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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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강에 둥지를 틀고앉아 북만지구의 《토벌》무력들을 총괄지휘하고있는 핫또리는 이날 저녁 7시경에 목단강의 이름있는 한 료리점에서 저녁을 먹다가 녕안경찰서장이 다급하게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내용인즉
녕안경찰서장은 현지에 직접 파견하여 유격대의 동정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온 산림경찰대의 보고를 전하면서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른 기동작전을 벌린다면 큰 성과를 거둘수 있을것이라고 흥분하여 떠들었다.
핫또리의 식탁에는 독립수비대장 고이찌 아끼히로중좌와 녕안지구《토벌》대장 가라시마 쥰이찌소좌가 앉아있었다.
송수화기를 움켜잡고 식탁모서리에 상반신을 엇비듬히 젖히고 앉은 핫또리는 흥분으로 하여 아래턱을 후들후들 떨었다. 동만원정부대가 팔도하자와 이도하자의 좁은 계곡에서 빠질 틈을 주지 않고 포위환을 둘러치려고 사방에서 《토벌대》들을 비상출동시키고있는판인데 어느새 남호두밀영으로 빠져나가 군중포섭공작을 벌리고있단말인가?
핫또리는 몇시간전에 녕안읍에서 남호두밀영으로 빠지는 도로상에서 마차수송대가 어떤 무장대의 습격을 받아 십여명의 호송병이 죽고 다섯대의 마차가 불에 탔다는 비상통보를 받았을 때에도 그것이 유격대의 소행이라고는 짐작하면서도 원정부대의 기본력량은 팔도하자의 어느 계곡에 웅거하고있을것으로 타산하고있었는데 지금보니 그 타산부터가 아주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핫또리는 자기가 그토록 밤낮을 뜬눈으로 밝히며 《토벌대》들을 때려몰아 팔도하자와 이도하자의 산판들과 골짜기, 도로와 강안 여울목들을 죄다 봉쇄하고 개미 한마리 놓칠세라 물샐틈없는 포위환을 좁혀나가리라 벼르고벼르던 타산이 너무도 쉽사리 허물어진것에 머리가 휘둘릴지경이였다.
핫또리는 미처 료리상을 물릴사이도 없이 고이찌중좌와 가라시마소좌를 상대로 긴급 작전을 토의하였다. 그리하여 이날밤 9시전으로 핫또리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 내용에 의하면 팔도하자와 이도하자에 이미 도착하였거나 행군중에 있는 모든 부대들은 남호두방향으로 목표를 돌려 추격전을 벌리며 남호두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기따무라대위의 일만혼성부대와 독립수비대 경박호분견대 산하 아오끼기마중대는 서로 합심하여 원정부대가 머무르고있는 노루목촌을 기습하되 전투지휘는 녕안지구《토벌대》대장 가라시마소좌가 직접 맡아한다는것이였다.
핫또리의 긴급명령을 받은 장교들이 부랴부랴 현지로 떠나가는데 가라시마소좌는 고이찌중좌의 승용차편으로 남호두를 향해 달렸다. 그는 로상에서 기따무라의 일만혼성부대와 아오끼의 기마중대를 돌려세워가지고 이튿날 오후에는 노루목촌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토벌대》의 공격서렬이 부락에 채 이르기도전에 여울목량쪽대안에서 유격대의 질풍같은 집중사격을 받아 부대의 거의 전부를 잃고 황황히 도주하는 참극을 빚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