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 회)

제 9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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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막에서 하루밤 편히 쉬고난 원정부대는 골짝바닥에서 숙영을 한놈들이 떠나기를 기다리면서 행군준비를 갖추고있었다.

해가 떠오르자 적들의 행군종대가 떠나기 시작하였다. 두줄로 늘어선 대렬의 앞머리는 멀리 저쪽 산마루의 등성이로 치달아오르고 꼬리는 골짝바닥에서 제자리걸음을 치고있었다. 군견수들은 대렬의 앞에서 가고 말탄 장교들은 긴 대렬의 여기저기에 늘어서가고있었다. 대렬에는 박격포들도 끼여있었다. 이만저만한 《토벌》무력이 아니였다.

놈들의 행군서렬이 산마루를 넘어서자 장군님께서는 조용히 출발명령을 내리시였다. 위장포로 하얗게 몸을 감싼 원정부대는 한줄로 늘어서서 놈들이 눈을 이기고 지나간 넓게 트인 통로를 따라 서서히 움직여갔다.

옹근 하루동안 원정부대는 별사고없이 순조로운 행군길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해질녘에 뒤따라오는 다른 《토벌대》를 발견하자 놈들의 량쪽 틈사리에서 총질을 하여 싸움을 붙여놓고 옆으로 빠져나왔다.

원정부대는 녕안현과 목릉현에서 주봉을 이루고있는 석두산을 바라고 행군을 계속하였다. 당초의 로정보다 조금 왼쪽으로 기울어진 동쪽방향이였다. 원정대의 행군로정을 짐작하고 겹겹이 막아선 놈들의 경계진에 혼란을 줄셈으로 장군님께서는 목릉땅의 원시림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며칠 행군을 하다가 로야령을 넘어 동만땅으로 빠질 작정을 하시였다.

이무렵에 장군님께서는 한초가 새롭게 병세가 악화되여가고있었다.

장군님께서 중병에 드셨다는것을 제일먼저 눈치챈 사람은 김청해와 조왈남이였다. 그들은 한흥권중대장에게 알리려고 서둘다가 장군님께 제지당하고말았다.

장군님께서는 이대로 한 열흘만 견뎌낸다면 동만땅을 밟을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때까지는 어떻든 참아나가야 하겠다고 결심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며칠동안 억척스럽게 병을 누르시고 전투와 행군을 지휘하시였다. 그러느라니 장군님의 몸은 나날이 노그라져 이제는 더이상 지탱하기도 어렵거니와 한번 자리에 눕게 되는 때에는 쉬이 일어나기 어려운 위중한 상태로 줄달음쳐가고있었다.

무슨 방법으로든 장군님의 건강을 돌봐드려야 하였다. 장군님께서도 이제 하루나 이틀을 버티고나면 자신의 몸이 견뎌내지 못하리라는것을 생각하셨으며 그렇게 되는 경우에 원정대가 겪게 될수 있는 난사들을 내다보시고 한량없는 걱정을 쌓아가시였다.

독한 배갈이라도 몇잔 마시고 우등불무지에서나마 땀을 푹 뽑았으면… 그렇게라도 한다면 각일각 기울어져가는 몸이 약간이나마 병을 물리치고 며칠을 더 지탱해나갈것 같기도 하시였다. 그러나 적들이 악착스레 원정대의 꼬리를 물고 달려드는 형편에서 언제 불을 피우고 한둔이나마 할 조건이 못되였다. 이런 가위에 원정대앞에 뜻밖의 일이 나타났다. 원정대의 후위에서 적을 견제하며 따라오던 한흥권중대장이 장군님앞에 헐떡거리며 달려와 하연성소대장이 파견한 통신원이 왔다고 하였다.

통신원은 장군님께 자기들이 녕안유격대와 함께 밀영으로 들어가다가 산속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있는 김창억동무를 발견했는데 그의 저고리를 헤치고보니 무수평공작지에 나간 송혜정이 적들에게 귀순했다는 보도가 실린 신문이 나졌다고 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요, 김창억동무는 정신을 차렸소?》

《아직 혼수상태입니다. 이따금 한다는 소리가 〈나쁜놈들이, 나쁜놈들이…하면서 고통스레 외우고있는데 뒤말은 알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대장동지는 이 신문만이라도 장군님께 전해드리자고 했습니다.》

《창억동무의 생명은 위험하지 않소?》

《일없습니다. 몸에 동상을 좀 입기는 했지만 밀영에서 치료받으면 아무 일 없을것 같다고 합니다.》

《다행이요. 중한 소식을 가지고 련락을 오다가 그렇게 됐구만. 어디 신문을 봅시다.》

장군님께서는 한흥권의 손에서 신문을 받아드시자 황망한 눈길로 신문에 난 송혜정의 사진과 사회란의 상단에 실린 보도를 읽으시였다. 거기에는 요영구유격구에서 무수평일대에 나가 지하혁명조직을 꾸리고 근거지에 원군물자를 날라갈 목적밑에 공작지에 나온 송혜정이 유격대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헌병대에 귀순해갔다는 내용이 간명하게 실려있었다.

《송혜정이가 귀순하다니? 지금쯤 근거지에 들어와있을 송혜정이 놈들에게 귀순했다니 말이 되는가. 이게 언제 신문이요?》

장군님께서는 착잡한 표정이 어린 심각한 눈길로 그냥 신문을 내려다보시며 한흥권에게 물으시였다.

《날자는 찢어져 알수 없는데 달은 11월입니다.》

《11월이면 혜정동무가 근거지에 들어오고도 남소. 우리가 요영구를 떠나기 하루 앞서 혜정동무가 며칠내에 유격구로 돌아온다는 통보가 왔더랬소. 그래서 혜정동무가 들어오면 지체말고 식량운반사업을 조직하라고 현정부 강시중회장에게 말해주고 왔단말이요.》

장군님께서는 사뭇 비감한 눈길로 대원들을 둘러보시며 말씀하시였다.

사령관동지, 동만땅에서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것 같습니다.》

한흥권이 근심에 눌린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하였다.

《그런것 같소. 그건 틀림없는 일같소. 그렇지 않고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신문이 나돌아갈 까닭이 없소. 최춘국동무는 동만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북만에 곧 련락을 띄우겠다고 했었는데. 김창억동무가 북만에 나타난걸 보니 일이 생겼소. 또 전번처럼 근거지에서 반민생단투쟁의 미친 바람이 불지 않는지 모르겠소. 사실 우리가 떠나온 동만땅에는 그러한 위험이 전혀 없었던게 아니요. 지난해의 반민생단투쟁의 좌경적오유를 우리가 바로잡고 사태를 수습하기는 했지만 민족배타주의자들과 종파사대주의자들이 지도부에 들어앉아 우리가 없는 틈을 타서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거요. 송혜정이가 적들에게 귀순했다는 신문까지 나온걸보니 사태의 진상이 자못 험악하오. 한흥권동무, 행군을 다그쳐야겠소.》

원정대는 적의 추격을 피해서만 아니라 이제는 동만땅의 위험한 사태를 바로잡아야 할 절박한 목적을 위해서도 행군을 다그치지 않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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