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 회)
제 9 장
2
(1)
산전막에서 하루밤 편히 쉬고난 원정부대는 골짝바닥에서 숙영을 한놈들이 떠나기를 기다리면서 행군준비를 갖추고있었다.
해가 떠오르자 적들의 행군종대가 떠나기 시작하였다. 두줄로 늘어선 대렬의 앞머리는 멀리 저쪽 산마루의 등성이로 치달아오르고 꼬리는 골짝바닥에서 제자리걸음을 치고있었다. 군견수들은 대렬의 앞에서 가고 말탄 장교들은 긴 대렬의 여기저기에 늘어서가고있었다. 대렬에는 박격포들도 끼여있었다. 이만저만한 《토벌》무력이 아니였다.
놈들의 행군서렬이 산마루를 넘어서자
옹근 하루동안 원정부대는 별사고없이 순조로운 행군길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해질녘에 뒤따라오는 다른 《토벌대》를 발견하자 놈들의 량쪽 틈사리에서 총질을 하여 싸움을 붙여놓고 옆으로 빠져나왔다.
원정부대는 녕안현과 목릉현에서 주봉을 이루고있는 석두산을 바라고 행군을 계속하였다. 당초의 로정보다 조금 왼쪽으로 기울어진 동쪽방향이였다.
원정대의 행군로정을 짐작하고 겹겹이 막아선 놈들의 경계진에 혼란을 줄셈으로
이무렵에
무슨 방법으로든
독한 배갈이라도 몇잔 마시고 우등불무지에서나마 땀을 푹 뽑았으면… 그렇게라도 한다면 각일각 기울어져가는 몸이 약간이나마 병을 물리치고
며칠을 더 지탱해나갈것 같기도 하시였다. 그러나 적들이 악착스레 원정대의 꼬리를 물고 달려드는 형편에서 언제 불을 피우고 한둔이나마 할 조건이
못되였다. 이런 가위에 원정대앞에 뜻밖의 일이 나타났다. 원정대의 후위에서 적을 견제하며 따라오던 한흥권중대장이
통신원은
《그게 무슨 소리요, 김창억동무는 정신을 차렸소?》
《아직 혼수상태입니다. 이따금 한다는 소리가 〈나쁜놈들이, 나쁜놈들이…〉하면서 고통스레
외우고있는데 뒤말은 알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대장동지는 이 신문만이라도
《창억동무의 생명은 위험하지 않소?》
《일없습니다. 몸에
《다행이요. 중한 소식을 가지고 련락을 오다가 그렇게 됐구만. 어디 신문을 봅시다.》
《송혜정이가 귀순하다니? 지금쯤 근거지에 들어와있을 송혜정이 놈들에게 귀순했다니 말이 되는가. 이게 언제 신문이요?》
《날자는 찢어져 알수 없는데 달은 11월입니다.》
《11월이면 혜정동무가 근거지에 들어오고도 남소. 우리가 요영구를 떠나기 하루 앞서 혜정동무가 며칠내에 유격구로 돌아온다는 통보가 왔더랬소. 그래서 혜정동무가 들어오면 지체말고 식량운반사업을 조직하라고 현정부 강시중회장에게 말해주고 왔단말이요.》
《
한흥권이 근심에 눌린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하였다.
《그런것 같소. 그건 틀림없는 일같소. 그렇지 않고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신문이 나돌아갈 까닭이 없소. 최춘국동무는 동만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북만에 곧 련락을 띄우겠다고 했었는데. 김창억동무가 북만에 나타난걸 보니 일이 생겼소. 또 전번처럼 근거지에서 반〈민생단〉투쟁의 미친 바람이 불지 않는지 모르겠소. 사실 우리가 떠나온 동만땅에는 그러한 위험이 전혀 없었던게 아니요. 지난해의 반〈민생단〉투쟁의 좌경적오유를 우리가 바로잡고 사태를 수습하기는 했지만 민족배타주의자들과 종파사대주의자들이 지도부에 들어앉아 우리가 없는 틈을 타서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거요. 송혜정이가 적들에게 귀순했다는 신문까지 나온걸보니 사태의 진상이 자못 험악하오. 한흥권동무, 행군을 다그쳐야겠소.》
원정대는 적의 추격을 피해서만 아니라 이제는 동만땅의 위험한 사태를 바로잡아야 할 절박한 목적을 위해서도 행군을 다그치지 않을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