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 회)

제 9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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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중의 눈물겨운 바래움을 받으며 녕안촌을 떠나 귀로에 오른 원정부대는 목릉현과 접경을 이루고있는 천교령방향으로 행군을 다그치고있었다.

이무렵에는 녕안땅에 투입된 《토벌대》의 기본주력이 밤이나 낮이나 원정부대의 뒤에 바싹 붙어서서 검질긴 추격전을 들이대고있었다.

두달동안에 걸치는 《토벌전》에서 만회할수 없는 참패를 당한 핫또리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만치 방대한 무력을 추격전에 내몰고도 수천키로밖에 있는 금주에서 《정안군》을 끌어들였다.

천교령일대의 산판과 골짜기와 길목마다에는 사방에서 모여든 《토벌대》와 경찰대, 자위단이 욱실거렸으며 팔에 완장을 낀 《정안군》이 원정부대의 뒤를 바락바락 따라가고있었다.

한흥권중대장은 원정부대의 후위에서 기관총수를 데리고 뒤따르는 적을 이따금 후려갈기고 딴곬으로 적을 빼돌리기도 하면서 놈들에게 혼란을 조성하고있었다.

원정부대의 척후에는 이 지대의 지형을 대략 알고있는 김택근소대장이 서있었다.

원정부대는 무릎을 치는 생눈길을 헤치며 줄곧 며칠동안 행군하고있었다. 이사이에는 별로 잠을 자보지도 못했고 불을 피워 몸을 녹이지도 못했으며 더운물 한모금 입에 넣지 못했다. 행군하면서 언 주먹밥덩이를 씹고 눈으로 입가심을 하였다.

몸은 얼대로 얼어들어 다리는 갈수록 뻣뻣해지고 서리가 내돋은 벙어리장갑속의 손은 감각을 잃어가고있었다.

이런가위에 놈들은 개미떼처럼 엉켜붙어 따라오고있었다. 며칠 추격하다 지쳐 떨어질쯤 되면 새로운놈들이 그자리에 들어서고 그놈들이 맥을 놓게 되면 또 다른 놈들이 그자리를 메웠다. 게다가 놈들은 앞에서도 옆에서도 불쑥불쑥 나타나 저항을 하고 때로는 포위환을 형성해가지고 앞뒤와 좌우 익측에서 사면공격을 들이대기도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한흥권중대장에게 바람가림이나 할수 있는 안침진곳에 숙영장소를 준비하라고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김택근소대장은 원정부대가 행군하던 방향으로 좀더 나가면서 산세도 굽어보고 적정도 살펴보라고 이르시였다.

잠시후 한흥권중대장이 희색이 만면하여 장군님앞에 달려왔다.

사령관동지, 저아래 골짝바닥에 산전막이 하나 있습니다. 불타다 남은 나무를 끌어다 지은 귀틀막인데 굴뚝도 있고 부뚜막도 성성하고 벽틈사리에는 이끼를 틀어막아 바람가림도 잘해놓았습니다. 게다가 가마까지 하나 걸려있습니다. 뻘겋게 녹이 쓸어 볼품은 없지만 그런대로 깨끗이 가셔내고 눈을 끓이면 더운물도 먹을수 있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기쁨을 금치 못하시며 골짝바닥으로 내려가시였다. 대원들은 기분이 들썽해져 웃고 떠들고 롱지거리를 하였다.

갑자기 총소리가 땅 하고 터져올랐다. 원정대원들은 깜짝 놀라 총소리가 울린 산마루쪽을 바라보았다.

김택근소대장이 생눈을 걷어차며 달려내려오고있었다.

《무슨 일이요?》

《적의 큰 부대가 앞에 나타나 골짝바닥을 새까맣게 뒤덮고있습니다.》

《행군도중에 있는 놈들이요?》

《아닙니다. 지금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워놓고있는데 숙영할 차비인것 같습니다.》

《알겠소. 모두들 서둘지 말고 따라오시오.》

장군님께서는 대원들을 데리고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 오르시였다. 말울음소리, 개짖는 소리, 무어라 와짝 지껄여대는 소리가 마파람을 타고 산마루를 넘어왔다.

뒤이어 코를 찌르는듯한 고기국냄새며 기름냄새, 매캐한 연기내가 주린 창자를 뒤집어놓으며 수림속에 떠올랐다.

원정대원들은 소리없이 나무숲을 헤치며 골짝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커다란 불무지들이 이곳저곳에서 타오르고 긴 막대기에 주런이 매달린 군용밥통들이 시뻘건 불길우에서 부글부글 거품을 올리며 끓고있는데 병졸들은 밥이 익기를 기다리며 불무지에 둘러앉아 무어라고 지껄여대고있었다.

한쪽에서는 등에 안장을 얹은 말들이 마초를 씹고 그것들과 마주하여 대여섯마리의 군견들이 불무지앞에서 털을 쪼이며 병졸이 던져준 고기덩이를 씹어삼키느라 캑캑거리고있었다.

골짜기에는 땅거미가 스며들고있었다. 어떤 불무지에서는 벌써 병졸들이 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며 밥통을 긁어내는 소리가 귀따갑게 들려왔다.

놈들은 이곳에서 밤을 새울 심산인지 십여채의 천막을 쳐놓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한흥권중대장과 김택근소대장을 부르시여 원정부대의 행동방향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듯싶으냐고 물으시였다.

김택근소대장은 놈들이 기동을 차리지 못하게 멀리 우회하여 남쪽으로 뻗은 산마루를 타고 빠져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한흥권이도 그 의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저놈의 군견들을 그냥 살려두고는 원정부대의 자취를 아주 감추기가 어려운데 자기가 습격조를 데리고 뒤에 떨어졌다가 군견들과 장교놈들을 하늘로 날려보내고 곧 따라서겠노라 하였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던 장군님께서는 지친 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둘러보시였다.

《우리도 골짝바닥으로 내려가 산전막에서 편히 쉬여야겠소. 놈들의 대부대가 이렇게 진을 치고 소란을 떨 때에는 차라리 놈들의 턱밑에서 숙영하는게 안전할수 있소. 유격대가 아무리 대담하면 저놈들의 불무지에 잇대여서서 숙영하리라고야 생각할수 있겠소. 우리가 이놈들의 옆구리에 붙어있는 한에는 다른 놈들의 추격이나 기습을 받을 걱정도 없소. 어서 산전막을 거두어내고 마른 삭정이를 골라 아궁에 불을 지피오. 밥도 끓이고 언몸도 녹이고 젖은 신발이랑 말리워 신읍시다. 놈들은 저들의 숙영지에서 풍기는 냄새와 고기국냄새때문에 우리쪽에서 나는 연기며 밥짓는 냄새를 가늠하지 못할거요. 오죽 좋은 시간인가. 자, 다그칩시다.》

한흥권중대장과 김택근소대장은 장군님의 너무도 대담하신 말씀에 깜짝 놀라 한동안 어리둥절해 서있었다.

《왜들 그리구 섰소. 배짱도 있고 모험심도 강한 한흥권동무가 이만한 일에 주저하다니 모를 일인걸.》

장군님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며 산전막을 향해 선참 걸음을 옮기시였다.

한흥권은 벌쭉 웃고 김택근이더러 어서 장군님을 따라 산전막으로 내려가자고 눈짓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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