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 회)
제 6 장
3
(2)
대오는 얼기설기 얽힌 나무가지들과 다래넝쿨속을 누비며 골짜기를 지나 바위벼랑을 기여올랐다.
어떤 때는 어둠침침한 수림속에서 도끼날이 번개처럼 번뜩이였다.
대오는 악전고투끝에 류수천기슭의 갈밭속으로 내려섰다.
아주 가까운 앞에서 땅을 쾅쾅 구르며 박격포가 불을 토하고있었다.
물씬물씬 달려드는 초연에 숨이 막혔다.
폭음에 전률하는 잡관목들사이로 해빛을 받아 눈부시게 번쩍이는 류수천물결과 왜놈들의 그림자가 언뜻언뜻 내다보였다.
잡관목숲의 끝변두리에까지 이르니 박격포진지는 손에 잡힐듯 한 지척이였다.
키가 작달막한 장교놈이 군도를 머리우에 높이 쳐들었다가 공기를 내리찍으며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질렀다. 그때마다 장난감같은 박격포가 껑충껑충 뛰여오르며 시뻘건 불길을 토하였다.
놈은 군도를 떨구며 몸을 뒤로 제끼였다. 그것을 신호로 총창을 비껴든 유격대원들이 무서운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그들은 불의의 배후타격에 기겁하여 갈팡질팡하는 포수놈들을 찔러넘기고 발길로 걷어차서 쓰러뜨리고는 총탁으로 마구 내리깠다.
뜨거운 모래불과 잡관목숲속에서 혼전이 벌어졌다. 나딩구는 박격포, 고함소리, 아우성, 어느사이엔가 여기저기에서 시뻘건 불길이 회오리치며 잡관목숲을 휩쓸기 시작하였다. 그 불길속에서 유격대원들은 비호처럼 뛰여다니며 왜놈들을 찌르고 차넘기였다.
《동무들- 고지로 공격하는 적보병을 향하여- 사격- 일제사격-》
대원들은 모래불의 후미진 곳이며 나무그루나 바위뒤에 엎드려서 혹은 강물로 뛰여들어가며 일제사격을 하였다. 강물이 물갈기를 흩날리며 노호하고 대기가 와르릉와르릉 떨었다.
독립고지중턱을 누렇게 휘감은 적의 산병선에서 쓰러지는 놈들이 보이더니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산병선이 여러개의 토막으로 끊기여 누런 무리들이 움푹한 골짜기로 밀리는가 하면 개바닥쪽으로 뛰여내려왔다.
이때 독립고지꼭대기에서 웬 사람의 그림자가 해빛을 등지고 불쑥 솟아올랐다. 그는 팔을 높이 들어 흔들며 무엇이라고 소리치는것 같았다.
(장룡산이?)
고지꼭대기에서는 수십명의 유격대원들이 총창을 번쩍이며 반돌격해내려왔다. 그들은 바람을 탄 바위돌처럼 굴러내려오며 놈들을 닥치는대로 무찔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동쪽방향으로 우회한 유격대원들이 익측에서 맹사격을 퍼부었다. 놈들은 강기슭으로 밀려내려와 짐승떼처럼 붐비며 갈팡질팡하였다.
《돌격 앞으로-》
대원들은 물속으로 뛰여들어가며 저쪽기슭의 적들을 향하여 사격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낫이 왜놈들의 아래도리를 베며 날아지나가는듯 하였다. 무리로 쓰러지는 놈들속에서 살아남은자들이 강복판으로 달려들어와 물속에 숨어들었다.
고지에서 반돌격하여 내려온 유격대원들이 물속으로 뛰여들어 얼이 빠져 미친듯이 달려드는 적을 무찌르고있을 때 이쪽의 유격대원들도 무서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나갔다. 물결도 흐름을 멈추고 사품치며 하늘을 향하여 날아오르는듯 하였다. 류수천은 달려가고 달려오는 유격대원들의 만세소리와 함성, 왜놈들의 비명소리로 끓어번졌다. 물결을 걷어차며 달려가는 대원들의 발밑에서 물갈기가 시허옇게 번쩍이며 튀여올랐다.
《동무들 》
《수고했-네-》
강복판에서 만난 유격대원들은 얼싸안고 돌아가는가 하면 안아서 번쩍 추켜올리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제김에 풍덩 물속에 주저앉아 숨넘어가는 소리로 웃어대기도 하였다.
웃고 떠들어대는 한무리의 대원들옆에서 맨머리바람의 장룡산이 박태화에게 부축되여
《장동무!》
장룡산은
《
《어디 다쳤소?》
《괜찮습니다. 빈대가 무는것처럼 따끔하길래 옆구리를 보니까 탄알이 스쳐지나간게 아닙니까. 헛참, 재수없이 살가죽이 벗겨졌습니다.》
《깊은데를 다친게 아니요?》
《아닙니다. 허허허…》
장룡산은 젖은 손으로 얼굴을 씻어내리며 벙글거렸다.
《봉화로나 무슨 신호로나 왜 알리지 않았소? 그럼 우리가 좀더 일찌기 달려왔겠는데…》
장룡산은 대답을 안했다. 박태화가 불만스러운 눈길을 장룡산의 쪽에 흘깃 던졌다. 그가 봉화신호를 올리지 못하도록 엄하게 단속한 모양이다.
류수천우의 높은 하늘에서는 종다리가 피타는 소리를 내지르며 돌멩이처럼 떨어져내리다가 아득히 솟구쳐 날아올랐다.
기슭으로 나오신
이미 쌍암촌에 나와있던 리재명이와 림성실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벽에 기대여 엇비스듬히 앉아있는 장룡산은 피기가 가셔진 얼굴을 들어
《제걱정을 말고 어서 나가보십시오. 저도 이제 의사가 오면 치료를 받고… 나가… 나가보겠습니다. 》
《장동무, 자꾸 움직이면 좋지 못할수 있소. 잠자코 누워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