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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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은 발볌발볌 발을 옮겨 안방으로 내려갔다. 비록 벽을 짚으면서 들어선 걸음이기는 하나 진옥이를 보자 백송로는 깜짝 놀라 입을 하 벌렸다.

그때 진옥이가 앞에 다가앉으며 조용히 말을 시작하였다.

아버님, 죄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저는 아버님께서 빼앗긴 내 나라와 짓밟힌 내 겨레를 그토록 슬퍼하고 동정하시는분이시기에 제 힘껏 현경이를 도와주는것이 아버님의 뜻에도 유익한 일이라고 믿었으며 유격대원의 본분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백송로는 무겁게 내리드리운 눈덕이 천근무게로 느껴지는듯 이마에 깊은 주름을 짓고 살거죽을 움찔움찔하면서 가까스로 진옥을 마주보았다. 역시 진옥이라는 이 녀성은 자기가 미닫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의 지나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양이나 지식정도가 상당한데 놀랐던것처럼 이번에도 처녀의 의젓한 행실에 은근히 감복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보니 내가 참 공연한 일을 가지고 걱정했던가보오. 이후에는 이애의 일로 내가 다시 마음을 쓰지 않고 이 한동삼을 편히 넘기고서 해춘이 된 다음에 넉넉히 길을 떠나보내겠소. 그러니 거기서도 딴 생각 말구 병을 완치하기에 전력을 기울여주오. 내 보기엔 한 반년은 여기서 병구완을 받아야 할것 같은데 그때쯤 되면 아마 이 북만땅의 소요는 즘즉해지리라고 생각되오.》

아버님, 그건 무엇을 념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아직도 혈색이 채 회복되지 못한 진옥의 파리한 얼굴에 한줄기 긴장이 떠올랐다.

《다름이 아니라 저 동만에서 들어온 유격대가 한 반년이 지나면 흑룡강넘어 쏘만국경으로 넘어가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하는 소리요. 내 요즘 밖에 나가 소문을 듣자니까 파출소에 다니는 경찰 하나가 촌장에게 대고 이르는 말이 지금 동만에서 들어온 유격대를 토벌하자고 사방에서 일만군경이 새까맣게 밀려들고있다고 하더라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재작년 이 만주땅에서 독립군의 마지막 부대들과 구국군의 숱한 병사들이 전멸을 당하던 때처럼 이 북만땅에서 또다시 내 겨레의 아까운 선혈이 쏟아지겠구나 하는 슬픈 생각이 머리를 쳐들더란말이요.》

《예―》

진옥은 말꼬리를 끌며 한쪽무릎우에 조용히 두손을 포개여얹었다.

《그래서 아버님은 따님을 상해로 보내시려는겁니까?》

백송로는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상해방면에 한때 나하구 독립운동을 함께 하던 친지들이 몇사람 있기에 저 애의 장래를 그분들께 부탁해보자는거라오. 나야 이제 성쌓고 남은 돌이지만 딸애의 장래만이라도 좀 틔워주어야 할게 아니겠소?》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상해쪽에 독립운동자들의 활로가 좀 열렸답니까?》

백송로는 가볍게 이마살을 찌프리고 손을 내저었다.

《세상일이 그렇게야 되겠소만 막부득한 처지에서 그렇게라도 할수밖에 없는 일이요. 지금은 이십만이다 삼십만이다 떠드는 관동군이 앞으로는 곧 오십만이나 백만으로 늘어날수가 있고 송화강에서 흑룡강에 이르는 만주전역에서 독립운동자들에 대한 소탕전이 벌어질것이 뻔하지 않소. 그 일은 벌써 동만땅에서 무섭게 벌어졌고 북만땅에서도 시작되고있다오. 우리 딸애가 녕안땅에 도착하고 보니까 숱한 마병들이 기차에서 군마들을 끌어내리고있더랍디다. 녕안땅은 이제 곧 왜군의 토벌중심지가 되고말거요. 그러니 백번 날고기는 용사라도 만주에서의 활약은 앞으로 한두해를 더 끌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드오. 그렇다면 만주의 반일운동자들은 그 활로를 어디로 찾는단말인가? 공산주의자들은 흑룡강을 건너서 쏘련으로 건너가면 될것이지만 민족주의자들은 정견이 다른 까닭에 쏘련으로 갈수가 없소. 길은 오직 하나인데 중국대륙으로 흘러들어가는것뿐이지요. 그래서 난 우리 딸애를 그쪽에 보내서 자리나 잡게 하고 장차로는 나도 그쪽 방면으로 나가볼가 생각하고있던중이요.》

백지장처럼 한모양으로 창백하기만 하던 진옥의 얼굴에 불그레한 반점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진옥은 무척 흥분한것 같았으나 일단 입을 열었을 때에는 너무나 침착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아버님께서는 유격대가 왜놈의 〈토벌〉을 견뎌내지 못하면 쏘만국경을 넘어 로씨야로 갈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원정부대는 로씨야로 가려고 생각하고있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로씨야를 침략하려는 왜놈들의 기도를 꺾어놓을 작정을 하고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유격대가 왜놈들의 로씨야침략을 막아나선단말이요?》

《보통상식으로는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세상형편은 반드시 그렇게 됩니다. 놈들의 배후를 상시적으로 위협하는 유격대의 세력이 크게 형성되면 왜놈들이 아무리 로씨야를 삼키고싶어도 그렇게 못합니다.》

백송로는 알릴락말락 드러내기 시작하던 불만의 기색을 내놓고 표현하였다.

《내 말이 과할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동만유격대가 왜놈의 토벌을 이겨내지 못해 북만에 왔다고 생각하고있소. 한때 독립군들도 그랬고 반일부대들과 구국군부대들도 그랬댔소. 동만땅에서 견뎌내기 힘들면 로야령넘어 북만땅에 피신을 왔었단말이요. 유격대라고 그렇게 못할 까닭은 없는것이기에 그걸 걸고들자는것은 아니지만 무슨 힘으로 왜놈의 로씨야침략까지를 막아나선단말이요?》

백송로의 마지막 말마디는 제법 격한 음조를 띠고 방안에 지렁지렁 울렸다.

진옥은 지친듯이 눈을 내리깔고 벽에 등을 기대였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려 턱밑에 구슬처럼 맺혔다. 진옥은 땀을 훔칠념도 못하고 숨가쁘게 가슴을 들먹거리며 한쪽으로 천천히 기울어지는 몸을 다잡으려고 애썼다.

백송로는 이야기고 뭐고 당장 집어치우고 진옥이부터 자리에 눕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현경이도 아버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있었던 모양으로 진옥이를 부축하여 골방으로 들어가려고 냉큼 자리에서 뛰여일어났다.

《아버지, 제혼자 힘으로는 안되겠어요. 아버님도 한쪽을 부축해주세요.》

《응, 그러마, 어서 그러자.》

백송로가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고 하는데 진옥이가 얼핏 눈을 떴다. 진옥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는듯한 느낌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아버님은 이제 우리 동만유격대가 왜놈의 〈토벌〉을 피해 북만으로 왔다고 했었지요?》

방금 눈을 감고 쓰러질듯이 노그라져가던 사람같지 않게 진옥은 맑은 눈에 영채도는 빛을 담고 또박또박 따져묻는것이였다. 백송로는 대답대신에 반쯤 일으켰던 몸을 털썩 방바닥에 주저앉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검질긴 손에 단단히 붙잡혀 신고를 겪는듯한 느낌이 불쑥 일어났다.

진옥은 말을 계속하였다.

아버님, 우리 원정부대는 결코 놈들의 〈토벌〉을 피해 동만땅을 떠난것이 아닙니다.

장군님께서 원정부대를 친히 이끄시고 북만에 오신것은 이곳의 혁명가들이 장군님께 북만의 일을 도와달라고 서신을 날리고 사람을 띄우고 한데다 이 북만땅을 동만땅과 같이 혁명지대로 전변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 장군님에 대한 혁명가들의 존경과 흠모는 대단합니다. 한생을 고스란히 조선독립운동에 바쳐오신 아버님께서 다른것은 모르시더라도 이런 사실만은 잘 알아두셔야 합니다. …》

진옥은 갑자기 옆구리가 저리고 숨이 가빠와 중도에서 말을 멈추었다. 진옥의 얼굴에는 참으로 불안하고 당황해하는 기색이 나타났다. 자기 가슴속의 말을 채 털어놓지 못하고 의식을 잃기라도 하면 어찌나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속을 아프게 누비고 지나간것이였다. 진옥은 한손으로 부상처를 지그시 누르고 조금 낮은 목소리로 서두르면서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장군님께서는 로야령을 넘어 북만땅에 들어서시는 길로 횡도하자부근부락에서 적의 큰 〈토벌대〉를 족치고 이어 이도하자와 팔도하자일대에서 적들을 무리로 쓸어눕혔으며 원정부대의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달려오는놈들이 미처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남호두일경으로 빠져나오셨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지금 유격대의 뒤를 따르는 놈들을 끌고다니면서 실컷 족치고나서 녕안의 중심부로 되돌아가 적의 〈토벌〉본거지들을 일망타진해버리실 작정을 하고계십니다.

이렇게 되면 세상형편이 과연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진옥은 백송로의 의향을 들어보려고 잠간 말을 멈추었으나 스스로도 격해지는 마음에 내처 말을 이었다.

《이렇게 되면 녕안지구의 왜놈〈토벌〉세력은 지리멸렬되고 인민들의 혁명기세는 불길처럼 솟아오를것이며 이 과정에 유격대원들은 성장하고 녕안지구의 반일무장력은 단합될것이며 유격대오에 참군하는 애국청년들의 수도 늘어날것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두만강연안의 유격구들에 몰려든 적들이 북만으로 쏠리게 될것이므로 두만강연안의 국경지대에서 혁명활동을 줄기차게 벌릴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게 됩니다. 그렇기때문에 장군님께서는 우리가 북만원정을 떠나는 목적은 북만의 혁명가들과 유격부대들을 현지에서 잘 도와 이 지대의 혁명운동을 줄기차게 발전시킬수 있는 조건들을 마련하는 동시에 동만의 유격구들을 보위하고 국경일대에서의 혁명운동을 가일층 발전시켜 머지 않아 조국으로 진군할 발판을 마련하는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진옥이는 또다시 말을 멈추었다.

이제는 머리속이 욱신거려 똑똑한 정신으로 말을 이어낼수 없었다. 잠시라도 숨을 돌려야 하였다. 진옥은 벽에 머리를 기대였다. 입안이 화끈거리고 목구멍이 조여들어 저도 모르게 기침이 터져나왔다.

진옥은 허리를 까부리고 기침을 하였다. 한번씩 기침을 깇을 때마다 부상처에서는 말할수 없는 동통이 일어났다. 진옥은 입술을 깨물고도 연방 신음소리를 질렀다.

백송로는 혀를 끌끌 찼다. 너무도 처절한 모습이 눈앞에서 꿈틀거리고있는것이다. 동정이 생기고 다른 한편은 공포가 일어났다. 그 공포는 진옥이의 신상에 무슨 일이 없을가 하는 불안한 위구인 동시에 그러한 몸으로도 그냥 무엇인가를 부르짖고 완강히 버티려 하는 무서운 의지가 빚어내는 두려움이였다.

그는 황망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서둘렀다.

《내 편찮은 사람을 앉혀놓고 너무 많은 말을 시켜 안됐소. 현경아, 얼른 부축해다 자리에 뉘여라.》

진옥은 가까스로 기침을 멈추고 머리를 들었다. 땀난 이마에 앞으로 쏟아진 머리카락이 코언저리까지 내리덮여있고 그 머리카락사이로 피발선 눈이 백송로를 지켜보고있었다.

그 눈길과 마주치는 순간 백송로는 가슴이 덜컥하였다. 그 눈에는 황망히 자리에서 일어난 늙은이를 그냥 무엇으론가 놀러앉히려는 완강한 모대김이 꿈틀거렸다.

백송로는 진옥의 얼굴에서 눈을 돌리려고 부절히 애쓰면서 경황없는 말로 중얼거렸다.

《승산없는 말씨름질이요. 이런 론쟁이 도대체 누구한테 필요하단말이요?》

《론쟁이 아니라… 아버님, 제가 할말을 다 못했을뿐이예요. 저의 말을 마저 들으시고…》

진옥은 마치 졸음에 몰린 사람같이 가슴앞으로 머리를 떨구었다가는 다시 고개를 쳐든다. 그렇게 수없이 반복되는 고개짓은 시시각각 노그라지는 육체와 그것을 버티려는 의지와의 처절한 싸움을 빚어내고있었다.

백송로는 기가 찼다. 오도가도 못하고 붙잡혀있는 딱한 사람의 처지를 분명히 체험하였다. 운신을 못하는 사람은 진옥이고 자기는 오륙이 성성한 사람이지만 힘은 진옥이편에 있고 진옥이편에서 줄곧 자기를 위압하는 기세를 내뿜고있는것이다.

더구나 현경이가 옆에서 자기들을 지켜본다. 딸의 눈망울에 어린 복잡한 사념의 빛은 두 사상과 두 의지의 공간에서 갈팡거리는 당황함의 반영일것이다. 미상불 현경의 가슴속에 진옥이가 가꾸어심은 어떤 싹이 벌써 기다랗게 자라 잎을 너펄거리고있으리라는것도 백송로는 잘 알았다. 그러므로 백송로는 딸을 다잡기 위해서, 그 애의 장래만이라도 동란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진옥의 말을 막아야 하겠다고 굳이 마음다졌다.

《부탁컨대 오늘 이후로는 이런 말을 다시 하지 맙시다. 지금까지 들어둔 말로도 충분하니 더 이상 피차간에 립장을 따분하게 만들수 있는 말을 그만두자는거요. 내 륙십평생 독립운동으로 늙어오다가 오늘은 딸한테 여생을 의탁할 처지가 되였으나 땅속에 묻힌들 어찌 넋이야 쉽사리 버릴수 있단말이요? 력대로 독립운동이요, 반일운동이요 하는것들을 내 제눈으로 수없이 보고 겪기도 하면서 고목이 된 몸이지만 이 늙은이한테서 재산이라고 할만한거야 그것밖에 있겠소. 한창 독립운동이 성행할 때에는 당장 나라의 광복을 이룩할것 같았지. 그때에야 처자권속을 버리는 슬품인들 슬픔으로 생각한줄 아오? 그만한 희망이나마 없었던들 한번 왔다가면 다시 오지 않는 인생이 고달프기만 해서 살아오지 못했을거요. 그러나 한때의 열혈사상과 운동이라는게 지내놓고보면 다 그렇구 그런것이였소. 그러니 내 말을 섭섭하게 생각말고 재삼 당부하는데 이제부터는 병치료에만 전념해주길 바라오. 우리 현경이한테는 제 갈길이 따로 있으니 참견 말구말이요. 내 이래도 의리만은 저버릴 사람이 아니므로 현경이를 떠나보낸 후에도 유격대원이 병을 털고 일어서는걸 보고서야 여기를 뜨려오.》

백송로는 코마루를 찡그리며 주름살을 떨더니 큼직한 눈망울에 눈물이 핑그르 감돌았다.

그 순간엔 어쩐지 진옥이도 목이 콱 메여올랐다.

오랜 독립지사의 심중에 첩첩히 드리운 고뇌도 리해되고 자기에 대한 불만이 눈물로 번져지는걸 보고는 늙은이의 말에 담겨있는 진정이 뜨겁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자 진옥은 이상하게 백송로의 말을 거역하지 못할것 같은 구슬픈 생각이 들면서 자신이 그지없이 가엾고 처량해보이였다.

인간세상의 온갖 세파를 겪을대로 겪은 이 늙은이의 눈으로 볼 때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진옥이라는 녀성이 도대체 어떤 존재일것인가? 한갖 자기손에 생명이 쥐여진 불쌍한 유격대원, 아니면 너무나도 청초한 아녀자에 불과할것이였다. 그리고 저 늙은이의 눈에 어린 눈물이라는것도 연약한 녀성의 몸으로 유격투쟁에 뛰여들었다가 중상을 입고 쓰러진 이 진옥이의 가련한 정상에 대한 동정이거나 혹은 그와 비슷한 어떤 쓰라린 인생추억이 빚어낸것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어떻게 몇마디의 말로 늙은이의 완고하게 굳어진 마음을 움직일수 있단말인가? 게다가 백송로는 아무런 울바자도 없이 칼바람을 맞고있는 이 시대의 어지러운 소요속으로 딸을 준비없이 무작정 떠나보내면서도 그것을 위험으로 느끼지 못하고있다.

진옥은 자기의 힘으로 백송로를 움직여내기 어려우리라는것을 다시금 생각하였다. 딸은 진옥에게 더없이 쓸쓸하고 허전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것은 동시에 자신의 힘과 능력에 대한 불만으로, 누를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번져져 진옥의 마음을 아프게 못질하였다. 진옥의 품에서는 불현듯 힘이 빠져버렸다. 지금까지 그의 마음속에서 완강하게 버티고 일어나 각일각 기울어져가는 몸을 다잡아주던 알수 없는 힘이 풀썩 꺼져내린것이였다. 그대신 이마가 욱신거리고 눈앞이 어지럽게 맴돌기 시작하였다. 진옥은 머리를 기대고 어떻게나 정신을 차리려고 모대겼으나 이미 기울어져가는 몸의 중심을 가누어낼 힘이 없었다. 진옥은 마치도 더운 열에 녹아내리는 눈무지처럼 소리없이 스르르 벽밑에 쓰러지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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