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5 회)

제 7 장

6

 

쌍엽비행기가 황막한 광야의 비행장에 먼지구름을 길게 피워올리며 착륙하였다.

비행기에서는 여러명의 고위장교들과 양복차림의 풍채좋은 로인이 내렸다.

그들은 두만강연안의 광활한 지역에 대한 정찰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다. 무엇을 봤는지 모두 분개한 얼굴표정들이다.

활주로에 마중나온 장교들속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양복쟁이는 누군가?》

《쉿! 구니모도선생이네.》

《누구라구?》

《우리 사령부에서… 말하자면 반공전략의 수립자지.》

《호-》

장교들속에 서있는 사또 요시나리는 코밑수염을 옴지락거리며 눈알이 꼿꼿해져서 구니모도를 바라보았다. 사또는 두개골이 쫄아든듯 얼굴이 한줌에라도 들만하게 작아보이는데다가 해볕에 타서 새까만것이 이전의 싱싱한 인상이란 찾아보기 어렵게 되였다. 퇴색한 군복, 주글주글해진 가죽장화… 그의 얼굴에서는 전선장교특유의 반미치광이같은 신경질이 느껴졌다.

고위장교들의 뒤에 떨어져서 걸어오던 구니모도는 병색이 완연한 찌뿌둥한 얼굴을 장교들쪽에 돌렸다. 그는 장교들속에서 사또를 알아보고 머리를 의미심장하게 끄덕이였는데 그 순간 로인의 입가장자리에는 비양조의 미소가 언뜻 스쳤다. 그 표정은 이런 조롱의 뜻인것 같았다.

(흠, 자네 몰골을 보니 인간이란 철편이 아닌게 분명하군!)

별안간 난데없는 회오리바람이 비행장을 휩쓸었다. 하늘끝까지 피여오르는 황토색흙먼지구름이 활주로의 사람들도 삼켜버렸다.

비행기에서 내린 고위장교들과 마중나온 장교들은 바람을 등지고 돌아서서 대륙성기후의 변덕에 역증을 냈다.

이날 작전회의는 신경의 번화가인 대흥가에서 좀 떨어진 관동군사령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커다란 창문으로 오후의 해빛이 쨋쨋하게 쏟아져들어왔다. 책상들에 놓인 물병들에서 반사되는 해빛이 천장에 괴이하게 이그러진 무늬들을 얼른얼른 그리였다.

앞줄에 성글게 앉아있는 참모장과 고위장교들의 번대머리며 서리가 내린 머리칼, 견장의 별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번쩍거렸다.

사또는 해쓱해진 얼굴로 뒤쪽 창문곁에 앉아있었다.

참모장앞에 앉아있던 젊은 중좌가 일어나서 공산근거지에 대한 봉쇄 및 《토벌》작전총화와 정찰비행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수사학적인 치레가 없이 순 군사용어들로 엮어진 보고는 불과 20분도 못되여 끝났다.

공산근거지의 사태는 엄중하고 명백하였다.

황군의 봉쇄와 거듭되는 《토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인민혁명정부라고 명명하는 공산정부가 섰다. 광활한 지역이 그 정부의 통제하에 있으며 그 수를 추산할수 없는 수많은 주민들이 그 정부의 시책밑에서 괜찮은 생활을 영위하고있다. 그곳은 이제는 공산분자들이 할거하는 치안유지법밖의 지역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왕국으로 되였다. 국제공산당기관지 《공산국제》는 이 소식을 전세계에 전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아세아의 일각에 거연히 솟아오른 무산정권 정강을 발표. 미구에 일본침략군을 소탕하고 그 무단통치를 청산, 조국을 해방할 결심… 괴뢰국가안에 무산민중의 나라가 섰으니 이 희세의 사변은 세계만방을 뒤흔들고있다.》

공산유격대의 군사활동은 이 정부가 선 다음부터 새 단계에로 이전하였다.

그들은 이전의 소부대활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무력으로 황군의 군사요충지들을 공격하고있다. 쏘만국경의 동녕시에 대한 공격이 그 한 례이다.

제반 사실들은 황군의 봉쇄와 《토벌》작전에서 심중한 결점이 있었다는것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결점은 무엇이며 금후대책은 무엇인가?

결점은 황군의 봉쇄선에서 틈이 많았다는것, 《토벌》작전이 주요타격대상도 없이 모든 일선에 병력을 균등하게 널어놓은 상태에서 산만무질서하게 진행된것,(즉 병력을 집중리용하지 못한 점), 《토벌》군지휘부들이 일정한 전선을 형성하지 않고 유격전으로 접어드는 공산유격대와의 혼전에서 혼란에 빠져 주도권을 빼앗긴것, 작전수행담당자인 병사들이 산악지형에 익숙해지지 못한 점…

참모장이 보고를 듣다가 참을수 없는듯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의 맵짠 목소리가 채찍처럼 방안공기를 후려쳤다.

《닥쳐! 토벌작전을 시작한지 몇달인데 아직도 산악지형에 빙자하는가?》

방안공기는 선뜩 얼어붙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참모장은 얼굴을 홱 돌려 보고자를 무섭게 치떠보며 부르짖었다.

《년초에 룡정에서 있은 회의에서부터 너절하게 결심했다. 봉쇄… 봉쇄… 봉쇄만 하다말겠는가? 그 훌륭한 봉쇄속에서 공산정부가 서서 세상을 소란하게 만들고 군세를 뻗쳐 동녕을 공격했다. 쏘베트 로씨야를 견제하려던 황군군사요충지가 하루밤에 녹아났다. 우리한테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동녕이 불타는걸 보고 우쑤리강 저쪽에서는 원동군이 우라-우라-를 불렀다. 꼬빠끄춤을 췄어. 왕청전선에서는 누가 왔는가?》

사또가 눈을 칼끝처럼 번뜩이며 도전적으로 벌떡 뛰여일어났다.

그는 내리조기기만 하는 참모장에게 반발하고싶은 충동을 이겨낼수 없었던것이다.

뒤에 앉은 장교가 앞에서 잘 보이도록 좀더 나서라고 등을 떠밀었으나 그는 마루바닥에 박힌 쇠꼬챙이처럼 움직일줄 몰랐다.

뒤쪽에서 수군거리며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삼십키로네.》

《삼십키로? 저 친구넨가?》

《보기엔 숙맥이 아닌것 같은데…》

《쉿, 듣겠어.…》

사또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자기 아니면 자기네 부대에 대한 영예롭지 못한 별명이나 뒤소리가 이곳 사령부 장교들속에 돌아가고있다는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구니모도가 참모장에게 무엇인가 귀띔해주는것 같았으나 참모장은 듣는둥마는둥 하고 사또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귀관은 무슨 변명할 소리 있는가?》

《각하!》

참모장은 갑자기 비양조의 웃음을 띠였다.

《그래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있었소?》

《병사들이… 적지 않은 병사들이 거기 물이 맞지 않아 내내 배를 앓습니다. 수질검사에 의하면 연수가 아니라 경수라고 합니다. 조선인은 그 경수에 견디나 당분을 많이 섭취해온 우리는…》

《홧화화… 내장이 약하기때문이라… 내장이… 화화화…》

옆과 뒤쪽에서도 웃음소리들이 터졌다.

참모장은 눈물이 날 지경으로 너털웃음을 웃어대다가 팔굽을 앞으로 내짚고 흥미가 당기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본격적으로 조롱하기 시작했다.

《내 귀관에게 한가지 물어보겠소이다. 왕청전선에서는 어디에 주타격방향을 정하고 전쟁을 했소이까? 어디에?》

사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입술을 바들바들 떨었다.

《각하, 이건 주타격방향과 보조타격방향을 정해놓고 할수 있는 그러한 전쟁이 아닙니다.》

《허, 그렇소이까? 그럼 귀관은 공산유격대의 방어종심이 얼만지는 알았소이까?》

《종심이요? 그 종심에는 험한 산악과 원시림밖에 없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거기에 수염이 세발이나 되는 구국군두령들까지 손에 휘여잡은 청년장군이 앉아있는데… 귀관은 공산근거지에서 운동대회를 연건 알고있었소이까? 황군의 혼백이 뿌려진 그 땅에서 공산분자들이 공을 차고 테니스를 치며 희희락락할 때 귀관의 심경은 어떠했소이까?》

사또는 그에게 당장 달려들듯이 몸을 앞으로 숙일사하고 피발이 선 눈을 사납게 치떴다.

그의 입에서 폭언이 터져나오려는 그 순간 한가지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열려진 소창으로 참새 한마리가 날아들어 천장밑 전등갓을 건드리는가 하면 이 구석 저 구석에 가 부딪쳐 먼지를 뽀얗게 날렸다.

참모장은 쉬자는 말도 없이 벌떡 일어나서 복도로 나가버렸다. 그가 나가자 장교들은 일시에 뛰여일어나 새를 잡으려고 헤덤비며 뛰여올랐다. 그들은 걸상을 넘어뜨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가 하면 먼지털개와 비자루 등을 휘둘러대였다. 그러다가 서로 부딪쳐 엉덩방아를 찧는자들도 있었다.

사또는 창문곁에 팔짱을 끼고 서서 피발이 선 눈으로 그 몰골들을 바라보았다.

새를 잡겠다고 뛰여다니는것은 모두 사령부의 참모장교들이였다. 사령부에서 지도나 문서장들을 다루는 그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해맑고 색이 날지 않은 보위색군복을 멋들어지게 차려입었다.

그는 서무계원같은 그 몰골들에 혐오감이 울컥 치밀어올라 어금이를 으드득 갈았다.

그자들중의 어느놈에게나 트집을 걸어 군도를 빼들고싶은 충격에 가슴에서 불이 황황 일었다. 참모장교들도 그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던지 새를 쫓으면서도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였다.

얼마후 참새는 소창으로 호로록 날아나갔다.

방안에 먼지가 채 가라앉지 않았는데 얼굴이 갱핏한 중좌가 들어와 회의는 래일로 연기한다고 알리였다.

사또는 사령부나 숙소에 있고싶은 생각이 없어 거리로 나갔다.

해질무렵의 대흥가는 더욱 흥성거렸다. 울긋불굿한 간판들밑에서 물결치는 사람들, 화려한 포장마차들과 인력거들의 흐름, 가락맞게 울리는 말발굽소리와 채찍소리, 웃음소리, 노래소리…

사또에게는 일본풍과 만주풍이 얼룩덜룩 뒤섞여진 이 번화가의 저녁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향락과 타락, 온갖 략탈과 사기협잡행위에로 내달리는 무리들속을 곧바로 꿰질러 걸어나가는 그는 결투에라도 나가는듯 군도자루를 으스러지게 틀어잡고 앞만 쏘아보았다. 사령부에서 받은 모욕에 대한 화풀이로 어느놈이나 찍어넘기지 않고는 가슴이 가라앉을것 같지 않았다. 살이 허옇게 져서 굵기도 하고 빼빼말라 가늘기도 하고 주글주글하기도 한 행인들의 목에 눈길을 던질 때마다 그의 눈앞에서는 파도무늬가 령롱한 시퍼런 군도날이 휙 날아지나가는듯한 환각이 일군 하였다. 숙녀들이 종알거리며 마주 걸어오다가 그를 보더니 얼굴이 해쓱하게 질려 입을 싸쥐며 옆으로 비켜섰다.

사또가 그들을 쏘아보는데 화려한 포장마차 한대가 옆에 와 섰다. 마차문이 열리며 구니모도가 뛰여내려와 그를 다짜고짜로 마차에 끌어올렸다. 차창밖으로 울긋불굿한 간판들이 흐르고 이따금씩 청등, 홍등이 날아지나갔다.

구니모도는 그를 외딴 료정으로 끌고갔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색유리의 창문들에서 음침한 빛이 흘러나오는 중국식 2층집이였다.

현관문으로 들어서니 아래층의 방들에서 그릇들이 깨지는 소리, 사나이들의 미친듯한 야성, 계집들의 비명, 간드러진 웃음소리,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저급한 노래소리에 집이 떠나갈듯 하였다.

구니모도는 그 조야한 소리들에는 아랑곳없이 좁은 나무층계를 따라 그를 끌고 2층으로 곧바로 올라갔다.

조용한 특호실에서 푸짐한 술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구니모도와 사또는 서로 잔을 권하며 술을 마셨다.

구니모도는 감미로운 술맛에 흐뭇해져서 둘째손가락과 가운데손가락으로 반들반들 윤이 흐르는 이마를 가볍게 때리며 입을 다시였다.

그러나 사또는 회의에서 받은 모욕으로 가슴에서 울화가 끊어번지는데다가 취기까지 올라 불이 펄펄 이는듯 한 눈으로 그 반들반들한 이마를 쏘아보았다.

《각하, 지난겨울 룡정에서 조선쪽으로 나가며 마차로 눈벌판을 달리던 일이 생각납니까? 그때 각하는 구국군이 반드시 조선공산군을 치게 된다고 단언했습니다. 저는 그때 그 말씀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사태는 어떻게 뒤집혀졌습니까. 조선공산군과 구국군이 련합하여 동녕을 공격했기때문에 우리 황군은 대참패를 당했습니다. 오의성의 부대들에는 각하의 첩자들이 들어가있지 않았습니까?》

구니모도는 얼굴이 벌개져서 한숨을 내쉬였다.

《이제는 다 끝난 놀음이기때문에 터놓고 말하네만 첩자정도가 아니였어. 그자를 믿고 재정적지원을 아끼지 않은 우리가 잘못이였어.》

《사령부나 참모장은 공산유격대가 동녕을 공격할 때까지 뭘했답니까? 동녕이 어디 우리 왕청부대의 전역입니까?… 지난 8월 우리 조사반은 기마첨병을 선두로 산림속으로 십리평의 공산근거지에 접근해들어간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뜻밖의 풍경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시내물은 유유히 흐르고 수백평방키로메터의 넓은 전야에서는 조, 강냉이, 야채가 싱싱하게 자라고있었습니다. 학교마당에서는 아이들이 풍금소리에 맞춰 유희를 배우고있었습니다.… 그들은 근거지에 자기네 식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꾸려놓고있었습니다. 저희들이 력사에서 배운데 의하면 독특한 생활양식이나 문화를 창조해낸 종교나 사상은 몇차례의 군사적타격으로는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는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령부는 공산근거지에 대한 토벌전을 원시적신앙밖에 없는 마적에 대한 토벌처럼 생각합니다. 얼마나 전선현실에 어둡습니까? 얼마나 완고하고 고루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법입니까? 사령부의 사고방식을 고치기 전에는… 집행단위의 장교들이나 추궁해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사또!… 자네와 같은 수재형의 장교들이 망하는건 다… 다… 이때문이야. 집행단위에 있는자가 방략수립단위의 사고를 하는데 습관이 되면 락자없이… 락자없어.… 도꾜에서 총살당한 자네네 사꾸라가이(앵회)의 청년장교들이 둔물들이였던가? 나도 그들의 사상에 공명을 했고 또 지금은 그들의 뜻이 사꾸라처럼 활짝 피여 군부내각이 섰지만… 제국의 법은 그들을 총살했고 그들은 천황페하 만세를 부르며 죽었네. 제국의 체제에서는 별도리 없거던.… 자기 관등급에 맞게 사고를 제한하는 수양을 쌓아야 하네. 자네는 보고 느낀바를 나한테 적어보내게.…》

《각하…》 사또는 순종의 뜻으로 눈을 공손히 내리깔았다.

구니모도는 잔을 들어 쓴 술을 쭉 들이키고는 카- 하고 소리를 내며 입을 쩝쩝 다시였다.

《사또… 군은 참모장각하의 분격을 리해해야 되네.》

《분격은… 리해되지만 조롱만은 못 참겠습니다. 저한테서 자결을 바라는겝니까? 왜 조롱합니까?》

구니모도는 아연해진 눈으로 그를 건너다보았다.

《군은 아직… 모르던가?》

《예?》

《왜 조롱하는지 모르는가? 자네는 여기 사령부의 공기에 너무 둔감하군.… 이번 정찰비행에서 공산근거지의 방어종심이 삼십키로메터가 되나마나하다는것이 판명됐네. 이 삼십키로메터가 곧 참모장각하께 보고되여 무서운 분격을 터뜨렸네. 자네들은 반년나마 거기서 우물거리면서 그 삼십키로를 뚫지 못했거던. 웃음거리로 될수밖에… 나도 군이 조롱당하는게 기분이 좋지 못했네.》

사또는 그제야 회의장에서 자기가 불리여 일어났을 때 뒤에서 참모장교들이 수군거리며 키득거린 까닭을 알게 되였다. 그리고 여기에는 커다란 혼란과 심각한 인식상의 착오가 있는것 같으나 그것이 무엇인지 딱히 짚어 말할수 없었다. 그저 가슴속에서 울화가 끓어번지고 누구에게나 험담을 퍼붓고싶어졌다.

《삼십키로인지 아닌지 어느 자식이 자로 재봤답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냈습니까? 직선비행을 하는 쌍엽기의 속도에 시간을 승해서 알아냈겠지요? 산술적으로… 산술적으로…》

《사또… 군은 이때까지 자기앞에 있는 적의 방어종심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싸웠단 말인가?》

《왜 그런지 그게 큰 문제로 되지 않았습니다. 공산유격대는 전선을 형성하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불의에 무시로 달려들었기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혼전에 응해야 했습니다. 현지형편은 모르면서 누구를 함부로 조롱하다니… 사령부의 공기가 이런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기분이 썩 좋지 못해.… 그러나 크게 생각하고 리해해야 되네. 황군은 지금 상해사변을 계기로 대륙에로 침투하는 일방 외몽고를 들이치고 씨비리로 출정할 준비를 갖추고있네. 그런데 공산유격대의 대대적인 활동으로 배후가 교란당하고있네. 이런 교란상태를 뒤에 두고 대륙에로 진출할수 있는가? 래일 회의에서 동기에 일거의 대공세로써 공산근거지들을 소탕해버리기 위한 사령부계획이 발표될거네. 사또군, 자네가 선참으로 멸사봉공의 결의를 표명해주기 바라네.》

구니모도는 갑자기 배에 손을 가져가며 이마살을 찌프리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사또에게 이미 섬찍한 인상을 남긴 례의 그 복통이 발작하는 모양이였다.

그가 걱정하는 말을 하자 구니모도는 호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 입안에 알약을 털어넣으며 공연히 술을 입에 댔다고 중얼거렸다.

밖에서는 우렁찬 군가소리가 들려왔다. 쇠바퀴들이 굴러가는 소리에 창문들이 드릉드릉 울렸다.

사또는 비틀거리며 창문가로 다가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청등, 홍등이 즐비한 거리로 야포대대가 행진해가며 만주의 밤을 뒤흔들고 포마들우에 탄 병사들이 머리를 도고하게 쳐들고 기운차게 군가를 불렀으며 포병대의 앞에서는 일장기가 펄럭이였다. 물결처럼 흐르던 행인들이 량옆으로 갈라져 벽들에 붙어서며 귀를 틀어막는가 하면 용사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있었다.

구니모도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창밖을 내다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산해관쪽으로 가는 야포대댈세. 자네네가 빨리 승리해야 황군의 대륙공략이 앞당겨지네.》

《모든게 우리때문입니까?》

《허, 모욕감이 술에도 녹아버리지 않았는가? 여보게 모욕에 분발로 대답해주게.》

사또의 얼굴이 창백하게 이그러졌다.

포바퀴들이 굴러가는 소리에 대륙의 밤이 산산 부서져 날아나는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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