨리 돌아가 임금을 의병의 편으로 돌려세우는것이다. 임금께서 의병의 힘을 믿고 의병을 발동하여 왜놈들과 싸우게 한다면 반드시 그 빛을 보게 될것이다. 그렇게 할수 있겠느냐?》

《이 촌선비놈이 무엇을 안다구. 상감께선 바로 너희놈들때문에 주야로 근심하시는데 의병을 일으키라구 방법을 대줘?…》

어이가 없다는듯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내여 웃고는 다시 린석을 향해 정색해서 말했다.

《너 이놈, 내가 명백히 말한다. 이제부터 당장 의병을 그만두라. 너뿐아니라 너의 휘하에 있는 각지 의병들에게도 그렇게 말하여 스스로 물러나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 후과가 따를것이니 내 말을 지극히 명심하여 들으라.》

그러나 이번에도 린석은 조금도 지지 않고 그를 앞질렀다.

《지금 나라의 운명은 당신들 대신들에게 달려있다. 곧 의병들의 힘을 믿고 임금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것이다. 내가 이미 말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또 임금의 곁에 붙어 그의 비위만 맞추며 돌아간다면 나라는 기필코 망할것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장기렴이 듣다말고 터무니가 없다는 식으로 손만 홰홰 내저었다. 그에 대하여 린석이 《만약 왜놈과 싸우려 하지는 않고 돌아다니며 의병투쟁을 그만둘것이나 설유한다면 내 기어코 의병을 보내여 당신은 물론 그것을 반대한 사람들부터 죽이겠소.》라고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에 올라 고개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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