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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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경찰관출장소담장앞과 동구앞의 바위와 아름드리 느티나무둘레에 사람들이 하얗게 모여서 왁작 끓어번졌다. 거기에는 포고문이 나붙어있었던것이다.

까막눈들은 그저 입을 하 벌리고 경탄만 하고 야학에서 눈을 틔운 사람들은 목소리를 합쳐 읽어내려갔다.

 

포 고

 

두만강연안의 군청, 면사무소, 경찰, 자위단, 소방대, 세관, 은행, 철도에 종사하는 악질관료배들과 그리고 친일지주, 매판자본가들에게 경고한다.

우리 유격대의 군사활동과 정치공작, 경제모연공작을 악질적으로 방해하는자들은 풍인동경찰관출장소 소장 하야시 사부로, 순사 최도만이와 같은 운명을 면치 못한다. 상기 두자는 인민의 총의를 접수한 우리 유격대의 결심으로 처단되였다.

우리 유격대는 우리의 성전을 지지하거나 중립을 지켜주는 인사들에 한하여서는 그의 과거와 재산정도를 불문하고 열렬히 환영, 포섭하며 조국광복후의 안정된 생활을 담보하여준다.

현자들은 두 주구의 죽음에서 교훈을 찾을것이다.

조국동포들이여!

일제의 폭압통치에 공포를 먹지 말라! 당신들의 뒤에는 우리가 서있다! 용약 항일성전에 떨쳐나서자!

일제와 주구배들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신세이다.

사랑하는 무산대중, 형제자매들이여!

우리 혁명군의 항일구국성전을 다방면적으로 원호하라!

혁명 만세! 만세! 만세!

 

반일인민유격대 국내파견대 백

 

사람들은 읽고 또 읽었다. 모두 가슴들이 부풀어 뒤설레였다.

보금이는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포고문을 읽어내려갔다. 벅찬 감격에 숨이 막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으로만 읽었다.

이때 저아래 경비도로로 기마대렬이 지나갔다. 모두 군복이 찢어지고 흙투성이가 되여 후줄근해진 몰골들이다.

말을 기세좋게 달리지도 못하고 느릿느릿 몰아가는데 대오도 제대로 짓지 않았다. 말우에서 졸고있는 놈도 보인다.

사람들은 그 무리들을 눈아래로 내려다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저… 저놈을 보오. 하하… 조는구만, 졸아. …》

《밤새 죽자구 돌아치다가 허탕을 쳤으니 맥이 풀릴수밖에…》

《말을 탔으면 뭘해. 하루 천리씩 난다는 유격대를 당해?》

《에- 쪽발이들, 자리에 오줌이나 싸지 말라!》

《흐흐흐…》

《흐아… 흐아… 흐아…》

《유격대어른들이 우리 맘을 그렇게 꼭 알아준다구야. 그 두놈이 뒈지니 삼년전에 얹힌 가슴이 쑥 내려가는것 같수다.》

《민심이 천심이란 말이 꼭 맞아. …》

《어제만 해도 제세상 같았지, 개-놈들…》

《하루걸음뒤에 우리 근거지가 생겼는데 제놈들이 이제야 꿈쩍이나 해?》

《좋아만 말구 바늘 한개라고 보내서 도와야 하우다!》

《어이구, 이거 가재미눈깔이 오래간만에 용한 소리를 한다. 누가 아니래?》

《무엇이 어째? 다시… 다시 말해!》

《아니, 이거 싸우겠수다, 성님! 하하하…》

《허허허…》

《가재미눈두 오늘은 바루 배기우다.》

경찰관출장소안을 거두는데 정신이 나갔던 경찰놈들이(읍에서 내려온 놈들이였다.) 그제야 담장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쫓았다.

집으로 돌아온 보금이는 뒤울안의 딴가마에 흙매질을 하고있는 어머니곁에 앉아 진흙소랭이를 옆에 밀어놓고 조씨의 얼굴을 밝게 웃으며 들여다보았다.

《어머니!》

《무슨 일이 있었냐?》

보금은 지난밤의 기습이며 포고문이야기를 하였다.

《이눔세상이 뒤번제는 지겠구나!》

《근거지에서 나와서 처단했더군요.》

《근거지에서? … 마촌에선 누가 안 왔을가?》

《글쎄요. …》

《예, 보금아! 이 마을에는 법도가 없다. 원을 풀어준 유격대어른들한테 찰떡이나 쳐갔으문 얼마나 낯도 나구 좋겠니. 남정들이란것들은 담배질이나 하구 안깐들한테 꿱꿱거리기나 했지. 에그… 이런 때에나 옳게 처사를 했으문…》

《글쎄말이야요. 어머니, 어머니가 한번 나서서 여러분- 동지들- 해보지요? 호호호…》

조씨는 흙물이 묻은 손으로 딸의 이마를 찰싹 때리려다가 말고 돌아앉았다. 눈에 눈물이 가득 괴여올라서였다. 어머니는 세상일보다 수모속에 살아온 딸자식이 오래간만에 이렇게 밝게 웃는것을 보니 너무 기뻐서 눈물까지 났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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