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회)

제 2 장

불타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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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록치마에 분홍저고리감이였다.

이제는 매 사람의 얼굴에 한결같은 미소가 어리였다. 물건들이 값진데도 있지만 누구도 빼놓지 않고 골고루 선물을 마련한 그 마음에 감동돼서였다. 린석이만은 아직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긴장해있었다. 여기에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는가 하는 그나름의 의심때문이였다.

그러는데 홍정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장님, 한가지 더 말씀드릴것이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한 일본사람을 알게 되였는데 그가 신식보총 한자루를 기증했습니다. 문제는 그뿐만아니라 그를 통하면 많은 무기와 총탄을 구할수 있다는 그것입니다.》

《총과 총탄을…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데?》

《장사군입니다. 순수 장사밖에 모릅니다. 지금 같이 왔는데 당장이라도 만나볼수 있습니다.》

린석이 다시금 긴장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성을 지키자면 그런 총이 있었으면 했는데 제발로 굴러왔다니 이것을 믿어야 할것인가, 말아야 할것인가.

미처 결심도 내리기 전에 대문칸에 붙잡혀있던 사람 하나가 벌름거리며 다가왔다. 하고는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꼭지달린 도리우찌를 벗어들고 안경알을 번뜩이며 마루우에 대고 수십번을 갑삭갑삭 절을 했다. 순수 왜놈이 분명했다.

《야마무라라고 합니다. 본토로 드나들며 장사를 하는데 물론 오래전에 조선정부에 등록된 사람입니다.》

의외에도 류창한 조선말로 엮어댔다. 자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선에 와있어서 조선에 대하여 잘 안다는것, 일본의 조선강점을 반대한다는것, 이번에 충주성싸움소식을 듣고 달려왔는데 힘껏 돕겠다는것 등을 렬거하면서 자기를 꼭 믿어달라는 당부를 하였다. 하면서 그때까지 어깨에 메고있던 보총 한자루를 벗어내놓았다.

《저의 성의로 기증하는것입니다. 힘이 부족하여 지금은 보잘것없는것을 내놓지만 본전만 내시면 제가 이런 총과 총탄은 얼마든지 보장할수 있습니다.》

그가 내민 보총이 뜰우의 여기저기로 돌다가 린석의 앞까지 왔다. 그러나 린석은 받지 않았다. 어딘가 미심쩍은 생각에서였다. 이자가 왜 이런 놀음을 하는것일가, 장사군이라면 제 장사나 착실히 할것이지 제놈이 준 총으로 제 족속을 쏘라는것인가.…

이런 의문이 떠오를만 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 간사한 왜놈들은 조선침략의 발판이 생길 때마다 쩍하면 《기증》놀음을 벌리군 했던것이다. 저 병자(1876)년의 《강화도조약》체결당시에는 그 무슨 《축하》를 한답시고 두문의 회선문포와 포탄 2천발, 경진(1880)년에는 하나부사놈이 조선주재 일본공사로 파견되여오며 몇정의 무기를 그리고 임오(1882)년에는 왕세자의 관례식때에 소증기선 1척과 산포두문을 《례물》이란 명목으로 《기증》하였다. 놈들이 그때 무슨 목적에서 그따위 기증놀음을 자주 벌리였는가 하는것은 그후 조선침략과정이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다면 이놈에게도 무슨 작간이 있지 않는가.

《그 총 하나에 값이 얼마인가?》

마침내 린석이 물었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야마무라가 허리를 숙였다.

《예,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본국에서 이 총 하나를 만드는데 소 두마리값이 든다고 합니다. 총탄 하나에는 닭이 한마리값이 들구요. 그렇다고 제가 어떻게 그 값을 다 받겠습니까. 본전만이면 됩니다. 시가로는 절반값이죠.》

모든 장사군들은 오직 자기가 제일 청렴한체 한다. 그 값이 비싼지 눅은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또 총자체도 쓸것인지 못쓸것인지도 모른다.

문득 김백산의 생각이 떠올랐다.

《가서 선봉장을 불러오게.》

그가 말하자 전령이 총알같이 뛰여나갔다. 잠시후에는 백산이 도착하여 총을 검열하고 쏴보기까지 하였는데 제법 소리가 요란하였다.

《쓸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겉보기처럼 새것은 아닙니다.》

백산이 새로 도색을 하여 반들거리는 총을 마루우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소리에 야마무라가 대번에 비굴해졌다.

《그렇지요. 군품이 공장에서 곧바로 나오지 않는 이상 새것일리 있습니까. 이것만 해도 군영에 알려지는 날에는 저의 목이 뎅겅 합니다.》

《그런데도 무기장사를 한다. 당신네 족속들이야 절 위해서라면 낳아키운 부모도 내다버리지 않소.》

《그건 저, 돈때문이지요. 사람이야 원체 돈의 벌레가 아닙니까. 돈을 버는데야 언제 죽고 사는걸 가릴새가 없지요, 예. 헤헤…》

《흥, 그런데도 본전만 받는다. 거 생긴걸 봐선 그리 좀상스럽지 않구려. 왜놈바지도 바진 바지라는건가.》

《와, 하하…》

순간 선화당을 깨칠듯 한 통쾌한 웃음소리가 대청안을 진감하는데 얼굴이 해쓱해진 야마무라가 속곳 벗기운 얼간이마냥 당황망조해서 돌아가며 연신 굽신댄다.

《에또, 조금씩, 조금씩은 먹습니다. 손해나는 일은 할수 없으니까요.》

백산은 그에 아무 응대도 않고 도로 나가려고 하였다. 그러는데 린석이 그를 불러세웠다.

《이 총은 자네가 건사하게. 우리에겐 총 한자루가 귀하거던. 그리고 자네가 정식이네랑 총에 대한 교섭을 맡아하게. 당장 얼마나 필요하겠나?》

《많을수록 좋겠지만 당장 총을 쏠수 있는 사람은 사오십명 됩니다. 그에 따른 총탄도 있어야 하구요.》

린석이 안승우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만한 자금이 있느냐 하는것이였다.

승우가 눈을 껌벅이며 속구구를 했다. 사실 최근에 도안의 적지 않은 부호들과 량반관료들한테서 원금이 들어오고 빼앗아낸것도 있어서 일정하게 마련된 자금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총과 바꾸자면 얼마나 되겠는지 타산이 잘 서지 않아 한참이나 꿈지락거리였다.

《한 이삼십정어치나 되겠는지. 탄약에 대해선 더 알수 없습니다.》

《서른정을 구하도록 하게, 그것도 최단기간에.》

린석이 결론을 내렸다. 다음의 일은 전부 백산에게 맡겨진셈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것은 그때부터 알려졌다. 우선 싸움이 일기 전 단 며칠어간에 무기를 해결한다는것 자체부터 어려웠고 돈을 언제 주고받느냐 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았다. 총자체가 절대적인 통제품으로서 충주까지 무사히 도착시키는것이 간단치않을것이다. 저쪽에서는 돈을 가지고와야 총을 빼내올수 있다고 하는데 백산이쪽에서는 총이 도착해야 돈을 내놓겠다고 했다. 론의끝에 홍정식이네 패들이 반값이라도 가지고가야 흥정할수 있다고 하여 승우가 동의했는데 백산은 그것마저 부정했다.

《돈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지는데 자네가 왜 막아나서는가. 당장 싸움이 터질 판에 이게 무슨 꼴인가?》

야마무라가 킁킁 코웃음을 치는데 화가 난 홍정식이네들이 돌아앉아 술만 마시는것을 보고 승우가 백산에게 들이댔다.

그러나 백산의 자세는 여전히 배포유했다.

《저는 그 왜놈을 믿을수 없습니다. 총을 가져온 다음에 봅시다.》

《싸움이 끝나고 우리가 다 망한 다음에? 왜놈도 사람나름이지 그야말로 돈밖에 모르는 장사군이 아닌가. 돈을 위해서 사지판을 넘나드는 사람이란 말이야.》

《진실로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면 어떻게 해서든지 총을 가져옵니다. 여기에 돈구멍이 있다는것을 아는 이상에는 참지 못합니다.》

여전히 제 생각을 주장한다.

승우는 린석을 찾아갔다.

《대장님은 왜 이 일을 선봉장 한사람에게만 맡기는것입니까. 나는 그의 오만한 행위에 끌려다니며 돈을 내놓고 안 내놓고 하는 일을 할수 없습니다.》

《우리들가운데 그만큼 총을 아는 사람이 없지 않나?》

《이것은 총에 대한 문제만이 아닙니다. 사람에 대한 문제이지요. 홍정식이네들이 우리를 믿고 다시 찾아왔고 그만큼 성의를 보였는데 이제 그들을 차버려야 합니까. 왜인은 그렇다치더라도…》

《그밖의 다른 말은 할게 없나?》

《상사람들한테 일을 맡기면 인차 오만하고 방자해져서 쓰지 못합니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의병대에 상하의 분별도 례의범절도 다 없어지고말것입니다.》

《규률에 복종하게. 그건 다 차후에 론해야 할 일들이네.》

린석이 대답하고 씽하니 그를 피해갔다. 그 이상 말을 번지면 백산과 미영의 문제가 터져나올것인데 린석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요즘 그들이 더 자주 만나 총을 배운다, 제식동작을 익힌다 하는 말들이 있다. 이제 승우가 그것을 걸고들자고 할것인데 그냥 틀고앉아 그 지청구를 받아주고싶지 않았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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