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 회)

제 2 장

불타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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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군의 충주성에 대한 첫 공격은 포사격으로부터 시작되였다. 이다찌중좌가 새《토벌》부대를 이끌고와서 마침내 행동을 개시한것이다.

그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류달리 쾌청하고 해빛이 밝았다. 봄을 재촉하는 온기와 향기가 어디서나 풍기고있었다. 그날도 많은 사람들은 싸움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있으면서도 생의 본능적요구로부터 장거리로, 교외로, 이웃들로 부산스레 움직이고있었다. 력사에는 이렇다하게 남길 아무런 특이한 사변도 없는 평범한 날이였다.

포탄은 성의 남쪽 십리도 채 못되는 남산의 포진지에서 날아왔다.

충주는 남으로 성의 진산이라고 일컫는 대림산이 있고 서쪽으로는 마산과 청룡산, 장미산, 북쪽으로는 심정산, 개천산, 동쪽으로는 금봉산, 오동산 등 크고작은 산들이 연해 솟은 산중의 도시이다. 동쪽으로 40리 떨어진 월악산에서는 한강의 첫 물줄기가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은 충주가 외부와 멀리 떨어진 고립무원한 상태에 있다는것을 말해준다. 그만큼 공격자에게는 유리하고 방어자에게는 불리하다.

바로 이것을 타산한 이다찌는 저들의 유리한 지형조건과 우세한 무기를 리용하여 단숨에 성을 탈환할 기세를 보이였다.

반면에 외부적지원은 거의나 없고 병기도 미약한 의병들은 자기들의 용기만 믿고 성에 굳게 엎드려 적들이 공격해오기만 기다렸다.

바로 그때 머리우에서 무엇인가 째지는듯 쉬―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벽우에 있거나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이 저게 무슨 소린가하고 일제히 하늘을 향하여 머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지심을 흔드는 꽝 하는 폭음이 들려왔다. 그때까지도 포소리를 처음 듣는 대부분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첫 포탄은 성의 한쪽변두리에서 터졌다. 다음에는 옆에서 그리고 또 다음에는 좌우로 엇갈리더니 시의 중심으로 옮겨왔다. 그러자 성안은 거창한 폭음과 불기둥, 타래연기에 휩싸이고 사람들은 아우성으로 들끓기 시작하였다. 그런 경우를 예상하여 어떻게 행동하라고 의병은 물론 주민들에게까지 거듭거듭 설명했지만 난생에 처음 보고 당하는 폭음앞에서 누구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쪽에서 놀라 뛰면 그쪽에서 또 폭음이 터지고 무수한 흙기둥과 먼지를 들씌웠다.

포탄의 작렬과 함께 집이 통채로 내려앉는가 했는데 잠간사이에 거대한 화염으로 변했다. 시뻘건 불기둥이 번쩍하더니 타래연기를 휘끌어올리였다. 처음에는 한두집, 다음에는 여기저기서 집들이 동시에 불길에 휩싸였다.

포탄들은 점차 자리를 옮기며 시장을 들부시기 시작하였다. 그때까지 짐을 거두지 못한 장사군들의 머리우로 쉬익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련이어 포탄이 터졌다. 줄이라도 맞춘듯 갈지자모양으로 엇갈려 떨어지는 포탄들은 땅우의 모든것을 짓부실듯 차례로 시장마당을 누비였다. 등에 지고 머리에 인 장사물건들, 추위를 막으려 쳐놓았던 풍막들, 깔고앉았던 자리들이 사람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도처에 상품들이 널리고 피와 살점들이 휘뿌려졌다.

아침에 선화당에서 의병장들과 함께 당면한 방어대책을 론하던 류린석은 첫 포성과 함께 밖으로 튀여나갔다. 성안이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끓고있었다. 벌써 타래진 연기가 날아오고있었다. 그속을 뚫고 달리며 린석은 혼란이 주로 녀자들과 아이들때문에 일어나고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들을 빨리 성밖으로 빼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문루에서 중군 리춘영과 군사장 주용규가 그를 맞이했다.

《어떻게 됐나. 놈들이 공격해오나?》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의병들은?》

《성을 차지하고있는데 아직은…》

가까운데서 포탄이 터지며 성가퀴를 후려갈겼다. 거기에 놀란 의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아래로 뛰여내려왔다. 그때 주용규가 허리에 찼던 칼을 빼들고 한달음에 달려와 금방 파편에 줘맞은 성가퀴에 우뚝 섰다.

금시 포탄이 날아올상싶은데 시뻘건 융복자락이 기치마냥 펄럭이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나이의 영용한 기상인가 뢰성이 울린다.

《의병들, 우리가 죽을 곳은 여기밖에 다른 곳은 없다. 죽음이 두려워 내 나라의 살점과도 같은 이 성을 섬오랑캐에게 내주겠는가.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이기거늘 사생결단의 의지로 왜놈을 쳐죽이자.》

《와.》하는 함성속에 창검을 높이 들어 호응한 의병들이 배로 커진 담력과 용기로 성을 지켜섰다.

그 모습을 감복속에 지켜보던 린석이 춘영에게 물었다.

《녀자들과 아이들은 성밖으로 내보내야 하겠소. 사람을 낼수 없겠소?》

《선봉대가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동원합시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백산의 선봉부대를 전투에 진입시키지 않았던것이다. 그는 즉시 돌아섰다.

그때까지 백산은 부대와 함께 창의대장의 예비대로 신별관앞마당에 대기하고있었다. 놈들의 주공방향과 전투의 긴박성에 따라 부대가 투입될것이였다.

그는 완전무장을 갖춘 부대의 앞에 서서 오락가락하고있었다. 어깨에는 항시 떨어지지 않는 보총이 굳건히 지워져있었다. 드디여 결전의 시각이 왔다. 이때를 기다려 얼마나 많은 날들과 피땀을 바치여왔던가. 이제 싸움이 터지면 의병들모두가 성난 호랑이처럼 달려나갈것이다.

그러나 싸움은 전혀 예견치 않게 진행되였다. 부대는 예비대로 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상상속에나 그려보던 포탄이란것이 날아와 주변에 떨어지는것이다.

지심을 흔드는 거창한 폭음과 함께 땅이 우르르 떨었다. 놀란 의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저기로 피신하느라 경황들이 없었다.

그러나 백산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나온 싸움경험이 포탄이 터질 때에는 오히려 한자리에 지켜앉는것이 더 유리하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다시 슬금슬금 모여왔다. 결국 그들은 달아나자고 해서가 아니라 당황하여 갈피를 잡지 못했던것이다. 선봉부대는 포사격이 다 지날 때까지 신별관앞 늘어진 버드나무숲아래에 까딱없이 앉아있었다.

그때 느닷없이 미영이 나타났다.

《선봉장님, 도와주세요. 사람들이 죽어가고있어요.》

그가 발을 동동 구르며 하소를 했다. 다시는 백산과 만나지 말기로 된 미영이였다.

《비키시오. 여기는 전장이요.》

《도와달라잖아요. 저 시장거리에 숱한 사람들이 죽어가고있어요.》

《물러가라는데. 우린 그런데 눈팔새가 없소.》

《그렇게도 인정이 없어요? 사람들이 죽어도 상관이 없다는거예요?》

《싸움은 인정으로 하는게 아니요. 인정에 무르면 눈물밖에 쥐여짤게 없소.》

《뭐라구요? 흥, 정있는 사람의 마음은 바위보다 굳다고 했어요.》

《군령이 없이는 설사 죽는대도 난 이 자리를 뜰수 없단 말이요. 이 이상 더 요구하면 누구든 용서치 않겠소.》

그 서슬에 야속한 눈빛으로 대항하던 미영이 어쩔수 없는듯 발길을 돌려 달려갔다.

린석이 거기에 도착한것은 바로 그무렵이였다. 그는 방금까지도 포탄이 작렬하던 자리에 끄떡없이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그들을 보자 마음이 든든했다.

《군사를 동원하여 아이들과 녀자들을 성밖으로 내보내야 하겠소. 시체들도 거두고… 싸움이 일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하겠소.》

그가 설명했다. 좀전에 미영이 와서 했던 부탁이다. 그러나 그는 지체없이 부대를 출동하여 주민구역들로 갈라보내고 자기는 장거리로 달려갔다. 그 넓은 시장마당에 벌써 산 사람은 하나도 없고 여기저기 쓰러진 시체들과 떨어져나간 살점들, 피자욱들이 사방에 널려져있었다.

《개새끼들, 야만의 종자들…》

의병들이 분노에 치를 떨며 시체들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그때 장마당 한모퉁이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몇명의 로인들과 녀자들이였다.

《무슨 사람들이요? 빨리 피하시오.》

백산이 소리치며 달려갔다. 그러나 그들은 피하는것이 아니라 마주 달려와 저마다 시체를 거두는것이였다. 문득 그속에서 미영의 모습도 보였다.

질적한 피자욱이 확연한 들것채가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왜 왔어요, 그렇게도 매정한 사람이?》

미영이 백산을 보자 팩 하고 내쏘았다.

《성밖으로 피하시오. 이건 대장님의 명령이요.》

《마음에 없는 일을 하려면 저나 가라요.》

미영이 이렇게 말하며 다른 녀자와 함께 들것을 들고 시장밖으로 사라졌다.

백산은 뒤따랐다. 거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의병들이 그들을 성밖으로 몰아가고있었다. 벌써 한무리 사람들이 북문쪽에 모여있었다. 그 무리는 더욱더 커졌다.

그때였다. 멀리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미영이 달려갔다. 그는 성문을 열려고 하는 파수군을 막아서 열지 못하게 하고는 재빨리 문루로 향하는 계단으로 뛰여올랐다.

《여러분, 아주먼네들, 가지 맙시다. 가선 안돼요.》

서로 아우성치며 성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미영을 바라보았다.

백산도 보았다. 머리에 썼던 수건을 한껏 뒤로 제끼고 하늘거리는 머리칼을 바람에 날리는 그의 얼굴은 홍조로 물들어있었다. 모여선 군중을 둘러보는 그 눈동자에서는 마주 비치는 해빛이 섬광처럼 번쩍이며 빛을 뿌리고있었다.

《여러분네들, 이제 곧 싸움이 터집니다. 왜놈들이 쳐들어옵니다. 남정들이 왜놈들과 싸우는데 녀자들만 달아나겠습니까. 함께 싸웁시다. 우리도 성을 지킵시다!》

《지킵시다. 우리도 함께 싸우자요.》

《싸우자요. 성을 내줘선 안돼요.》

처음의 놀랍고 당황했던 기분에 여기까지 밀려왔던 녀성들이 다시 와 하고 돌아섰다. 밀려가는 녀인들의 뒤를 따라선 미영이 백산의 앞을 지나갔다. 그러나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것이 백산의 가슴을 짜릿하게 자극했다. 그가 생각을 잘했다. 어디서 그런 궁냥과 용기가 생겨났을가.

그에 대한 믿음이 또다시 자라올랐다. 하면서도 그를 가까이 할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찌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다시 부대가 신별관앞마당에 집결했다.

포사격이 멎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정적이 새로운 류혈의 격전을 몰아오며 웅웅 소리치고있었다.

그때 이다찌중좌는 남산의 우거진 소나무숲속에 올라 망원경으로 성안을 살피고있었다.

거기에서는 충주성이 거대한 고리처럼 둥그렇고 넙적하게 내려다보인다. 더구나 망원경의 시야에서는 포탄 하나하나의 작렬과정과 그에 맞아 사람이 죽고 집들이 불타는 모습을 코앞에서처럼 볼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무기장사군으로 가장한 야마무라를 통하여 성안의 형편을 손금보듯 알고있다. 지금 그가 바라는것은 포사격에 놀란 사람들이 성밖으로 달아나거나 흰기를 들고 항복을 해오는것이였다. 이것은 그가 죽으나사나 해야만 할 일이였다.

얼마전에 스스로 《토벌대》대장이 되여 충주로 내려왔다가 며칠만에 쫓겨 서울로 올라간 그가 조선주둔 일본군사령관 소에지마소장으로부터 호된 추궁을 받게 된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자체가 조선강점의 일선에서 일대 공훈을 세울것을 한생의 꿈으로 간직해온 이다찌에게 커다란 타격이 아닐수 없는것이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포사격을 퍼부어도 성안에서는 이렇다할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수십채의 건물이 불타고 사람들이 죽었으나 어느쪽으로도 도망치는 사람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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