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회)

제 8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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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방, 살림도구로는 솥 하나에 바가지짝 하나, 질그릇 몇개뿐인 컴컴한 방안에서 약탕관이 보글보글 끓고있고 등디에서는 고콜불이 그물거리는데 구석쪽으로 치우쳐누운 병인이 간간이 신음소리를 울리고있었다.

《내 딸이라우. 중한 병에 걸려 인사불성이 되였소구려.》

아버님, 안되였습니다.》

리유천은 병인과 좀 떨어져 문가에 주저앉았다.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바삐 다그쳐오던 걸음을 멈추고 이 숯구이막으로 기여들었는지… 가슴속에는 말 못할 눈물이 가득히 고였다. 문밖에서는 가야하의 물소리가 주절주절 들려왔다. 저 물길을 타고 곧장 가면 혜정이 가있는 무수평 공작지에 가닿을것이다. 아, 무수평, 무수평… 사랑하는 혜정의 이름과 그리도 깊이 련결되고 그 비극과도 그처럼 속속들이 인연이 맺어진 그 땅을 리유천은 쉽사리 잊지 못한다. 아마 그가 이 세상에서 숨을 거두는 마지막순간에조차 그 땅의 이름을 고요히 외우며 눈을 감을는지 모른다.

《옷이랑 영 말이 아니구려.》

로인은 리유천의 아래우를 유심히 살폈다.

《예, 먼길을 오다나니 이렇게 되였습니다.》

《대체 어디서 떠났기에?》

《저 북만땅에서 떠났습니다.》

《저런, 천리길을 왔구만. 오늘은 내 집에서 편히 쉬구려. 어려운 사람도 없으니. 더구나 이 밤중에 길을 찾아나가기가 어렵소. 골짜기길이 여간 험하지 않다오.》

로인은 리유천이 벗어놓은 배낭을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편히 자리를 잡으라고 일렀다.

《괜찮습니다. 그저 쌍하진이나 천교령 삼차구방향으로 빠지는 길만 알러주면 됩니다.》

《고집두… 하긴 내가 손을 이렇게 붙어잡는건 내 집안의 딱한 사정때문이기두 하다오. 보는것처럼 우리 딸애의 병이 이만저만 심하지 않소. 이대로 내처두었다간 무슨 난사가 빚어질지 모르겠단말이요. 그래서 이 밤에 의원을 찾아가 약이라도 한질 지어와야 할텐데 내 없는사이에 이애한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속을 바재이고있는터이요. 두어시간 몸이나 녹이면서 우리 딸애를 지켜주구려.》

듣고보니 로인의 집안일이 이만저만 딱하지 않다. 리유천은 그 딱한 로인의 사정을 물리칠수 없었다.

《집안형편이 그렇다면 제가 병인을 지켜주겠습니다. 어서 약을 지어오십시오.》

《고마우이. 그렇지 않아도 오늘저녁녘에 별로 왼쪽눈이 시물시물 웃는가 했더니 이런 고마운 손을 만나자고 그랬댔구만.》

로인은 기뻐하며 자루처럼 지은 털벙거지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갔다.

리유천은 병인의 가냘픈 신음소리가 간간이 울리고있는 고요한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가슴속은 처량하기 이를데 없었다. 자신도 알수 없는 힘에 끌리워 이 숯구이막으로 기여들어왔을 때는 그래도 로인을 바라고 그 무수평이야기를 해보고싶었고 그러는사이에 그 땅에서 소문이 났을 유격대공작원에 대한 한가닥 소식이나마 들어볼수 있지 않을가 하는 누를수 없는 기대가 솟구쳤던것이 사실이였다. 그러나 막상 로인과 무릎을 마주하자 쉽사리 무수평이야기를 번질수가 없었다. 단순히 어떤 비밀을 지켜야 하겠다는 그런 우려때문만이 아니였다. 무수평에 이따금 숯섬이나 지고 나드는 로인에게서 실상 무슨 귀한 이야기를 들을수 있으며 혜정이에 대해서야 더구나 무슨 말을 들어볼수 있을것인가?

곰곰히 생각하면 모두가 눈물겨운 마음의 충동때문이였다. 지금은 무수평의 이름을 번지는 사람이기만 하면 누구든 자기의 마음을 이렇게 헝클어뜨리기에는 충분하다고 리유천은 생각하였다.

병인의 신음소리는 도간이 잦게 일어났다. 이따금 몸을 뒤틀며 몸부림을 치기도 하였다.

리유천은 무릎걸음으로 병인에게 다가갔다. 사람의 모상을 똑똑히 알아볼수 없는 희끄무레한 어둠속에서도 백지장같은 병인의 얼굴륜곽만은 너무도 뚜렷하였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이마언저리를 흘러내려 한쪽뺨을 가리우고 살풋이 내리감긴 눈우로는 순하게 구부러진 눈섭이 진한 선을 그리고있었으며 힘을 잃은듯 약간 벌려진 입술은 간단없이 떨리고있었다.

리유천은 병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에 어디선가 본듯한 친숙하고도 정이 끌리는 감촉을 받았으나 어디서 보았던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순간에는 혜정의 얼굴이 떠올랐으며 자기의 사랑하는 녀인이라고는 이 세상에 그 하나밖에 없는 혜정의 생동하고도 정에 넘치는 모습이 너무도 뚜렷이, 너무도 쩌릿한 아픔을 동반하면서 눈앞으로 육박하였다.

리유천은 눈을 슴벅슴벅하였다. 어디서 혜정이 비슷한 얼굴을 보고 혜정이 비슷한 목소리를 들어도 리유천의 심장은 걸핏 놀라 뜀박질을 하면서 그에 대한 온갖 그리운 정과 온갖 쓰라린 아픔을 더듬게 하는것이였다.

병인의 신음소리는 차츰 더 잦아졌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려 기름을 들쓴듯이 희미한 불빛아래서 번들거리고있었다.

리유천은 등잔에 다가가 솔광불을 돋구고 병인의 땀을 닦아주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 순간에 리유천은 깜짝 놀라 숨을 삼키며 신음하는 녀인을 내려다보았다.

혜정이, 이 녀자가 혜정이 아닌가? 혜정이가 어떻게 이 숯구이막에, 숯구이막로인의 딸로 되여 이 병상에 누워있단말인가? 내가 과연 혜정의 얼굴을 잘못 보고 이러는것은 아닌가?…

병인의 이마우에서 멈추어진 리유천의 손은 화들화들 떨렸다. 리유천은 정신없이 등잔에 다가가 솔광가치를 들고 녀자의 얼굴을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혜정이가 틀림없다. 혜정이!…

리유천의 손에서는 솔광가치가 떨어져내렸다.

《혜정이, 혜정이!》

리유천은 넋없는 목소리로 부르짖으며 혜정의 몸을 끌어안았다. 혜정의 입에서는 찌르는듯한 신음소리가 울리고 몸에서는 경련이 일어나 꿈틀거렀다.

《혜정이, 눈을 뜨라구. 응, 나 유천이요. 혜정이가 어떻게 이 숯구이막에 쓰러져있소. 온 근거지땅에서 그토록 기다리는데 어찌하여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병인이 되여 내앞에 나타났소. 말해보오. 혜정이, 혜정이!》

리유천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줄을 그으며 쏟아져내려 혜정의 저고리앞섶에 후둑후둑 떨어졌다.

혜정이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감촉마저 느끼지 못한듯 한모양으로 신음소리만 울리고있었다.

(아, 혜정이가 이 모양이 되다니…)

혜정이가 겪은 곡절에 대해 아는것이 없었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리유천이였지만 의식을 잃고 쓰러진 혜정의 끔찍한 참경을 놓고는 그의 한몸을 바라고 쏟아진 수난이 얼마나 컸고 그속에서 혜정이가 겪은 고뇌와 시달림이 얼마나 컸을것인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리유천은 혜정의 몸을 조심조심 더듬어보았다. 왼쪽어깨와 바른쪽다리에 총알을 맞은 큼직한 상처가 있고 가슴언저리는 시퍼렇게 이물려있었으며 팔굽까지 저고리를 밀어올리고 보니 거기에도 풀물이 든듯한 검푸른 자국이 꾹꾹 찍혀있었다.

그 이물린 시퍼런 자국들을 건드리면 혜정의 입에서는 그대로 처절한 신음소리가 터진다.

리유천은 그제서야 혜정이가 적의 총탄을 맞았을뿐만아니라 낭떠러지에 떨어져 온몸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하였다.

혜정이가 사형장에 끌려나가 적의 총탄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는가, 아니면 적의 추격을 받다가 이 모양이 되였는가? 이렇게나 저렇게나 혜정은 사지에 떨어졌다가 살아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 혜정이를 두고 놈들이 《귀순》했다는 허위날조를 했는가? 그게 대체 어떤놈인가? 어떤놈이 혜정이의 몸을 이렇게도 극악하게 물고늘어지려 하는가? 그렇게 하는놈들의 진짜속심은 무엇일것인가?

리유천의 머리에서는 복잡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아무튼 이제는 혜정이가 살았으니 그가 눈을 뜨면 모든것을 말하게 될것이다.

리유천은 자기 손으로 혜정이의 상처를 고쳐싸매주려고 배낭을 뒤졌다. 배낭속에는 조그맣게 꾸려넣은 좁쌀가루와 귀밀자루가 있고 남비 하나에 숟가락 두개, 나무함박 하나가 있는외에 보자기에 싼 보퉁이가 하나 더 있었다.

보퉁이를 펼치고보니 그안에는 남자무명내의 한벌에 녀자속적삼 두벌, 저고리 하나, 치마 하나가 있는데 저고리를 보니 그것이 얼마전 가야하 기슭에서 놋그릇 닦던 때 혜정이가 입고있던 초록빛저고리였다.

아마 혜옥이가 갑자기 산으로 피신하면서 한지에서 쓸 요긴한 물건들과 식량을 배낭에 넣어지고 오다가 바쁜 손질로 자기의 어깨에 그대로 지워준 모양이였다. 아무튼 리유천은 이처럼 다행한 일이 세상에 다시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제 요영구땅에서 어지럽게 나딩구는 동란이 가셔지고 장군님께서 돌아오신 유격구에 평온이 깃들면 이 일을 두고두고 옛말하며 살리라 리유천은 속다짐하였다.

그는 혜정이의 상처를 싸맬 붕대를 만들려고 옷가지들을 쌌던 보자기를 찢었다.

그리고 어깨와 다리에 붙여놓은 헝겊오리를 풀었다. 상처에 붙여놓은 약을 보니 느릅나무껍질에다 청밀을 섞은것이였다. 그것이 숯구이막 늙은이의 소행이라고 생각할 때 리유천은 로인에 대한 눈물겨운 고마움을 금할길이 없었다. 그는 부뚜막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두개의 질그릇을 바라보았다. 한쪽에는 숟가락을 박아놓은 청밀이 있고 다른쪽에는 겉딱지가 꾸덕꾸덕 말라버린 짓찧은 느릅나무껍질이 담겨있었다.

리유천은 느릅나무껍질에다 청밀을 떠넣고 풀이 나게 이개여 혜정이의 상처에 붙인 다음 찬찬히 붕대를 감았다.

어쩐지 방금전에 그렇게도 자주 신음을 하며 경련을 떨던 혜정같지 않게 숨도 고르롭게 쉬고 얼굴색도 조금 피여나는것 같았다. 꿈속에서나마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을 느끼고 마음을 놓은 까닭일가? 리유천은 혜정이의 상처에 자기의 손이 가고있다는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였다. 자기의 위안이자 그것은 곧 혜정이의 안정으로 될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틀림이 없을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리유천은 혜정이가 눈을 뜨고 그의 상처가 말끔히 나을 때까지 이 숯구이막에서 밤낮으로 시중을 들고싶었다. 그 소원은 너무도 간절하여 다른 어떤 생각으로 바꿀수 없었다. 그러나 리유천은 그것이 자기의 욕망일뿐이지 일은 결코 그렇게 되지 못하리라는것을 알았다. 자기는 기어이 적구로 가야 하는것이다.

적구로 가야 한다는 그 결심은 너무도 강하였다. 그리고 너무도 준엄하였다. 더구나 이제 혜정이가 눈을 뜨고 어찌하여 리유천이가 여기에 나타났는가 물으면 무엇이라고 대답할것인가? 장군님께서 주신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숙반에 끌려다니다가 근거지땅에 무서운 재난을 가져다놓았다고 말해야 할것인가?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죽기보다 못한 대답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리유천은 혜정이곁에서 이 하루밤도 지내지 못하고 속히 떠나야 할 자기의 의무를 다시다시 생각하였다. 막상 떠나자고 하니 찢어지듯 가슴이 아팠다.

리유천은 가슴앞에 머리를 떨어뜨리고 한동안이나 멍하니 앉아있었다.

이순간에 그는 자기를 대신하여 적구에서 피흘리며 싸우고있을 최춘국이와 소부대를 생각하였으며 시각을 다투어 그들을 찾아가야 할 자기의 의무를 다시한번 생각하였다. 그러자 말없는 숨길로 자기의 등을 떠미는 혜정이의 안타까운 모습이 떠올랐다.

리유천은 배낭을 헤치고 수첩을 꺼내였다. 그리고 혜정에게 남기는 긴 편지를 썼다. 거기에다는 솔직하게 모든것을 다 고백하지 않을수 없었다. 말끝마다 자기의 이 어리석은 행동을 저주해달라고 덧붙이군하였다. 용서해달라는 말을 그는 할수가 없었다. 이 세상 사람이 다 용서를 한다 해도 혜정이만은 쉽사리 용서할것 같지 않은 비장한 눈물이 가슴속에 고여있었다.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온 혜정인지 리유천은 모르지 않았다. 먼 룡정중학시절부터 시작되여 다난한 생활의 세파를 거치며 키를 자래운 자기들의 사랑을 혜정은 더없이 아끼고 소중히 여겼다.

이제 혜정이가 의식을 차리고 수첩에 적어넣은 이 글발을 읽게 된다면 순전히 이때문에 또다시 의식을 잃을는지 모른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이것은 너무도 부담많은 혜정에게 안기는 욕스러운 채찍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리유천은 자기의 진정을 고백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에 몸이 조금만 추서면 지체 말고 유격구로 돌아가라고, 돌아가서 유격구땅에 빚어지고있는 그 수난을 가시는 싸움에 자기몫까지 합쳐 기여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끝으로 리유천은 자기가 앞으로 적구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슬퍼하지 말라고, 뒤늦게나마 눈을 뜬 한 혁명전사가 장군님의 위대한 사상을 지켜 생명의 마지막순간까지 성스러운 싸움을 벌리다가 피를 뿌리고 갔다는 추억만을 간직해달라고 또박또박 적었다.

수첩을 접어 그의 저고리안주머니에 넣고나자 가슴속으로 불현듯 공허가 밀려들었다. 이제는 혜정이를 위해 할일도 다하였으니 고스란히 떠나면 될것이였다. 의식을 잃고있는 혜정이를 두고도 떠날수밖에 없는 자기라는것을 생각할 때 가슴속에서는 소리없이 피눈물이 떨어졌다.

밖에서 쿵쿵 땅을 구르며 다가오는 발자국소리가 울렸다. 그 발자국소리를 듣자 리유천은 마치 운명의 시각을 조이듯 한발자국 한발자국을 마음속으로 헤였다. 혜정이와 헤여져야 할 마지막시각이 저 쿵쿵거리는 발자국소리와 함께 한초한초 다가왔다.

문득 지게문이 펄쩍 하고 열렸다. 씽하니 찬바람을 몰고 로인이 네발걸음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리유천의 가슴은 간단없이 후두두 떨렸다.

《수고했수다. 딸애를 지켜줄래기.》

아버님께서 수고하셨습니다. 이 밤길에 얼마나 수고하셨습니까.》

《자식 위한 일인데 수고구 뭐구 있소. 손님이 고생을 했지.》

리유천은 금시 떨어지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았다.

《약은 어떻게 지어오셨습니까?》

《지어왔수다. 마침 좋은 약재가 들어와서… 애가 천명인가보우.》

리유천은 목이 메여 더이상 응대를 못하고 로인이 가슴앞에서 떨어뜨리는 약첩을 받아들었다. 코구멍으로 훅 하고 초약냄새가 날아든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약냄새를 맡으며 자기가 세상에 살아있는 한 이 로인의 수고를 잊지 않으며 혁명가들에게 말없이 바친 애국의 이 지성을 잊지 않으리라 결심하였다.

아버님, 저는 이제 떠나가렵니다. 부디 숯구이막일이라도 잘되여 아버님의 고생이 덜어지기만을 빕니다.》

리유천은 두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로인앞에 깊이 머리를 숙이며 작별의 인사를 올렸다.

《아니 기어이 이 밤중에 떠나시려오?》

《예, 가야 할 길이 너무 급하다나니 지체할수가 없습니다.》

리유천은 로인이 손쓸사이없이 지게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이것보시오. 가겠거든 배낭이나 지고가오.》

로인이 배낭을 들어 지게문밖으로 내여밀며 소리쳤다.

아버님, 배낭을 그대로 두십시오. 배낭속에 쌀도 있고 그릇붙이랑 옷가지랑 좀 있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보태쓰십시오.》

이 말을 남기고 리유천은 거의 달음박질쳐 가야하 기슭으로 나왔다. 별 하나 볼수 없이 캄캄하게 흐려있는 밤, 혜정이가 누워있는 숯구이막지형이 어떻게 생겼나 그것만이라도 익혀두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너무도 진한 어둠이 깔려있어 산발의 륜곽마저도 더듬어낼수 없었다. 숯구이막창문에서 쏟아지는 불빛은 넓고도 넓은 이 어둠의 밤바다속에서는 하나의 반디불마냥 깜빡이고있었다.

이 가야하 기슭에 저런 숯구이막이 몇개나 될것인가? …

리유천은 마치 자기가 이곳을 떠나면 앞으로 어디서도 이 숯구이막을 다시 찾아내지 못할것 같은 생각이 들며 혜정이와도 이렇게 만났다 헤여지는것이 영원한 리별로 될듯한 불안한 예감이 가슴을 에이며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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