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 회)
제 7 장
1
(1)
하늘에서는 비를 머금은 시꺼먼 구름이 낮게 떠서 날아지나갔다. 낮이나 밤이나 라자구쪽의 등판과 골짜기, 벌판들에서는 구국군 기마병들이 조야한 함성과 휘파람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나와서 근거지의 동정을 살피는가 하면 로골적인 적의를 드러내고 인민들에게 이것저것 트집을 걸다가 사라지군 하였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나 라자구에서 날아온 소식이 아주 풍설이거나 과장된것이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에 갔다온 박훈의 보고는 그런 사람들의 마지막기대마저 뒤엎어놓았다.
리광이 희생된 후 유격대는 구국군의 행패로 하여 낮에는 행군조차 못하는 형편이 되였다.
박훈은 이러한 실태를 보고하면서
진한장은 일찌기 길림시절부터
지난날의 우여곡절많은 투쟁과 생활을 통하여 진한장의 인간됨을 깊이 알게 된
진한장은 편지에 이렇게 썼다.
《…채려장의 부대는 근거지에서 유격대가 언제든지 리광의 복수를 하기 위해 쳐들어올수 있다고 하면서 맞서싸울 태세를 취하는가 하면 근거지에 선제공격을 가할 기미도 보입니다. 사려장은 무모하게 날치는 그를 뒤에서 꾸짖으며 중립을 지키고 오사령은 자기의 동의없이 채려장이 그렇게 날치는데 대하여 불쾌하게 여기지만 그를 제지시키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리광동무까지 희생된 지금의 형편에서 저 하나의 힘으로 구국군과의 동맹문제를 해결하는것은 료원한 일로 되였습니다.
때문에 저는 위험한줄 알면서도 정의가 묵살되고 무지와 횡포가 란무하는 살벌한 땅으로 감히
리광은 사령부에 왔다가 라자구로 돌아가서 근거지에 선 인민혁명정부의 성격과 사명, 인민혁명정부가 실시하는 민주주의적개혁들과 시책들에 대하여 구국군병사들속에 널리 선전하는 한편 연극공연준비에 달라붙었다. 그러다가 동산호부대의 고참모로부터 련락을 받고 동산호부대와의 련합작전문제를 토의하려고 10여명의 대원들과 로흑산으로 떠났다. 그런데 동산호는 리광이네를 잘 대접하고는 모조리 학살하였다.
학살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 대원이 동산호가 고참모와 짜고서 자기들을 속였다고 통분하여 부르짖었다. 언제인가 리광을 반변모의에
끌어들이려고 했던 고참모가 그렇게 나왔다는 바람에 그것이 모략이였다는것을 알게 된
지휘관들과 대원들은 라자구로 쳐들어가 리광공작조의 원쑤를 갚자고 들고일어났으나
지금에 와서 그 일은 더는 미룰수 없는 초미의 문제로 나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