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 회)

제 9 장

6

(2)

 

아직 한번도 그래본적이 없는 대원들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담가채에 매달려 몸부림치는 그 비장한 광경을 목격하자 가슴속에서는 누를래야 누를수 없는 오열이 터져오르시였다.

정말 원정대가 여기서 끝장을 보게 된단말인가?… 장군님께서는 도저히 현실로 믿어버리기에는 너무도 처절한 그 의식을 분명히 머리에 새기시였다. 가슴은 말할수 없는 아픔으로 조여드시였다. 그새 원정대는 말로 다할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헤쳐왔다. 열번 스무번 죽음의 함정속에 빠져들었다가도 기어이 난국을 헤치고 억척스레 행군을 이어왔으며 녕안땅의 깊은 수림과 골짜기에 적의 시체를 더미로 쓰러뜨리면서 장엄하고도 비장한 승리의 길을 이어왔던것이다.

그 길에 새겨진 원정대원들의 위훈, 조선혁명가들이 쌓아올린 불멸의 영웅적 사적들을 무슨 말로 다할수 있을것인가? 인간이 고통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한다면 인간이 견디여낼수 있는 한계점을 알수 없을것이다. 무수한 고난과 슬픔과 역경으로 수놓아진 원정대의 행군길에 디딤돌처럼 놓여있었던 그 처절한 고통을 헤가르며 혁명가들은 인간이 견딜수 있는 최후의 한계점을 줄곧 밟아왔다. 이런 의지, 이런 용맹, 이런 불사의 넋을 지닌 사람들이 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덩어리우에 두번다시 존재할수 있을것인가?

장군님께서는 나무가지들이 얼그러진 수림우의 아득히 펼쳐진 푸른 공간을 굽어보시였다.

얼마나 맑고 푸르고 깊고깊은 우주의 넓은 품인가? 저 높은 하늘, 저 아득한 맑은 창공을 바라보느라면 인간의 마음속에 온갖 사념은 사라지고 오로지 숭고하고 청렴하며 비상한 감정밖에 떠오르는것이 없다.

진정 장군님의 마음속에는 눈물겨울만치 유청하고 비장하며 장엄하고도 숭엄한 생각이 구름처럼 떠오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만약 인간이 죽음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했다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수 있는 아름다움과 삶의 위대한 가치에 대하여 의식할수 없었을것이라고 생각하고계시였다.

죽음을 초월하는 인간의 의지, 인간의 사고, 인간의 용맹 통털어 그 모든것이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규정하게 되는것이라고 장군님께서는 굳게 확신하고계시였다.

그러기에 장군님께서 사람이 죽음을 결심하고나서면 세상에 무서울것이 없으며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혁명의 다난한 길을 걸어오시는 과정에 혁명가에게는 죽음보다 더 엄혹한 요구가 있으며 혁명가가 견뎌내야 할 한계점이 결코 죽음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의식하시였다. 혁명가가 맞이해야 할 장엄한 희생이 아무리 비장하고 숭고하다 할지라도 결코 죽음으로써 혁명앞에 지닌 자기의 의무를 다할수 없는 엄혹한 순간이 얼마든지 있는것이다. 이런 때 혁명가는 혁명앞에 지닌 의무를 다하기전에 함부로 죽을수 없다는것을 장군님께서는 한두번만 체험하신것이 아니였다.

죽음을 초월하는 혁명가의 이 강력한 의지 그것은 그대로 혁명가들을 죽음보다 강한 불사신의 넋으로 키워왔으며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수한 사변들을 아로새겨놓았던것이다.

지금 장군님께서는 대원들을 향해 늘 말씀하시던 그 준엄한 요구를 자신을 향해서도 요구할 때가 되였다고 생각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한손으로 담가채를 누르시고 온몸의 힘을 담아 상반신을 일으키시였다. 전혀 운신을 못하시던 장군님께 어디서 그러한 힘이 솟아오르셨는지 참으로 뜻밖일 지경이였다.

강도 일제에게 빼앗긴 조국을 기어이 광복하고 삼천리강산우에 인민의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해 조선혁명가들이 흘린 고귀한 피와 땀은 얼마나 될것인가? 혁명가들은 바로 그날을 위해 사랑하는 부모처자를 버리고 이역의 거친 산야를 헤매이며 갖은 고생과 수난을 겪었으며 전장에서 쓰러지고 옥중에서 숨을 거두면서도 승리의 래일을 믿고 웃으며 눈을 감지 않았던가?

얼마나 귀중한 많은 혁명전우들이 우리의 곁을 떠나갔는가?

차광수, 김혁, 최창걸, 계영춘…

실로 헤일수없이 많은 아까운 조선의 청년공산주의자들이 조국광복을 위한 성스러운 길에서 그렇듯 귀중한 청춘을 바치고 하늘의 별무리와도 같이 흩어졌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들의 얼굴,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행동거지며 취미며 성격이며가 하나하나 똑똑히 생각나시였다.

그들은 전장에서 혹은 적구에서 마지막숨을 거두면서도 한결같이 장군님께 조국광복을 부탁하였으며 장군님 모시고 조선의 혁명가들이 광복된 조국으로 개선하는 날 땅속에서도 그 장엄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겠노라 노래마냥 비장한 감격을 읊조리며 떠나갔다. 그리하여 심장속을 뚫고 흐르는 피줄마냥 뜨거운 혁명적의리와 충성으로 장군님을 길이 받들어모셨던 혁명가들의 불멸의 위훈은 장군님의 뇌리속에 영원히 지울수 없는 영상으로 새겨지고 최후의 그 시각에 장군님을 향해 장군님을 바라고 피타는 유언으로 남긴 조국광복의 념원은 그대로 그이의 심장속에 꺼지지 않는 숯불마냥 살아있었다.

아, 생각하실수록 가슴을 저미고 뼈를 깎는듯 한 아픈 추억이 아닐수 없으시였다.

기어이 강도일본제국주의를 때려부시고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으려는 숭고한 지향이 앞에 있지 않았던들 그 귀중한 혁명동지들의 아픈 희생을 어찌 참아낼수 있었으랴.

진정 어떠한 희생과 슬픔을 치르고라도 조국광복을 이룩하려는 그 뜻이 너무도 소중하고 장엄한것이였기에 살을 에이는것 같은 처절한 비애와 슬픔을 누르고 한시도 멈춤없이 혁명의 길을 가고 또 갔던것이 아닌가!

장군님께서 중환에 드신 어머님께 약 한첩 지어드리지 못하고 남만원정을 떠나셨던것도 바로 조국광복의 미룰수 없는 숭고한 의무가 앞에 있었기때문이였으며 남만원정에서 돌아오시여 이미 세상떠난 어머님의 분묘앞에 무릎을 꿇고 쏟아지는 눈물을 금치 못하실 때 그 처절한 슬픔에 짓눌리지 않으시고 분연히 땅을 차고 일어서시였던것도 기어이 빼앗긴 내 나라를 다시 찾고 인민의 행복한 나라를 세우시려는 높으신 기개가 있고 굳세인 결심이 계셨기때문이 아니였던가!

장군님께서는 혁명전우들의 너무도 귀중한 부탁을 한몸에 지니시고계시였다. 그것은 그대로 장군님의 마음속에서는 조국앞에, 겨레앞에 무겁게 지니고계신 숭고한 빚으로 될수밖에 없으시였다.

아버님께서 긴긴세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심전력을 기울여 싸우시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시고 눈을 감으시며 어머님을 향해 하시던 마지막 말씀이 떠오르시였다.

《나는 이 세상에 숱한 빚을 남기고 가오.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돌봐주지 못한 빚, 남편으로서 안해를 잘 돌봐주지 못한 빚, 아들로서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지 못한 빚, 그렇지만 그 모든 빚보다도 더 큰 빚은 조선에 태여난 혁명가로서 동포들에게 독립된 조선을 안겨주지 못하고 가는 빚이요.… 내가 갚지 못한 빚은 이제 성주가 갚아야 하오. 성주는 그 빚을 갚을거요.》

아버님께서는 바로 뒤에 이을 혁명의 대를 생각하시며 눈을 감으시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조선혁명을 맡기고 여기서 눈을 감을수 있단말인가?

결코 그럴수 없는 일이였다. 장군님께서는 금시 땅을 차고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고싶으시였다. 여기서 원정대가 솟아나지 못하면 조선혁명의 명맥은 완전히 끊기고말것이다.

장군님께서는 이미 손가락 하나 움직여낼수 없는 완전한 허탈상태에서 그리고 심장의 박동마저도 각일각 꺼져드는듯 한 전신의 동통과 마비를 의식하시면서 죽음을 각오하고 일어나 혁명을 떠밀고나가시려는 최후의 의지를 가다듬어 입술을 움직이시였다. 그러자 그것은 어떤 눈물겨운 호소인듯, 부르짖음인듯, 간절한 부탁이고 장중한 명령인듯 대원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일제놈의 발굽소리는 더욱 요란타

금수강산 우리 조국 짓밟으면서

살인방화 착취략탈 도살의 만행

수천만의 우리 군중을 유린하노라

 

적의 포위속에서 고전을 겪으며 담가를 옹위하고나가던 유격대원들은 알릴락말락 움직이는 그이의 입술사이로 가느다랗게 흘러나오는 노래소리를 듣자 처음은 놀라고 다음은 무어라 이름 못할 비장한 감격과 목메이는 격정을 받아안으며 한사람 두사람 노래를 따라불렀다.

죽음을 헤가르고 나래를 퍼덕이며 솟아나는 노래, 혁명가의 숭고한 의식과 자각이며 불사의 넋으로 뜨겁게 엉켜붙은 억센 삶의 열정이 끓는 용암과도 같이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흘러들어 이미 죽음을 타승한 불멸의 노래로 그들의 머리우에 기폭처럼 날아올랐다.

 

나의 부모 너의 동생 그대의 처자

놈들의 총창끝에 피흘렸고나

나의 집과 너의 밭은 놈들의 손에

재더미와 황무지로 변하였고나

 

노래는 죽음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한흥권은 지금 그 말의 뜻을 심장으로 깨닫는듯싶었다. 그러나 노래가 아무리 힘있고 억세고 장엄하다 한들 이렇게 지치고 고난에 처한 사람들을 단순히 그 노래의 힘만으로야 어찌 일떠세울수 있을것인가?

그 의지, 그 불사신의 넋, 그것은 단순히 노래가 아니라 노래를 지어 혁명의 넋으로 뿌리신 장군님의 뜻이라고 한흥권은 생각하였다. 억천만번 죽더라도 굴함없이 원쑤를 쳐야 한다는 장군님의 변함없는 그 신념이 이 가장 어려운 때 의지와 용기와 힘을 가다듬게 하는 노래로 화하고 그것이 그대로 원정대에 내리는 명령으로 화한것이 아닌가!

 

우렁차게 들려오는 반일전소리

곳곳에서 일어나는 민중의 고함

 

원정대원들은 힘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며 겹겹이 막아선 적의 포위를 뚫고나갔다. 그들은 이 순간에 누구나 하나같이 장군님에 대한 의리를 생각하였다. 어디 가나 변치 말고 순금같이 닦아 지니고있어야 할 전사의 의리, 죽어서도 변치 말아야 할 장군님에 대한 그 의리를 생각하면서 대원들은 한발자국 한발자국 전진하였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