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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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푸르러가는 여름하늘밑에서 솟아올라 펄럭이는 인민혁명정부의 기발들은 두만강연안의 넓은 땅을 붉은 일색으로 덮는듯 하였다.

인민혁명정부의 각급 위원회들은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부문에서 민주주의적개혁들을 실시하여 근거지의 생활에서는 나날이 새로운 변화들이 일어났다.

마을들이 새 모습으로 꾸려져갔다. 곳곳에서 인민혁명정부와 유격대와 반일자위대의 병실들, 아동단학교들이며 살림집들이 새로 건설되거나 보수되고 길들이 닦아지고 징검다리만 놓였던 개천들에 나무다리들이 번듯하게 건너놓였다.

마촌에서는 장군님께서 계시는 자기네 마을을 어느 부락보다도 더 훤하게 꾸리자고 한사람같이 떨쳐나섰다. 리재명회장이 사람들의 앞장에 섰다. 마을사람들은 매일 그의 작업지시에 따라 길도 닦고 고삭아 쓰러진 울바자들도 새로 세우고 집들의 벽이며 퇴마루에 흙매질도 깨끗이 하였다.

인민들은 하얗게 달라붙어 인민혁명정부 구위원회가 든 집에 새 동기와를 잇고 문도 새것으로 갈아달고 벽도 새벽으로 다시 발랐다.

마을은 매일 흥성거렸다. 이러던 어느날 저녁녘에 토지부위원으로 선거되여 회의에 자주 다니는 김진세가 숨이 턱에 닿아 집으로 달려들어왔다. 마침 정지간에서는 허씨와 보금이가 저녁밥상을 차리고있었다.

김진세는 로친과 며느리앞에서 놀라운 소식을 말하였다.

장군님께서 전체 유격근거지들에 인민혁명정부가 수립되고 민주주의적개혁들이 승리적으로 수행되는것을 경축하여 큰 체육대회를 열도록 하셨다는것이였다. 식구들이 기쁨에 겨워 흥성거리며 밥상에 둘러앉았을 때 그는 장군님께서 이번 체육대회에 국내의 인민대표들까지 초청하시였다고 하며 온성에서도 누가 올것 같다고 말하였다.

보금이는 너무 기뻐서 머리가 핑 도는듯 하였다. 그는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여 시아버지를 쳐다보며 온성에서는 누가 오는지 모르시는가고 물었다. 김진세는 점잖게 수염을 쓸어내리고 빙그레 웃으며 그건 오는것을 봐야 알겠지만 좌우간 이번 체육대회는 그저 운동회가 아니라 근거지인민들의 단결력을 시위하고 각계층 인민대표들을 통하여 전체 조선인민들에게 여기 생활을 알려주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하였다.

이튿날부터 허씨와 보금이는 어느 대표가 들어와봐도 부끄럽지 않도록 윤이 찰찰 흐르게 집안을 거두고 뜨락과 집으로 들어오는 길가의 풀까지 말끔히 뽑아버렸다. 그리고는 사람들속에 섭쓸려 마을을 거두는 일에 나섰다. 기쁨에 겨워 일하니 치마자락에서 바람이 일도록 뛰여다녀도 힘든줄 몰랐다. 그런데 뜻밖의 경사가 생겼다. 보금이 마촌 그네선수로 뽑힌것이다. 그는 매일 한두시간씩 그네뛰는 련습을 하고 돌아와서는 저녁밥상둘레에 모여앉은 식구들에게 체육대회준비소식을 이야기하였다.

보금이는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던 벅찬 흥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그네터에서 얻어들은 소식들을 밥상머리에 펼쳐놓았다. 유격대, 반일자위대, 청년의용군, 부녀회들에서 축구, 달리기, 보물찾기, 그네타기 등 다채로운 경기종목들에 대한 선수들이 선발되여 맹렬한 련습이 벌어지고있으며 셋째섬의 버덩에는 벌써 넓은 운동장이 닦여지고 십리평을 비롯한 여러 마을들에는 래빈들이 들 숙소들이 다 마련되였다고 하였다.

그런데 집안에 또다시 새 기쁨이 날아들었다. 보금이 국내에서 들어오는 인민대표들을 맡아 안내하는 안내원으로 뽑힌것이다. 그것은 체육대회의 이틀전 저녁녘에 부녀회장 림성실이 달려들어와서 알린 소식이였다. 성실이는 저도 기뻐서 허씨의 손을 꼭 붙잡고 국내대표들이 안내원의 모습에서도 우리 생활의 일단을 엿볼수 있기때문에 며느리를 빠진데 없이 환하게 차려서 내놓아야 한다고 당부하였다.

허씨는 며느리를 그런 점잖은 손님들앞에 내세우는것이 자랑스러워 잠도 잊고 밤새도록 며느리의 저고리에 풀을 먹여 다듬질을 해놓고 치마조끼가 저고리 아래단밑으로 내밀지 않도록 곱게 손질해놓았다.

이튿날 아침은 날씨가 유난히 화창하였다. 하늘에서는 신선한 해빛이 쏟아져내리고 날아가던 까치는 울바자에 내려앉아 집안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맑은 소리로 우짖어댔다.

허씨는 며느리의 손목을 이끌고 뜨락으로 나와 해빛밑에 세워놓고 머리단장이며 옷차림을 깐깐히 살펴보았다. 내 집에 어찌다가 이런 자랑이 생겼는가싶어 앞에서 한번 여겨보고 뒤에서 다시 두번 세번 뜯어보았다. 단정히 빗어넘겨 크지도 작지도 않게 쪽진 칠흑같은 머리에서 흐르는 윤기, 볕을 잘 들여 옥당목 못지 않게 휜 무명저고리, 인품에 무게를 주는 검정치마… 아무리 여겨봐야 누구한테 짝질것 같지 않아서 이 동네에 사람들앞에 내세워 허물이 되지 않을 사람은 그래도 제 며느리밖에 없다는 자랑까지 슬그머니 들었다.

허씨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며느리의 동실한 어깨를 쓸어만져주었다.

《내 손이 거칠어 이렇게밖에 차려주지 못한다. 쯧쯧…》

보금이는 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를것 같이 가슴이 부풀어올라 시어머니에게 곱게 웃어보이고 팔을 들어 저고리소매며 치마폭을 기쁨에 넘쳐 훑어보았다.

《어머니 됐어요!》

사립문으로 들어오다가 그 모습을 본 마동호가 이마에 손채양을 불이고 한걸음을 물러서며 흰소리를 던졌다.

《히야- 이거야 눈이 시여 어디 보겠소?》

《이 사람아, 우리 집사람은 안 오나?》 하며 허씨가 그를 반기였다.

《창억이요? 지금 축구련습에 정신이 팔려 색시도 다 잊었수다, 하하하…》

《그 사람도 선수로 뽑혔는가?》

《예, 이 집에 경사에 경사가 겹쳤수다.》

《원 저런… 자네는?…》

《저도 겨우 축구에 들었습니다. 하하하…》

방금 공을 차다가 왔는지 얼굴에 땀이 줄벅한 마동호는 보금의 희한한 모습에 눈을 팔며 창억이 발싸개감을 가져오라고 해서 왔노라고 말하였다.

《왜 저는 못온다나. 이런 날에 집에 좀 들렸으면 얼마나 좋겠나.》

《어머니, 바빠서… 바빠서… 제가 우리 집에 왔던김에 들리기로 했습니다.》

《원 사람두…》

허씨는 아쉬운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고는 얼른 집안으로 달려들어가 발싸개감을 내왔다. 마동호가 그것을 받아쥐고 벙글거리며 돌아서는데 마을길로 무슨 커다란 보짐을 이고 지나가던 림성실이 뜨락을 들여다보며 소리쳤다.

《보금이- 이제 십리평으로 넘어가겠어요?-》

보금이는 그를 반겨 달려나가 사립문을 잡고섰다.

《예-》

《그럼 좀 수고해줘요- 오풍헌아바이네 집에 새 구름노전 석장을 말아놓은게 있는데 그걸 이고 넘어가서 리재명회장동지한테 주라요- 일손이 모자라서 그래요.》

림성실은 걸음이 급하여 더 다른 말이 없이 지나가버렸다.

보금이 돌아오니 허씨는 흐려진 얼굴로 한숨을 지었다.

《에그, 그런 일이 있으문 진작 시킬게지 원, 이제 그걸 이고 십리평까지 가느라문 그 저고리 다 덞겠다!》

그러자 마동호가 오후에 십리평으로 넘어갈 일이 있는데 그때 자기가 지고갈테니 걱정말라고 하였다. 보금이는 시어머니뿐아니라 남인 마동호까지 자기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바람에 얼굴이 더 이쁘장해져 별생각없이 떠날차비를 서둘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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