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 회)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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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부대는 스무날전에 진옥이가 부상을 입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을 간신히 헤쳐나가던 남호두의 동쪽등판을 두마장거리로 바라보며 경박호의 대안을 따라 북쪽으로 행군하고있었다.

한흥권이 진옥이와 리별을 하던 남호두의 남쪽등판을 부대는 하루전에 지나왔다. 진옥이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떠났던 김택근네는 스무날만에야 부대를 만났다. 그동안 그들이 겪은 고생은 말할수 없었다. 스무날동안 찾아헤맨 귀틀막동네들과 산판들과 포수막들은 헤일수 없었으며 수림과 골짜기며 진펄과 오솔길들은 얼마나 되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새 한사람은 부상을 입고 동지들의 등에 업혀다니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르렀다.

가지고 떠난 식량과 총탄은 떨어진지 오래였고 가시밭 험지들을 헤치느라고 군복들은 찢어져 너덜너덜해졌다. 그들은 할수 있는 노력을 다하였고 찾아다닐만한곳은 다 다녔으나 진옥이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하고서는 돌아올수 없었다. 장군님께서 파견하신 통신원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도 그 모양으로 정처없이 찾아헤매고 있었을것이다.

진옥이는 다시 찾아오지 못할 사람으로 인정되였다. 한흥권은 마음속으로 영원한 고별을 하였으며 부상병마차에 실려있는 진옥의 배낭속에서 그를 위해 간수해야 할 물건들을 간수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이 일을 두고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으시였다. 꼭 몇마디 말씀이 있음직한 한흥권을 대하시고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시였다. 다만 김택근이를 향해 부상병마차에 실려있는 진옥의 배낭을 버리지 말고 잘 간수하라고 이르시였다.

그리하여 한흥권은 그이께서 지금토록 진옥이에 대한 미련을 아주 버리지 못하시였으며 은근히 희망을 품고계신다는것을 알았을뿐이였다. 아마 진옥의 생사에 대한 확실한 소식이 알려지기전에는 수년세월이 지나가도 장군님의 그 심정은 변하지 않으리라는것을 그는 알았다.

진옥이의 일만 아니라면 이때의 장군님의 심정은 얼마나 후련하셨으랴!

녕안현과 액목현의 경계에서 몇차례 전투를 벌려 적의 《토벌》거점들을 답새기고 돌아온 원정부대의 기세는 전에없이 높았다. 우선 부대의 력량이 배로 자라났고 유격대원들은 사기가 부쩍 높아졌으며 군마들과 마차들도 늘고 그 모진 북만의 혹한도 능히 이겨낼만큼 외투며 모자며 신발에 이르기까지 군복갖춤새가 그쯘하게 되였다.

끝없는 전투와 행군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승리한 전장의 마을들과 산판들에서 군중정치사업을 벌리고 충분한 휴식도 하였다. 이리하여 한달전 팔도하자와 이도하자사이의 골짜기들에 몰려들었던 적《토벌대》무력이 자동차니 마차니 도보행군이니 하면서 있는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액목현초입의 마록구등판에 쓸어내리고있을즈음해서는 힘과 담력을 키운 씩씩한 원정부대가 녕안종심부로의 진군을 개시하고있었다.

때는 1934년 11월하순이였다.

팔도하자에 있는 주보중의 밀영은 한적할만치 조용하였다. 한때 산판과 골짜기를 가득히 뒤덮고 도로와 여울목까지도 겹겹이 에워싸고있던놈들의 《토벌대》는 사라졌다. 놈들은 원정부대를 따라 액목현과 마록구의 등판으로 홍수처럼 밀려내렸으며 팔도하자일대의 파출소와 산림경찰대들까지도 총출동명령을 받고 《토벌대》들의 뒤를 따라간지 오래였다.

밀영에서 병치료를 하는 한편 유격부대의 군정학습과 군사교련을 지도하고있는 주보중은 북만땅의 칼바람을 헤가르며 간고한 원정행군을 계속하고있을 원정부대에 대한 걱정으로 하여 남모르는 고민을 하고있었다.

주보중은 하루 세끼 입에 떠넣는 음식이 단줄 몰랐으며 두툼하게 양초를 깔고 그우에 곰가죽을 펴서 부근부근하게 만들어놓은 잠자리조차 편한줄 몰랐다.

어떻게 하면 원정부대가 홀로 겪고있는 시련을 조금이라도 덜어줄수 있을가? 어떻게 하면 장군님 한몸을 향해 쏟아지는 그 막대한 수고와 부담을 조금이라도 갈라 질수 있을가? …

이즈음의 주보중의 머리는 이 한가지 생각으로 복잡하였다.

주보중은 참모장에게 한개 소대를 데리고 남호두일대에 나가 경찰관파출소나 자위단병영 같은것을 들이쳐서 원정부대에 쏠리는 적의 력량을 분산시키라고 하였다.

그리고 며칠후에는 그자신도 몇명 안되는 경위소대를 데리고 행군을 시작하였다. 행군도중에 그는 앞서나간 소대가 경찰관파출소를 치고 적의 추격을 받아 남호두동쪽으로 십여마장 떨어진 산판에서 포위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보중은 지체없이 장군님께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통신원을 띄우는 한편 경위소대를 이끌고 포위진속을 뚫고들어갔다.

주보중은 한개 소대를 데리고 적의 기본공격집단이 진을 친 동쪽 골짜기를 막고 참모장은 다른 한개 소대로 서쪽 릉선을 차단하였으며 그중 공격화력이 약한 강기슭의 바위너설쪽을 부상자들이 막고있었다.

가렬처절한 전투가 옹근 하루동안 계속되였다. 주보중의 옆에서 소대장이 전사하고 참모장은 팔에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들은 시각마다 늘어나고있었다. 주보중은 부대의 운명이 경각에 다달았다는것을 똑똑히 굽어보고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출로가 없었다. 한사람의 유격대원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길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주보중은 생각하였다.

치렬한 전투가 이틀째 계속되고있던 날 갑자기 적의 기본공격집단이 밀려오고있는 동쪽방어계선에서 유격대원들의 환호성이 울려왔다. 방금 강기슭의 바위너설쪽에서 정황이 위급해졌다는 보고를 받고 그쪽으로 달려갔던 주보중은 넋없이 돌따서서 소대의 방어계선으로 달음쳐갔다.

방금까지 적의 공격서렬이 우글거리던 골짜기아래로 난데없는 기마부대가 달려들어 적을 족쳐대고있는것이였다. 눈덮인 골짜기의 펑퍼짐한 버덩우에는 적의 시체가 누렇게 깔렸는데 살아남은 적들은 개미떼처럼 이리저리 몰리며 기마대의 된타격에 삼대쓰러지듯하고있었다.

릉선쪽으로 달려들던 적들도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골짜기의 정황이 급변하는것을 본 적들은 유격대가 배후에 나타나 타격하고있다는것을 눈치채고 갈팡질팡하였다.

《동만유격대가 나타났소. 김일성동지께서 오셨소! 여기로 그이께서 오셨단말이요!》

주보중은 끓어오르는 감격을 금할수 없어 목이 터지게 부르짖으며 일제사격의 선풍으로 적을 요정내라고 웨쳤다. 바위너설쪽에서 기관총이 울부짖고 보총의 집중사격이 가해졌다. 혼비백산한 적들은 뒤걸음치기 시작하였다. 릉선쪽에서도 골짜기버덩에서도 일제히 퇴각하는 적들을 바라보던 유격대원들이 승리의 환호성을 터쳐올렸다. 죽음의 나락에서 구원된 사람들은 너무 기뻐 얼싸안고 돌아갔다.

주보중은 골짜기버덩에서 최후의 백병전을 벌리고있는 기마대를 지원하기 위하여 중대를 돌격에로 일떠세웠다.

《유격대원동무들, 한놈의 원쑤도 살려보내지 말라, 돌격앞으로!》

주보중은 중대의 방어구역이 다 들리도록 우렁찬 목소리로 웨치면서 싸창을 높이 들고 달려나갔다. 유격대원들은 여기저기 흙범벅이 된 눈더미와 짓이겨진 나무숲속에서 뛰여일어나 순식간에 주보중을 뒤떨구고 골짜기로 밀려내려갔다.

주보중이 불편한 몸으로 전장에 다달았을 때는 이미 전투는 마지막고비에 이르러 패주하는 몇놈의 적들이 기마대의 추격을 받고있었다.

주보중은 목갑총을 움켜쥔 손을 후들후들 떨면서 하늘에서 떨어져내린것같은 기마대를 넋없이 바라보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디 계신가?)

주보중은 이곳저곳으로 눈을 돌려 장군님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장군님의 모습은 쉽사리 눈에 띠우지 않았다. 그러나 기어이 장군님을 찾아뵈워야 하겠다는 욕망으로 전장의 이곳저곳을 그냥 더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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