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회)

제 1 장

의병들은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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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먼저 놈들은 오랜 군벌출신이며 칼부림쟁이인 미우라놈을 조선주재일본공사로 파견하였다.

이놈은 조선에 온지 벌써 한달만에 수급졸개들을 불러다놓고 민비를 살해할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였다.

그때로부터 닷새가 지난 을미(1895)년 8월 19일(음력) 미우라놈의 직접적인 지시밑에 왜놈들은 저들의 수많은 군대와 경찰, 깡패무리들을 경복궁가까이에 집결시켰다. 한켠으로는 이미 정계에서 밀려나 은거생활을 하던 대원군을 궁중에 끌어들여 이전의 섭정을 다시 하도록 강박하였다. 한것은 그가 실지 정사에 나설것을 바라서가 아니라 민비를 죽여놓고 그 죄과를 넘겨씌우기 위한 술책에서였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놈들은 다음날 아침 묘시(5시)에 경복궁 남문인 광화문앞으로 일시에 달려들면서 총질을 가하였다. 궁을 지키던 훈련대의 일부 성원들이 맞불질을 하기 시작하여 총격전이 벌어지게 되였는데 놈들은 그 틈을 타서 사다리를 타고 담을 넘어 민비의 침실인 곤녕전으로 달려갔다.

그때 시위련대장이였던 홍계훈은 자정이 훨씬 넘었을 때 자기 명령없이 훈련대가 출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때에야 놈들에게 무슨 흉계가 있다고 짐작한 그는 대원들을 이끌고 성의 동쪽문인 건춘문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벌써 수십명의 왜놈들이 지켜서고있었다. 홍계훈은 《우리가 무엇때문에 그들을 두려워하겠는가. 절대로 저놈들을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놈들을 향해 맞받아나갔다.

마주오던 왜놈장교 하나가 먼저 칼을 빼들자 홍계훈도 같이 칼을 빼들었다. 바로 그 순간 왜놈병졸이 방아쇠를 당겼다. 뒤이어 련속되는 총소리와 함께 홍계훈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렇게 놈들은 무자비하게 사격을 가하여 앞을 막아서는 사람마다 쓸어눕히였다. 이렇게 곤녕전에 기여든 놈들은 민비가 잠들었던 옥호루에 달려들어 《민비를 내놓으라!》고 호통치며 함께 자던 궁녀들의 머리태를 거머쥐고 무작정 창문밖으로 집어던졌다.

밖에서 기다리던 민비를 모르는 놈들은 그가 누구이건 민비라고 짐작되는 녀자이면 무작정 칼로 배와 가슴을 찌르고 허비여 피와 내장이 쏟아져내려 죽게 하였다.

때를 같이하여 란간으로 뛰여오른 궁내부대신 리경식이 두손을 쳐들고 놈들을 가로막아나섰다.

그러나 왜놈들은 이번에도 야수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스즈끼라고 하는 왜놈장교 하나가 다른 두놈과 함께 리경식에게 달려들어 칼을 휘둘러댔던것이다. 결국은 그도 들었던 팔을 허공에서 잘리운채 그자리에 쓰러지고말았다.

마침내 민비를 찾아낸 놈들은 그의 머리태를 감아쥐고 방바닥에 멨다친 다음 가슴에 뛰여올라 구두발로 쾅쾅 내리밟고 목을 지리눌렀다. 순간에 눈알이 뒤집혀지고 혀가 빼물어지며 사지가 늘어졌다.

그래도 무엇이 부족했는지 놈들은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배와 가슴을 칼로 란도질하고 내장을 허벼냈다. 그것을 끌고 후원의 숲속에 가서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렇게 형체마저 없어진 시체를 이번에는 가까운 못속에 집어던지는 귀축같은 만행을 감행하였다. …

이렇게 하여 이 나라의 상징으로 신성시되여오던 왕궁은 두번째로 왜놈들의 침습을 당하고 황후마저 살해당하는 원한과 치욕의 장소로 되고말았다. 이것은 단순히 황후가 살해당했다는 중대사건일뿐아니라 조선민족과 국가정부에 대한 무참한 유린이며 교살행위였다.

하기에 다음날 아침 각국 공사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해 미우라놈에게 진상규명을 요구해나섰다. 바로 이때라고 생각한 미우라놈은 미리 짜놓은 각본에 따라 그것은 민비와 대원군사이의 권력싸움의 결과라느니, 자기 나라 군대는 시위대와 훈련대사이의 충돌때문에 불가피하게 출동했다느니 하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하고는 뒤가 켕기여 이틀후에 미우라놈을 본국으로 빼돌리고 나머지 48명의 관계자들도 모두 제 나라로 불러다 그 무슨 《재판》놀음끝에 《무죄》를 선포해버리고말았다. 그뿐만아니라 내적으로는 저들의 치떨리는 살인만행이 《애국심》에서 나온것이며 조선을 도와주기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였다고까지 춰주는 놀음을 벌렸다.

바로 이것이 왜놈이라는것이다. 악착하다거나 교활하다거나 파렴치하다거나 하는 그 어떤 말마디로도 다 표현할수 없는 인간이하의 야수성, 저렬성, 무지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짐승의 무리라고밖에 달리 말할수 없는것이다.…

이야기가 끝났다. 그러나 방안은 쥐죽은듯 고요했다. 사방에서 고콜불만 활활 타오르는데 린석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빛들은 더욱 빛나고 얼굴들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잠시후 조용하던 방 한가운데서 누군가 불쑥 일어섰다. 하고는 밑도 끝도 없이 들이댔다.

《총대장님, 빨리 제천으로 갑시다. 우린 왜 아직도 여기서 꾸물거리고있습니까?》

어딘가 낯이 익고 목소리도 귀에 익었다.

생각이 났다. 아까 낮에 보았던 아버지를 잃은 젊은이였다. 그가 끝내 집에 가지 않았는가.

《여러분네들, 다들 들었지요?》

그가 이번에는 의병들을 향하여 좌우로 팔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왜놈들이란 바로 그런 놈들입니다. 싸워야 합니다. 나라가 있고서야 나도 있고 부모형제도 있습니다. 저놈들을 쳐부시기 전에는 절대로 집에 가지 않겠습니다. 왜놈들과 싸웁시다.》

《싸우자, 왜놈들을 쳐부시자!》

《국모의 원쑤를 갚자!》

《결사의 각오를 안고 왜놈들과 싸우자!》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방에서 함성이 터져올랐다. 넓은 방안은 순간에 불덩이마냥 왜놈들에 대한 증오의 도가니로 변하였다.

린석도 가슴이 달아올랐다. 자기의 말이 이처럼 사람들의 충격을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것이다.

이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가지고서야 무슨 싸움인들 못하겠는가.

끓어오르는 격정을 금치 못하면서 린석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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