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2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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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닦은 운동장에는 흰모래로 여러가지 경기용줄들이 얼기설기 그어졌고 축구꼴문대까지 세워졌다. 운동장을 마주하고 약간 둔덕진 곳에 여러개의
풍막으로 차일들이 쳐있었다. 가운데 차일은
가슴에 꽃송이를 단 보금이는
운동장에는 무장을 갖춘 유격대와 반일자위대의 중대들이
보금이는 설레이는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손님들의 얼굴표정도 훔쳐보고 유격대의 대렬쪽에도 눈길을 주었다. 지휘관들이고 대원들이고 모두 낯선 얼굴들뿐이다. 창억이는 어디에 서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운동장둘레에 앉았던 군중들이 일어나며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부르자 차일안의 래빈들도 웅성거리며 일어섰다.
목갑총을 차신 키가 후리후리한
온 산천을 들었다놓는 만세와 박수의 환호속에서
《로인님, 먼길에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로인은 기쁨과 흥분에 채머리를 떨며
《
《류다섬인민들은 모두 무고하십니까?》
《예, 모두
《숙소는 불편하지 않습니까?》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극락세상에 온것 같은게 잠도 잘 오고 밥맛도 더 나고 그저 마음이 편안합니다.》
《좀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널리 량해해주십시오. 저는 그때 류다섬에서 국수대접까지 잘 받았는데… 여기서는 대접이 변변치 못한것 같습니다.》
《원, 무슨 말씀을…
《잊다니요. 조국에 나가 대접받은 국수인데 그 맛을 제가 잊겠습니까. 허허허…》
로인도 그날의 추억에 눈굽이 젖어올라 손을 눈가에 올리며 《허허…》하고 웃었다.
이때 전장원이 사촌형을
《저는 면장님은 못 오실줄로 알았습니다. 몸을 용케 뺐습니다. 정말 이렇게 와주시니 고맙습니다.》
전수원은 송구한 마음을 금할수 없어 앞에 모아쥔 손을 주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올렸다.
《
《예, 후에 조용히 만납시다. 그런데 면장님은 특히 후환이 없어야겠는데… 놈들이 무슨 기미라도 차리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전장원이 연길에 있는 5촌조카의 결혼잔치를 핑게로 삼아 들어왔으니 별일이 없을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을 보고 꼭 연길에 들려 잔치도 보십시오. 우리도 지하조직을 통해 별일이 없도록 대책을 취해놓겠습니다.》
보금이 사연을 소곤소곤 이야기해주자 그들은 과연 이런 자리에서 있을만 한 일이라고 유쾌하게 웃었다.
환호소리에 들끓던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맑고 푸른 하늘에 나팔소리가 랑랑하게 울려퍼지고 뒤따라 연길폭탄(소리폭탄) 3발이 폭발하였다. 그것은 체육대회의 개막을 선포하는 신호였다. 폭음에 놀란 새들이 하늘에서 야단스럽게 우짖으며 날아다녔다.
장내는 물을 뿌린듯 고요해졌다.
래빈석의 손님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래빈석의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어서 유격대와 반일자위대의 분렬행진이 시작되였다.
4렬종대로 선 유격대의 중대들이 먼지구름을 날리며 보무당당히 행진하여 앞을 지나갈 때 래빈석은 박수와 만세, 찬탄의 소리들로 끓어번졌다.
래빈석의 뒤좌석에 앉은 한 로인은 손바닥으로 무릎을 철썩철썩 내리치며 환성을 터뜨렸다.
《조선군대구나! 우리 군대구나!》
래빈들은 일어서서 지나가는 대오에 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목이 터지게 만세를 부르다가 발돋움하여 목을 길게 빼들고는
《어- 살았구나, 나라가 살았구나!》
윤보금은 로인의 그런 모습을 보자 눈앞이 자꾸 흐려와 앞을 지나가는 대오의 얼굴들도 똑똑히 가려볼수 없었다. 한 종대가 래빈석앞을 지나갈 때 뒤에서 시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얘야, 보니? 저기… 저기… 두번째 줄에 우리 사람이 간다. 보이나? 응? 두번째 줄이야!》
그러나 보금이는 가로 두번째 줄인지 세로 두번째 줄인지도 알수 없었거니와 모두 같은 군모, 같은 군복에 한결같은 모습들이여서 눈앞이 아물거릴뿐 누가 누군지 알아볼수 없었다. 그저 대오의 힘찬 발구름소리와 환호소리에 정신이 얼떠름해지고 가슴이 터질듯이 벅차올라 정신없이 두리번거리기만 하였다. 마지막종대가 래빈석앞을 다 지나갔을 때 운동장밖에 담벽을 이루고 서있는 군중들속에서 한 로파가 달려나와 대오의 옆에서 허둥지둥 따라가며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석범아- 야- 석범아-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라. 네 얼굴을 좀 보자- 이녀석아-》
로파는 손자의 장한 얼굴을 보았던지 두팔을 날개처럼 벌렸다가 내렸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래빈석에서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어대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