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3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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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렬행진을 끝낸 유격대와 반일자위대의 중대들은 운동장둘레에 일정한 사이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곧 아동단학교 어린이들의 유희가 시작되였다. 손에 손마다 꽃다발을 든 어린이들은 박현숙선생의 풍금소리에 맞추어 씩씩하게 걸어나오며 부채살모양으로 대형을 펴더니 운동장에 가득 현란한 해살무늬를 그리였다.

련이어 신기한 조화들이 일어났다. 대형은 힘찬 만세소리와 함께 늘어지며 조선지도를 그리는가 하면 활짝 피여난 꽃송이들로 운동장을 점점이 수놓았다.

사처에서 박수갈채와 환성이 터져올랐다.

아동단의 유희가 끝나자 달리기, 씨름, 왜놈때리기, 보물찾기 등 다채로운 종목의 경기들이 진행되여 웃음소리와 응원소리가 그칠사이 없었다.

축구시합이 시작되자 운동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끓어번졌다. 선수들보다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수고하는듯 하였다. 축구공이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날아갈 때마다 2중대와 3중대의 응원대들은 길길이 뛰여오르며 함성을 내지르고 꽹과리를 두드리고 북을 울리고 삼삼칠박수를 치고 야단법석들이였다. 구경군들도 자연히 두패로 갈라져서 죽을내기로 동쪽문을 차지한 2중대를 응원하는가 하면 서쪽문을 차지한 3중대를 편들어 벅적 떠들어댔다.

보금의 눈길은 처음에는 공만 따라다녔으나 시아버지가 창억이를 가리켜준 다음부터는 공은 버리고 남편의 움직임만 쫓아가며 바라보았다.

창억이는 자기에게로 공이 날아오면 왼쪽가녁으로 냅다 몰아가다가 어느사이 2중대 문대앞으로 번개같이 달려들어가는 마동호에게 차주군 하였다. 마동호는 그 공을 받아 몰아가다가는 갈범처럼 달려드는 2중대의 방어수들에게 걸리군 하였다. 때로는 발길에 채워 앞으로 거꾸러질번도 하고 미끄러져 딩굴기도 하였다.

보금의 코등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내돋았다.

갑자기 사방에서 환성이 터져올랐다. 마동호가 또다시 공을 몰고 2중대의 문대앞으로 준마처럼 달려들어가고있었다.

3중대의 응원대들이 몽땅 일어서서 껑충껑충 뛰여오르며 함성을 질렀다.

《동호-》

《마동무-》

《야-》

동호는 그 함성에 떠받들려 공을 안고 날아들어갔다. 뒤걸음질을 치던 2중대의 방어수가 무슨 마음을 먹었던지 총알같이 달려나와 동호와 부딪쳤다. 딱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어수는 땅에 곤두박혀 먼지구름속에서 딩굴고 동호는 공을 옆으로 홱 꺾어몰아 두번째로 날아드는 방어수를 피하여 지나갔다.

온 운동장이 들고일어나 와- 와- 소리질렀다. 마동호는 공을 몰아 문대앞으로 곧바로 달려들어갔다. 문지기는 몸을 도사리고 공을 향하여 날아들가 말가 하며 뒤걸음질쳤다. 이 위급한 찰나에 뜻밖에도 이상스러운 일이 생겼다. 동호가 문대 바로 앞에서 공을 멈춘것이다. 문지기는 웬일인지 배를 그러안고 맥없이 주저앉아버렸다.

그 순간에 동호는 공을 가볍게 걷어찼다. 공은 문지기의 머리우를 스쳐 문대안으로 서서히 날아들어갔다.

응원대는 물론 구경군들과 래빈석에서까지 자리를 차고 뛰여올라 환성을 질렀다. 운동장이 떠나갈듯 하였다. 그러나 이때 문지기를 둘러싸고 무엇인가 수군거리던 2중대의 선수들이 운동장복판으로 달려나오며 실점의 무효를 주장하는듯 손을 마구 흔들어대더니 심판에게로 달려가 왁작 떠들며 들이대였다.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것이 분명하였다.

심판은 동호를 데리고 2중대 문대앞으로 갔다. 2중대 문지기는 팔을 홱홱 내저으며 심판에게 무엇이라고 열을 내여 소리쳤다. 마동호는 팔짱을 끼고 그옆에 장승처럼 끄떡없이 서있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거쳐 운동장에서 시비에 오르고있는 문제가 래빈석에까지 전해졌다.

동호가 문대앞에서 공을 멈추고 입을 딱 벌리며 말울음소리를 내질렀다는것이다. 웃음보따리인 2중대 문지기는 그만 배를 그러안고 털썩 주저앉게 되였다.

문지기의 주장에 따라 2중대에서는 반칙이라고 들고일어나며 왁작 떠들어대고 3중대에서는 축구경기규정 어디에 그런것을 반칙으로 지적한 항목이 있느냐고 떠들어대였다.

래빈석에서도 반칙인가 아닌가를 두고 옥신각신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관조자의 립장으로 운동시합에서는 의례 이런 일이 생기기마련인데 그래야 재미있다고 하며 태평스럽게 껄껄 웃었다.

2중대 응원대쪽에서 최춘국정치지도원이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오자 3중대에서도 장룡산이가 뛰여나왔다. 그들은 심판을 둘러싸고 제 주장을 먹이려고 하였다.

《입을 다물고 축구를 하는 법이 있는가? 아무래두 급해맞으니 소리를 치게 된단 말이요. 반칙은 무슨 반칙이요?》

《사람소리라면 몰라도 망아지소리를 냈단 말이요. 이건 벌써 우리 문지기가 웃음보따리란 약점을 노리고 한 고의적행동이란 말이요. 반칙이요, 반칙!》

《여 동호, 동무 고의적으로 그랬는가?》

《예? 저는 성이 마가 돼서 그런지 급해맞으면 그런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아-니, 그럼 동문 사람이 아니라… 흐아 흐아 흐아…》

몸을 앞으로 내밀고 그 소리들을 엿들은 전장원이 손으로 형의 무릎을 내리치며 숨이 넘어가는 소리로 웃어댔다.

《저절로 망아지소리가 나갔다우. 걸작이로구나, 하하하…》

전수원이도 입을 싸쥐고 눈물을 흘리며 웃어댔다.

온 래빈석이 웃음판이 되였다.

《하하하…》

《허허허…》

《흐흐흐, 이젠 그렇게 우길수밖에… 좌우간 괴짜다. 핫하하…》

보금이는 손님들옆이라 터져오르는 웃음을 참고참아오다가 끝내 참지 못해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발만 콩당콩당 굴렀다.

이때 누구인가 뒤에서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그 충격에 보금이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박현숙이 급히 달려온듯 숨이 턱에 닿아 헐떡거리며 올롱해진 눈으로 그를 흘겨보았다.

《정신이 있어? 그네뛰기가 시작됐는데…》

보금이는 웃음을 못 참아 손님들곁에 있기 괴로왔는데 마침 잘되였다고 후닥닥 뛰여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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