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0 회)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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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뒤에서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방안에까지 들려왔다.
방안공기가 긴장되였다.
복도의 창유리를 통하여 현관앞에 창억이와 동호가 키가 작달막한 청년을 붙잡고 서있는것이 내다보였다. 그 청년은 검은 덧저고리에 군복바지를 입었다.
《무슨 일이요?》
박태화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의 땀을 훔치고는 분격에 씨근거리며 보고하였다.
《저자가 글쎄 우리 숙소뒤 산기슭에 있는 상공당에서 수상하게 어물거리길래 가보니 글쎄… 제돌밑에 수류탄묶음을 밀어넣는게 아닙니까. 상공당이 폭파되면 인민들이 달려올게고… 그럼 혐의가 누구한테 덮씌워지겠습니까. 이건… 이건 담판을 파탄시키고 우리를 모해하려는 배신적책동입니다!》
《소리를 높이지 마오!》 하고
그 병사는 울상이 되여 부르짖었다.
《저는… 저는… 왜 상공당을 마스라는지 몰랐습니다. 그저… 그저… 마스라고 해서…》
어느사이에 뒤따라 나왔는지 오의성이 앞에 나서며 애숭이의 어깨를 와락 거머쥐였다.
《어느 부대냐? 누가 지시했냐? 똑바로 말해라!》
병사는 공포에 눈이 뒤집혀서 울음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령님!… 사령님!… 살려주십시오! 돈을 준다고 해서 그랬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그걸 대면 전… 전… 죽습니다.》
오사령은 그의 멱살을 와락 틀어잡아 부들부들 떠는 몸뚱이를 넝마처럼 쳐들어올렸다.
《내 손에 죽는건 무섭지 않구? 누가 지시했느냐?》
병사는 얼굴이 검푸르게 질려서 눈물을 뿌리며 부르짖었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전 외아들입니다. 고향에서 앓는 어머니가 기다립니다. 사령님!…》
《대라!…》
《고… 고참모가…》
《에익!》
오의성은 병사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병사는 땅에서 몇바퀴 딩굴다가 머리만 싸쥐고 죽은듯이 엎드려있었다.
오의성은 분을 참을수 없어 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고참모! 고참모! 네가 감히… 나를 움직여보자구? 네놈들 손탁에 놀 내가 아니다!》
《사령님, 진정을 하십시오. 거사를 이룩하자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길수 있는건데 진정을 하십시오.… 시켜서 그랬는데 저 병사는 살려주었으면 고맙겠습니다. 우리와 관련되여 여기서 피가 흐르는걸…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를 사절로 존중하신다면 삼가하여주십시오.》
오의성은 불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쓰러진 병사를 쏘아보다가 홱 돌아서 집무실쪽으로 들어가버렸다.
애숭이병사는 머리를 떨구고 흑흑 느껴울었다.
《고향은 어디요?》 하고
《목림입니다.》
《몇살인가?》
《열아홉살입니다.》
《이름은?…》
《하영이라고 부릅니다.》
병사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김사령님, 고맙습니다. 살려줘 고맙습니다.》
《열아홉살이면 적지 않은 나이인데 시킨다고 그런짓에 떠밀려다녀서야 되겠소? 그래도 집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이 나라를 찾자고 성스럽게 항일을 하는줄로 알겠는데… 우리는 구국군과 손을 잡고 왜놈들과 싸우자고 여기로 찾아왔는데 이런 일을 당하니 참 섭섭하오. 하영이… 하영이에게 그런짓을 시킨 사람들은 아주 나쁘오.》
애숭이병사는 입술을 오무리며 눈을 꼭 내리감았다. 그의 속눈섭에 구슬알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부대에 돌아가면 고참모라는 그 사람이 자기 이름을 댔다고 어쩌지 않을가?… 응? 우리가 어떻게 하면 도울수 있겠는지 알려주오.》
병사는 죄를 지은 자기 운명까지 걱정하여주시는
《김사령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참모가 때리긴 해도 죽이진 못합니다.… 서려장님과 채려장님이 결의형제를 무을 때… 두 려장님이 그 기념으로 서로 사마병을 바꽈 제가 사려장님한데서 채려장님한테로 왔습니다.… 의리를 파기하는거로 되기때문에 죽이진 못합니다.》
《아- 그렇소? 그럼 내 별일이 없도록 오사령님한테 잘 얘기해줄테니 우리 숙소에 가서 좀 쉬다가 부대로 돌아가오.》
그는 군복저고리의 단추들을 다 끌러놓고 가슴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고는 면구스러운 눈으로
《솔직히 말하면… 내 당장 고참모놈을 끌어다가 목을 쳐버리는게 도리이지만… 그렇게 못하니 량해하시오.… 그놈은 얼마전에 채려장의 부대에 기여든 놈인데… 채려장이 감정이 상하여 부대를 거느리고 떠나가버리면 우리 군은 다 허물어지고맙니다. 그 부대가 제일 크니까… 어허 참…》
《아, 그렇습니까?》
오의성은 시름겨운 한숨을 내쉬고는 문득 이렇게 물었다.
《리청천이라고 모릅니까?》
《왜 모르겠습니까. 그는 나와 구면입니다.》
리청천은 일본륙군사관학교를 중퇴하고 민족주의운동자들속에 끼여든 극단적인 반공분자였다. 그는 독립군안에서 령도권쟁탈을 위한 파쟁을 일삼아오다가 세상에 《흑하사변》으로 널리 알려진 류혈적인 참극을 빚어내여 전독립군을 괴멸시킨 장본인들중의 한사람이였다.
장군님께서는 길림에서 활동하실 때 3부통합을 위하여 그와도 얼마간 접촉하신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채려장네 부대에 배겨서 고문노릇을 하는데… 이건 몇 사람만 아는 비밀입니다. 그 사람이 온 다음부터 채려장은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채려장을 뒤에서 조종하는건 그 사람입니다. 상공당을 폭파하자는것도 그 사람 머리에서 짜냈을겝니다. 우리가 련합전선을 결성해도 그 사람네는 응하지 않을겝니다. 틀림없습니다.…》
《제가 채려장을 만나보면 어떻습니까?》
《
×
《독립군이 와해된 다음 숲속을 홀로 헤매던 리청천은 저 남호두에서 채려장네 부대로 찾아왔습니다. 그후 그의 전술적방조를 받으며 적과 접전하여 승리하고 기관총까지 로획했답니다. 계속되는 〈토벌〉에 쫓기는 신세이고 중무장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채려장에게는 그 기관총이 대단한게였던 모양입니다. 그후부터 저 채가는 리청천이를 신주처럼 모시고 다니는데… 채려장을 뒤에서 조종하는건 그 사람입니다.》
진한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