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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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위는 보금이까지 만나고나서는 어디로 더 돌아다니거나 누구를 만나는 일도 없이 구정부에 나가앉아서 국제당 원동국에 가서 할 보고문초안을 썼다.

건망증이 심한 그는 인상들이 흐려지기 전에 보고 느끼고 체험한것들을 보고문에 생동하게 반영하려고 여기 현지의 불편한 조건에서 집필의 낮과 밤을 이어갔던것이다.

밤에는 등잔불심지를 자꾸 돋구어올려 코밑에 그을음이 까맣게 올랐다.

…나는 왕청에 이르러 농민들과 함께 밭갈이를 하는 김일성동지를 보게 되였다. 상봉은 극적이였다. 나는 처음에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첫상봉의 시각 그는 밭머리에서 나에게 반겨웃으며 흙이 묻은 손을 내밀었다. 이 하나의 사실은 심각한 사상의 암시이며 상징이기도 했다고 나는 지금 생각하게 된다.

김일성동지의 밭갈이솜씨는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대지에 깊이 박는 보습날우로 시커먼 흙발이 파도쳐오르며 잡초를 묻어버리고있었다.…

그는 전세계 프로레타리아트의 재부로 된 로씨야 10월사회주의혁명의 경험을 비판하고있는가?

아니다. 나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로씨야혁명에 대한 열렬한 옹호자이며 그 전취물로서 세계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대륙에 세워진 쏘베트정권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자이다.

우리에게로 들어왔던 통보자료들과 무기명서한의 내용들은 이곳 근거지의 현실에 대한 엄중한 외곡이며 비방이며 증상이다.

나는 여기에 나와서 그 진상을 알게 되였다. 나는 여러 지방의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담화하였으며 내 눈으로 직접 놀라운 현실을 보았다.

김일성동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남만진출을 마치고 어려운 투쟁로정을 거쳐 왕청근거지로 와서 쏘베트를 비판하였다. 쏘베트의 좌경적시책을 뒤엎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는 일부 동만유격근거지에 선 쏘베트정권과 그 좌경적시책을 비판한것이지 로씨야혁명과 그의 산아인 쏘베트를 비난한것은 아니다.

김일성동지는 이미 재작년 12월 중순에 있은 명월구회의에서 유격구의 창설과 거기에 세워질 혁명정권의 형태와 임무에 대하여 명철하게 밝혔다. 그는 조선혁명의 성격과 임무로부터 각계각층의 모든 반일력량을 하나의 반일전선에 집결할수 있는 정권의 형태를 취하여야 하며 그 정권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는 무기로 되여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쏘베트는 그 선거세칙에서부터 광범한 반일력량을 다 망라할수 있는 견인력을 상실한 전제조건을 가지고있었다. 실례로 쏘베트의 대표자 선출비률을 보면 로동자는 5명에 1명이고 농민은 30명에 1명이다. 이것은 너무나 현격한 차이이다. 쏘베트가 실시한 제반시책들은 더욱 엄중한 후과들을 가져왔다.

쏘베트는 사회주의혁명의 구호를 내걸고 조선혁명의 성격과 농민들의 준비정도에는 관계없이 토지의 《공동소유》, 《공동경작》을 실시하려고 광분하였으며 실제상 농민들을 혁명의 대상으로 밀어놓고 그들과 투쟁한셈이다. 많은 농민들이 유격근거지를 떠났으며 그것이 사회에 여론화되여 혁명은 대중적지반을 잃을 위험에 처하였다.

김일성동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로씨야혁명의 경험에서 쏘베트를 직수입해들여 그것을 우격다짐으로 내리먹이려는것이 쏘련에 대한 지지가 아닙니다. 우리의 준엄한 혁명실천은 그것이 10월혁명의 귀중한 경험에 대한 란폭한 훼손이라는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일성동지는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의 성격과 임무로부터 여기에서 대담하게 토지개혁을 단행하였다. 여기 근거지에서는 토지가 없거나 적은 전체 농민들이 땅을 분여받았다. 오늘 이 력사적사실은 세상에 널리 퍼져 전체 무산민중의 심장을 뒤흔들고있다.

그는 농민들의 세기적숙망을 풀어줌으로써 수백만 근로민중을 한품에 걷어안게 되였다. 농민대중들의 혁명기세는 하늘을 찌르고있다.

김일성동지는 근로농민을 로동계급의 동맹자라고만 보지 않고 혁명의 믿음직한 주력군으로 보고있었다.

토지개혁에서는 친일지주들의 토지만 몰수하였기때문에 적지 않은 지주들까지도 혁명에 동정을 표시하며 반일전선을 지원할 기세를 보이고있다. 이것은 민족주의자들과 그들의 허약한 무장력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쳐 반일전선에서 공산주의자들과 민족주의자들의 련합이 형성될 하나의 국면을 열어놓은셈으로 된다.

지난날 조선농민들은 불행이 닥치면 하늘에 대고 제를 지내며 복을 내려줍시사 하고 손이 닳도록 빌었다. 그런데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김일성동지가 농민들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나누어주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하늘이 낸분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진심으로 흠모하고있다.…

여기에서 쏘베트라는 말은 어느사이엔가 저절로 사라졌다.

김일성동지는 인민혁명정부로선을 내놓았다. 이것은 조선의 전체 반일력량을 하나로 묶어세울수 있는 유일무이하게 정당한 정권수립로선이다. 나는 이에 대하여 김일성동지로부터 거듭 여러 시간에 걸쳐 설명을 들었다. 인민혁명정부로선, 이것은 새로운것이다. 콤뮨이 새로왔고 쏘베트가 새로왔던것처럼 인류의 국가발전사상에 새롭게 나타난 완전히 독창적인 정권형태이다. 이것은 확실히 위대한 발견이다. 나는 작고한 우리의 스승들이 세워놓은 언어생활의 전통에 따라 분식과 과장을 경계해왔건만 이 말에는 력점을 찍어야 하겠다. 내가 위대하다고 하는것은 그 대담한 독창성과 생활력에만 까닭이 있는것이 아니다. 전세계 식민지, 반식민지나라들의 혁명운동에 새 정권수립의 길을 시사해줄 그 영향력을 예감하고있기때문이며 새 형태의 국가건설의 기원을 열어놓은 그 의미를 감수하고있기때문이다.

동지들! 김일성동지는 인민혁명정부를 통하여 토지개혁의 성과를 공고히 하면서 정치, 경제문화분야에서 여러가지 민주주의적개혁을 실시할 결심이다.

일제와 예속자본가들의 기업운영은 엄격히 금지되고 수공업자, 량심적인 민족자본가들의 기업활동이 장려될것이다.

녀자들도 남자들과 평등한 권리를 향유하게 되며 근거지안의 전체 인민들이 글을 배우고 모든 학령아동들은 인민혁명정부의 보살핌속에서 무료로 공부하게 될것이다.

김일성동지가 계시는 마촌에도 무료교육을 실시하는 아동단학교가 있다. 나는 그 학교에 여러번 찾아가서 교수참관을 하였다.

이렇듯 두만강연안유격근거지에는 착취가 없고 압박이 없고 근로대중이 사회의 주인으로 된 지상천국이 꾸려지고있다.

근거지의 이 눈부신 현실은 혁명이 승리한 다음 건설될 새 조국의 본보기로 될것이다.

나는 무식으로부터(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김일성동지께 유격근거지-해방지구를 확대해나가는 방법으로 조국해방을 달성하겠는가라고 물었는데 그는 이에 너그럽게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러자면 하나의 전선을 펴야 하는데 그것은 벌써 유격전쟁의 방법이 아닙니다. 맑스나 엥겔스, 레닌의 시대에는 산업혁명의 결과 기술문명의 혜택으로 일정한 정도로 문명해지고 조직성이 강한 산업프로레타리아트의 대군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수령들의 로작들과 혁명적출판물들을 보급하는 방법으로도 대중들에게 혁명적영향을 주고 그들을 조직된 력량으로 결속할수 있는 풍부한 가능성을 가지고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러한 가능성이 매우 적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근대적산업프로레타리아트의 대군이 없습니다. 있어도 아주 적게 있습니다.

주민의 절대다수가 빈고농들입니다. 이들은 봉건통치배들과 일제의 우민화정책의 희생물들입니다. 우리 인민들은 문맹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글도 제대로 못 봅니다. 그러나 2중3중의 억압과 착취를 체험하여 어느 나라 인민들보다도 혁명성이 강합니다.

때문에 우리 혁명이 목적하는 새 사회의 본보기를 이곳 근거지에 꾸려놓고 실물로 보여준다면 인민들은 우리 공산주의자들을 지지하여 따라나설것이며 막을수 없는 힘으로 혁명전에 떨쳐나설것입니다.

근거지는 이러한 역할도 수행하게 됩니다.》

김일성동지의 이 말을 념두에 둘 때 이 근거지야말로 그의 피땀으로 씌여진 《로작》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뜨겁게 친다.

김일성동지는 유격근거지에서 하고있는 이 거창한 사업들의 총괄적인 목적, 총체적인 지향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나의 질문에 대하여 그것은 혁명의 뿌리를 인민대중속에 깊이 박아 혁명력량을 키우며 광범한 반일력량을 근거지두리에 묶어세우는데 있다고 매우 간명하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 의미를 통속적으로 알기쉽게 설명하여주었다. 그는 땅바닥에 나무와 그 뿌리를 그리고는 뿌리가 땅속에 굳건하게 깊이 내려져야 나무가 어떤 풍운에도 끄떡없이 억세게 자라오른다고 하였다. 이 인상적인 비유는 나로 하여금 문제의 본질을 선명하게 깨닫도록 하였다.

혁명은 유격근거지와 그 둘레에 꾸려지는 반유격구, 적통치구역의 지하조직들과 혁명활동거점들을 통하여 인민대중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다. 비록 근거지가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지 않고 유격대의 력량이 적에 비하여 적다 하더라도 인민대중속에 무궁한 종심만 형성하면 혁명력량은 소멸되지 않고 끊임없이 자라나 일제를 타승할수 있다.

김일성동지는 이것을 확신하고있다. 이 확신은 세상에서 가장 힘있는 존재가 인간이며 인민대중의 힘을 믿고 그에 의거하여 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그의 철학적신념에서 우러나오는것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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