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 회)
제 9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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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는 시패린즈의 수림속에서 한 목재소를 만났다. 목재소에 찾아들어갔던 김택근소대장이 한흥권중대장에게 보고하였다.
《여겐 산판막을 지키는 로인 한사람밖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린 막다른 골목에 빠져들었습니다.》
《적들이 가까이에 있다오?》
한흥권의 물음이였다.
《여기서 3~4리 정도 내려가면 큰 강이 있는데 그 강을 건너는 다리목에 적들이 기관총까지 걸어놓고 지키고있다는겁니다. 그 다리를 지나서도 몇군데나 길목을 지키는 초소들이 또 있고 초소마다 한개 소대씩 지키고있다는군요.》
한흥권은 말문이 막혀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멍청하니 있다가 군용 멜가방에서 지도를 꺼냈다. 그는 곱아든 손으로 지도를 펼치고 자기들이 와닿은 지점을 눈으로 찾아보았다.
《이 시패린즈목재소가 이쯤되는것 같습니다.》
목릉현과 동녕현과의 접경지대에 놓여있는 녕안현의 동쪽끝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방금전에 그가 말한대로 그 지점은 동, 남, 서쪽으로 굽이돌며 감돌아 이도하자방향으로 흘러내리는 푸른 강줄기에 에워싸여있었다.
《다리목을 지키는 적들이 여기에도 종종 나타난다우?》
말할 기운마저 없어진 한흥권은 거의나 입속말로 웅얼거렸다.
《목재소주인놈이 올라올 땐 자주 따라올라온답니다. 그런데 그 주인놈이 얼마후면 통나무를 실어갈 일군들이랑 데리고 올라올거라고 합니다. 대소한추위때라 나무를 찍어내던 벌목부들은 일시 산판에서 내려가구 요즘은 목재소주인놈이 이미 여기다 찍어내려온 저 통나무들을 녕안에 끌어내리는 일만 시키면서 직접 감독한다는겁니다.》
《그놈이 언제쯤 올라올것 같은지 알아보지 못했소?》
《점심때쯤 여기 도착했다가 점심을 여기에서 먹고 내려가군한답니다.》
그리고보면 그놈이 올라올만 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최후의 지점에서 그나마 안전하게 지낼수 있는 시간은 한시간 혹은, 시간반 정도밖에 없는것이다. 뒤에서 따라오는 적들도 상당히 거리를 줄여왔을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던 한흥권은 머리를 쳐들었다.
《동무들!》
그의 웅글은 목소리는 낮으나 비장하게 울렸다.
《우리는 모두 여기서 최후의 결사전을 벌릴 각오를 가져야겠소. 소대장동무의 이야기를 다 들어서 알겠지만 더는 빠져나갈 길은 없소. 우선 이렇게 합시다. 김택근동무는 로인과 교섭해서 식량을 얻어내여 조왈남동무에게 맡기고 박동무와 안동무 두 동무를 데리고 강쪽으로 정찰을 나가시오. 아무튼 강을 건늘 무슨 방도가 없겠는지 확인해야겠소.
조왈남동무는 정동무와 같이
모를것이 없었다. 원정대원들은 세조로 나뉘여 한흥권의 명령집행에 착수하였다. 음식가마에 통강냉이죽을 앉히고난 조왈남은 여물가마에 있는 더운 물을 나무버주기에 퍼담아들고 부엌에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크지 않은 뙤창 하나밖에 달려있지 않은 방안은 아까보다는 덜 어둑시근했다. 새까맣게 때가 끼고 가생이가 너덜너덜하게 해진 구름나무노전이
깔려있는 방 아래목에 눕혀드렸던
조왈남은 수건을 더운 물에 적셔가지고
얼마간만이라도 정신이 드실수 있다면 아마 지금도 눈을 뜨시고 왈남이 수고한다시며 손을 만져주거나 무릎을 어루쓸어주셨을것이다.
아, 얼마나 다정하고 살틀하고 애무에 찬 손길이였던가.
항상 동지들과 전우들을 위하고 아래사람들을 보살펴주고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주던 손이였다. 그러던 손이 최후의 시각을 앞둔 지금 맥없이 축 늘어진채 왈남이의 돌봄을 받고있는것이다.
조왈남은 솟구쳐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아가며
그리고
그는 아궁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발싸개부터 말리우기 시작하였다. 빨아서 말렸으면 좋으련만 그럴 여유를 놈들이 줄것 같지 않았다. 아까 한시간이나 한시간반쯤 지나면 목재소주인놈이 온다고 했는데 아마 이제는 반시간이나 한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것이다.
목재소주인놈이 오게 되면 적들도 같이 올수 있다고 했었다. 그러면 최후의 결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