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2 장

불타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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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렇게 완성이 되였을 때 리춘영이들이 눈물을 머금고 수십통 복사하여 전국에 띄워보냈다.

충주성이 의병들에 의해 점령되였다. 친일분자 김규식이 의병들에게 잡혀죽었다. 장차 서울을 점거하고 왜놈대장과 담판까지 벌리게 된다.…

소문은 군과 군, 도와 도의 지경을 넘어 8도 수백개 고을로 불같이 번져나갔다.

소문만이 아니였다. 전국의 곳곳에서 의병들이 벌떼처럼 일어난것이다. 남으로는 저 광주와 좌주, 장성, 부산으로부터 북으로는 의주와 벽동, 초산, 삼수, 리원을 포함하여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였다. 원산이나 부산과 같이 일제의 주요거점들에 대한 대담한 공격작전도 시도되였다.

특히 서울주변은 가평, 양평, 리천, 려주, 안성 등지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남으로써 동남북방향으로 의병들의 포위속에 들게 되였다. 이러한 기운을 타고 여러 의병들의 련합으로 이루어진 2천여명의 의병들은 남한산성을 점거하고 직접 서울을 위협하였다. 과연 온 나라는 의병들의 활무대로 왜놈들과 대격전을 치를수 있는 무장력으로 준비를 갖추어가고있었다.

이러한 속에서 누구보다 바쁜 사람은 류린석창의대장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면담을 요구했고 서한과 축사를 보내왔으며 원병을 청하였다. 린석은 그 모든것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말로써만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했다.

선화당대뜰에 의병장들이 다시 모여앉았다. 의병대의 앞으로의 활동을 토의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린석이 말했다. 제천의병대는 전국에서 일어나고있는 모든 의병부대들의 거울로서 응당 모범이 되여야 한다. 그러자면 충주를 든든히 타고앉아 도를 통제하며 주변의 여러 도들에도 영향을 주어야 한다.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가까운 도들을 지원하여 영향을 확대함으로써 장차 모든 도들을 차지하게 할것이다.

이를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충주를 끝까지 고수하는것이다. 따라서 충주에 사석의 제천의병대, 김백선의 선봉대, 서상렬의 유격부대를 남겨두어 방어를 맡아하도록 한다. 리직신과 리범직, 리린영의 부대들은 안동과 문경, 원주에 나가 각기 고을들을 차지하고 활동범위를 넓혀나갈것이다. 기타 여러 부대들은 충청도 각지에 나가 활동을 벌릴것인바 적들이 충주에로 기여들지 못하도록 하는것을 기본임무로 한다.…

계획을 발표하고 의견을 물었다. 반대가 없고 모두가 좋다고 하였다.

그런데 서상렬이 한참만에 손을 들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창의대장님, 그렇게 할것이 아닙니다. 지금 중요한것은 충주의 고수가 아니라 서울로 쳐들어가는것입니다. 그렇게 방향을 바꾸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전혀 예상치 않던 일이였다. 린석이하 모든 사람이 놀랐다. 그러나 상렬은 굽히지 않고 자기 주장을 확고히 내놓았다.

서울은 왜놈들이 둥지를 틀고있는 본거지일뿐아니라 나라를 파는 역적들과 간신들의 소굴이다. 그 근본을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 가도 나라의 근본병집을 고칠수 없다.

지금 서울주변에서는 의병들이 창궐하고 특히는 남한산성을 차지한 의병들이 서울공격준비를 하고있다. 남한산성은 서울과 칠팔십리밖에 떨어져있지 않는 곳으로서 국가의 중요한 낟알저장고이며 수많은 무기와 화약들이 보관되여있는 곳이다. 이제 우리가 주력을 몰고가 그들과 합세하고 주변의병들까지 힘을 합치면 서울점령은 문제가 아니다.…

몇몇 의병장들이 자세를 바꾸어 그의 의견을 지지해나섰다. 그러나 린석은 힘껏 도리머리를 했다.

《서울은 임금이 있고 정부가 있는 곳이요. 우리가 그곳을 바라고 공격해간다면 그자체가 나라를 반대하고 임금을 배반하는것으로 되오.》

《우리는 서울을 치는것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적을 치자는것입니다. 이것이 반역행위로 될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서울로 들어가는자체가 군사를 동원하는 일이고 그렇게 되면 나라에서도 자연히 군사를 동원할것인데 그렇게 되면 터져나오는 류혈의 사태를 어떻게 막겠소?》

《우리의 적이 왜놈이고 역적들 몇놈뿐인데 왜 류혈을 절대화하는것입니까. 설사 류혈이 터진다 해도 우리가 총칼을 들고나설 때 그것을 두려워했습니까. 류혈과 위험을 동반하지 않는 싸움은 있을수조차 없습니다.》

그가 미처 어쩔새없이 거퍼 들이댔다. 린석이 난감한 기색으로 좌중을 둘러보는데 이번에는 백산이까지 나섰다.

《갑오란때에도 전봉준대장님은 애초부터 서울공격을 계획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주화의때 농민군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고 하기때문에 서울을 포기하고 전주까지 내주었습니다. 후에 다시 궐기하였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그때 전봉준록두장군은 처음기세로 서울로 쳐들어가지 못한것을 천추의 한으로 여겼습니다. 제 생각도 지금의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가 이렇게 말해서 문제가 자못 심각해졌다.

그러나 대부분 의병장들은 아직도 린석의 의견을 따르고있었다. 역시 서울공격은 그자체가 위험천만한 반역행위일뿐아니라 력량상으로도 어림없다는것이였다. 그들의 말을 듣고 린석이 다시 말했다.

《경암(서상렬의 호), 다시 생각해보라구. 임금의 신하이며 자식인 우리가 어떻게 임금을 향하여 총칼을 휘두른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임금께서 누구보다 고심이 많다는것을 우리가 모르지 않지 않는가?》

곱씹듯 거듭되는 그 말속에는 어떻게 하나 상렬을 자기 수중에서 떼내지 않으려는 린석의 갸륵한 뜻도 담겨져있었다. 그러나 그때에도 상렬의 자세는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격조를 높였다.

《임금도 저 하나를 위한 임금이 아니라 만백성을 위한 임금입니다. 어떻게 저 하나를 위하여 나라를 팔며 만백성을 외적에게 떠맡길수 있습니까. 설사 자신은 죽어도 백성은 버리지 말아야 하며 선대임금들앞에 죄짓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가 비록 왕이기는 하지만 선대임금들이 물려준 조상의 나라를 그 혼자서 좌지우지할수 없습니다.》

그 말에 린석이 깜짝 놀라 중지시키고 엄하게 눈짓을 했다. 임금에 대하여 그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된다는것이였다. 그리고는 저녁에 그를 따로 불러 다시 만났다.

《나는 자네가 나라님에 대하여 함부로 욕하는것을 참을수 없네. 지금 우리 임금처럼 고심이 많고 피해를 많이 입은 사람이 어디 있나. 욕을 하기 전에 그를 잘 받들지 못한 자신부터 탓해야지.》

《예로부터 임금이 성스러우면 때맞는 바람이 불고 임금이 몽매하면 때아닌 바람이 분다고 하였습니다. 하다면 지금의 이 역경을 누가 몰아왔습니까. 임금자신이 그 몽매하고 암둔한 명성황후와 한짝이 되여 외적을 끌어들이고 그자신까지 죽게 하는 환난을 초래하지 않았습니까. 력사에는 임금이나 신하의 말 한마디로 나라를 얻고 잃는 일들이 허다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임금께서는 왜놈들에게 그처럼 치욕을 당하고서도 왜 말 한마디 바로하지 못합니까. 그런 임금도 임금이라고 싸고돌면서 하고싶은 말도 못해야 합니까. 신하는 바른말로 임금을 충고할 의무가 없습니까?》

가도록 어성을 높이고 론조도 확고해지는 상렬이다.

린석이 자기의 충군에 대한 인식으로 그를 리해시켜 함께 있으려고 하였지만 이제 와서는 그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왕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이 그들을 어느때인가는 충돌에로 이끌어갈수 있다는것이였다. 그것을 깨달은 그는 이미 그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 이제부터 어쩔터인가?》

그가 묻자 상렬이 이미 계획하고있었던듯 자기 생각을 서슴없이 터쳐놓았다.

《지금 남한산성에 있는 2천명 의병대의 대장이 박준영이란 사람인데 저도 잘 압니다. 그 부대에 합세하여 기어코 서울공격에 참가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하여 나라의 화근인 섬오랑캐놈들과 역적패당을 말끔히 들어내렵니다.》

그것이 상렬을 놓쳐버린다는 아쉽고도 분한 마음을 어느 정도 덜어주었다. 그의 말대로 나라의 화근을 가실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기어코 가겠단 말이지. 성공할수 있겠나?》

그가 이름할수 없는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상렬은 대답대신 무겁게 숙였던 고개를 들며 문득 옛시 한수를 읊었다.

 

역수 저문 날에 찬바람 무삼일고

격축비가에 장사일거 불부환이라

 

린석은 놀랐다. 그가 과연 비장한 각오를 하고있다는것을 이제야 새삼스레 깨달았던것이다.

그 시의 내용은 간단하다. 바람이 소슬히 부는 역수의 물이 차다. 원쑤칠 비장한 노래부르며 장사 한번 가면 오지 않으리라.…

《자네가 가고말고 하는건 더 말하지 않겠네. 그러나…》

린석이 역시 어딘가 비분한 마음을 금치 못하며 입을 열었다.

《선봉장만은 데리고가지 말게. 그만은 여기서 떠나서 안될 사람이야. 물론 자네도 꼭 있어야 하겠지만…》

《대장님, 그가 가고 안 가고 하는 문제를 왜 저한테 말씀하십니까. 그야 본인의 의사에 따를것이지요.》

그가 예상외로 성근히 나왔다. 그것이 린석을 은근히 놀라게 하였다.

평시에 그는 상렬과 백산이 남달리 가깝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이번에도 백산이 상렬에 대한 지지를 명백히 표시했다. 그만큼 사전의논이라도 있으려니 했는데 백산의 의사에 따를것이라고 한다.

그는 급히 백산의 부대쪽으로 갔다. 하다가 고쳐생각하고 선화당으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마치 정사를 볼 때처럼 교의에 틀고앉아 미영을 불러들였다. 성안에 들어와 창의소성원들에게 식사를 보장하느라 바삐 돌아가는 미영이였다. 그가 잠시후 무릎을 꿇고 린석의 앞에 나타났다.

《큰아버지, 부르시였습니까?》

시작부터 응석섞인 목소리다. 원래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자고 우정 대뜰로 부른것인데 이 계집애는 그런것도 가리지 않는것이다. 저도 모르게 부리자고 하던 위엄이 가셔지고 목소리조차 유해졌다.

《너 요새 선봉장을 만나군 하냐?》

《무어라구요? 그건 왜 물으시나요?》

《만나군 하지? 총이랑 배우면서…》

《그야 어쩌다… 언제 짬이나 주어요. 밤낮 부엌에 매여 옴짝도 못해요.》

린석은 그것이 아버지 안승우에 대한 불만인줄 안다. 원래는 선봉대에 가겠다고 하던것을 창의소로 옮기는 조건에서 의병대에 받는것을 승인한 승우였던것이다. 그런데 미영은 지금 그나마도 시간을 내주지 않아 백산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를 원망해서 말하고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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